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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픈옹달 Apr 14. 2019

산 넘고 물 건너

중국역사문화기행 3기 #3

시안은 우리나라에서 꽤 멀리 떨어진 도시랍니다. 다행히 직항노선이 있어서 한 번에 비행기를 타고 갈 수 있어요. 인천공항에서 3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예요. 3시간을 넘는 거리라니! 꽤 지겨울 것처럼 생각되지만 막상 떠나면 꼭 그렇지도 않아요. 요즘 비행기에는 지루함을 달래줄 다양한 기기가 마련되어 있답니다. 


혹시라도 창문 옆 자리에 앉았다면 창문 밖으로 펼쳐지는 모습을 잘 보아두세요. 지도에서는 볼 수 없는 지형의 생생한 변화를 볼 수 있으니까요. 


비행기가 이륙하면 곧 드넓은 바다를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서쪽에 위치한 까닭에 서해라고도 부르지만 정식 명칭은 황해黃海랍니다. 어째서 누런 바다라는 이름이 붙은 것일까요? 이는 이 바다에 흘러드는 강물이 누런 흙을 많이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예요. 대표적으로 황허黃河라는 강이 있습니다. 이 황허에서 흘러든 흙들이 바다를 누렇게 물들인 것이지요. 


<황허 상류의 후커우 폭포>  이 누런 강물이 바다까지 흘러갑니다.


봄이 되면 서쪽의 누런 먼지가 바람을 타고 날아들지요. 이 먼지바람의 이름은, 황사黃沙. 따져보면 황해, 황허, 황사 모두 똑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어요. 서쪽의 흙이 강으로 흘러들면, 황허가 되는 것이고 이것이 바다에까지 이르러 황해가 됩니다. 한편 바람을 타고 바다 건너 이웃나라까지 날아들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시안으로 가는 비행기는 누런 흙의 이동 방향을 거슬러 날아가는 것이지요. 그래서 한참을 가다 보면 대지를 가로질러 흘러가는 황허의 긴 물줄기도 만날 수 있답니다. 역사를 보면 수많은 나라가 황허 주변에서 생겼다가 사라지곤 했습니다. 그래서 황허를 중국 문명의 핏줄이라 부르기도 해요. 시안도 그중에 하나랍니다. 황허의 뿌리가 되는 웨이허渭河 옆에 위치한 도시니까요.


창밖으로 땅을 내려다보고 있노라면 점차 산이 많아지는 것을 볼 수 있을 거예요. 흔히 중국의 지형을 일러 서고동저西高東低, 서쪽이 높고 동쪽이 낮다고 합니다. 동쪽에는 넓은 평야가 많이 발달한 반면, 서쪽에는 높고 험한 산이 많기 때문이예요. 수많은 산을 넘어 한참을 가면 평평한 땅을 만날 수 있습니다. 예로부터 관중關中이라 불리는 곳입니다.


산과 산 사이를 지나는 좁은 길을 관關이라 하는데, 시안에 가는 길에도 커다란 관문이 있었어요. 관문을 넘어 서쪽에 위치한 드넓은 땅을 관중이라 불렀고, 그 반대편 산 너머 동쪽을 산동山東이라 부르기도 했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구분이 별로 의미가 없는 시대이지요. 이렇게 비행기를 타고 수많은 산을 넘어가니.


운이 좋게도 눈이 내린 탓에 지형의 무늬를 생생히 볼 수 있었어요.
끝없이 이어지는 산들과, 이를 가로지르는 황허의 물줄기.


서울 옆 인천에 공항이 있듯, 시안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안의 서북쪽에 위치한 도시 센양咸陽에 공항이 있어요. 공항에 내려서도 시안 시내까지는 약 한 시간 정도 버스를 타야 해요. 우리는 인원도 많고 짐도 많아 버스 대신 차를 빌렸습니다. 버스보다는 비싸지만 빠르고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요.


얼마나 달렸을까. 시안을 상징하는 커다란 성벽이 보입니다. 시안 성벽은 중국에서도 손꼽히는 규모를 자랑합니다. 지도를 보면 사각형으로 성벽이 도심을 둘러싸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높이도 꽤 높지만 넓이도 만만치 않습니다. 성벽 위에 도로를 놓으면 차가 지나다닐 수도 있을 정도랍니다. 실제로 성벽 위에서 자전거를 타고 도시를 한 바퀴 돌아볼 수도 있어요. 성벽 위에서 성 안쪽과 성 바깥쪽의 차이를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일 거예요.


<크고 웅장한 시안의 성벽>, 명나라 때에 당나라 때의 유적을 근거로 새로 보수한 것이예요.
(좌) 시안 시내의 네모난 성벽이 똑똑히 보입니다. (우) 멀리 보이는 고루와 함께 종루의 야경이 아름다워요.


시안 시내 남쪽 중앙에는 '종루'가 있습니다. 커다란 종을 보관한 이 건물은 시안 성벽과 함께 시안을 대표하는 주요 건축물 가운데 하나예요. 과거에는 이 종을 쳐 시간을 알리곤 했답니다. 근처에 북이 있는 '고루'와 함께 시안의 아름다운 야경을 빚어내는 곳입니다.


우리는 숙소를 종루 근처로 잡았어요. 아무래도 시안 시내를 둘러보려면 이곳이 편하기 때문이지요. 본디 오후에 도착해서 시안 성벽과 시안 시내를 둘러보려 했지만 시간이 너무 늦고 말았습니다. 항공기가 연착된 데다, 중간에 이동하는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걸렸기 때문이예요. 숙소에 짐을 풀고 보니 벌써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습니다. 


결국 저녁식사가 본격적인 첫 일정이 되었어요. 여행을 떠나기 전 걱정거리 가운데 하나가 먹거리였답니다. 낯선 나라에 가서 음식 때문에 고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지요.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것도 힘든데 음식마저 맞지 않으면 배로 힘든데 과연 괜찮을까. 게다가 이번 여행팀에는 초등학생도 있어 음식이 입에 맞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이 많았습니다. 한 친구는 향이 강한 음식은 잘 먹지 못한다고 하지...


그러나 걱정은 기우! 어찌나 잘 먹는지, 매 식사 시간은 즐거움의 연속이었습니다. 중국 음식의 매력을 느낀 것도 이번 여행의 커다란 성과라면 성과이지요. 중국 요리라고 하면 이상한 향신료에 기름진 음식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나 중국은 음식의 천국이라 불릴 만큼 다양한 먹거리로 넘쳐나는 나라랍니다. 어찌 식도락, 먹거리의 기쁨을 접어두고 중국 여행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제대로 된 음식 사진이 없는데... 먹기 바빠 그렇습니다. ;;;


더구나 11명이라는 인원은 다양한 음식을 맛보기에 최적화된 인원이었답니다. 중국은 우리와 달리 1인분이라는 개념이 없어요. 사람 수에 따라 요리를 몇 개 시키고 거기에 밥이나 면을 먹는 식입니다. 사람이 많으니 다양한 요리를 주문할 수 있고 그만큼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수 있었어요. 그러니 행여 중국 여행을 기획한다면 꼭 여럿이 가도록 합시다. 회전 테이블을 돌리며 음식을 먹으려면 최소한 예닐곱 명은 되어야지요.


여행을 기획하고 이끌면서 음식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입이 즐겁고 배가 든든해야 모든 것이 순조로운 법이지요. 그래서 옛말에도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그런데 중국 요리에 이 말은 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중국 요리는 지방에 따라, 재료에 따라, 조리 방법에 따라 수 없이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어요. 그러니 식탁에서 천하를 유람해도 될 지경입니다. 그러나 배가 부르면 그쳐야 하는 법. 매 끼니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식당을 나섰답니다. 배부르게 먹었으니 이제 거리를 돌아다니며 배를 꺼뜨려야지요.


... 뭔가 주객이 전도된 것 같지만, 어쩔 수 없지요. 보고 들은 것도 꽤 중요한 재산이 되지만, 먹고 마신 것은 바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까닭입니다. 그래서 중국역사문화기행의 첫걸음은 서북음식이었습니다. 황토, 누런 흙의 본고장에서는 어떤 음식이 식탁에 올랐을까요?


양꼬치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지요. 암... 시안 음식과 회족거리 방문기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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