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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픈옹달 Apr 22. 2019

병마용을 직접 눈으로 보니

중국역사문화기행 3기 #6

시안 시내에도 볼 것이 많지만 정작 유명한 볼거리는 모두 시내에서 좀 떨어져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병마용 유적지는 시안 동쪽에 위치해있습니다. 그 이외에도 시안의 볼거리는 많아요. 우리에게는 좀 덜 알려져 있지만 중국 5대 명산의 하나로 꼽히는 화산華山이나 한고조 유방의 무덤이나 한무제의 무덤도 중요한 볼거리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러나 이를 다 둘러보기는 힘든 일이지요. 보통 병마용과 더불어 려산驪山, 화청지華淸池 등을 함께 묶어 관람하기도 합니다. 모두 시안 동쪽에 위치한 까닭이지요.


시안 주변을 제대로 보려면 며칠이 걸릴지 모르겠습니다.


병마용에 가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시안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인원이 많은 우리는 차를 빌리기로 했어요. 처음에는 일정을 짜면서 어떻게 차를 빌려야 할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인터넷에 찾아보면 다양한 업체를 찾을 수 있는데 연락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 문제였습니다. 클룩과 같은 사이트에서도 관련 상품이 있는데 후기를 보니 기사와 만나는 장소가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네요. 결국 가장 확실한 방법, 호텔 프런트에서 이를 해결하기로 했습니다.


첫날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한 것이 바로 병마용 가는 차량을 예약한 일입니다. 다행히 호텔 프런트에서 여행사를 소개해주더군요. 인원을 알려주면 차량과 인원을 알려줍니다. 병마용으로 가려면 '동시엔东线'이라 말하면 될 겁니다. 참, 가이드(导游)는 필요 없다고 해야 해요. 물론 이런 과정은 중국어로 의사소통하는 것이 편합니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차에 올랐습니다. 병마용에 가려면 가능한 일찍 출발하는 것이 좋습니다. 왜냐하면 워낙 유명한 유적지라 수 없이 많은 사람이 몰려들거든요. 아침 8시 30분에 문을 여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참, 시안 시내에서 병마용까지는 약 1시간 정도 걸려요.


아침으로는 파오모를 먹었습니다. 마늘과 함께 먹는데 우리에게는 낯선 음식이지요.


우리는 병마용을 돌아본 이후 시간이 되면 화청지, 지하궁전을 돌아보고 돌아오는 길에 반포 유적 박물관을 들리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머지않아 그것이 지나친 욕심이라는 점을 깨달았어요. 결론만 이야기하면 병마용 유적지와 지하궁전을 보는 데 그쳤을 뿐입니다. 이유는 두 가지. 첫째, 이른 아침이었는데도 생각보다 사람이 많아 관람에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둘째, 병마용의 다양한 유물이 워낙 눈을 끄는 바람에 쉬이 발을 뗄 수 없었습니다.


병마용은 그 명성에 걸맞게 방대한 규모를 자랑합니다. 입장 표를 사는 곳만 해도 꽤 거대하며, 입구에서도 한참을 걸어가야 하니 말이지요. 참고로 표를 구입할 때에는 학생표(반피야오半票)를 구입할 수 있는지 물어봅시다. 표를 구입한 뒤 조금 걸으면 다시 박물관 입구까지 가는 셔틀버스를 탈 수 있습니다. 따로 표를 구매해야 하는데 구입하도록 합시다. 왜냐하면 가능한 걷는 거리를 줄여야 하기 때문이예요. 앞으로 한참을 걸어야 할 테니까요.


셔틀버스는 짧지만 꽤 편리합니다.


병마용 박물관 앞에 도착하면 커다란 건물들이 보입니다. 1호갱부터 3호갱까지 발굴 유적지가 있고, 유물을 모아둔 박물관이 따로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추천하듯, 3-2-1 순서로 보는 것이 좋습니다. 왜냐하면 1호갱이 가장 크고 웅장한 까닭에 처음 보아두면 2, 3호갱이 영 보잘것 없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외에도 다른 유익함이 있습니다. 2, 3호갱에는 발굴 유물을 가까이 볼 수 있는데, 이를 상세히 보아 두고 1호갱을 보면 더 잘 이해할 수 있답니다. 


개인적으로 이전에도 두 차례 시안을 방문할 일이 있었습니다. 시안에 왔으니 병마용을 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귀찮은 마음에 가지 않았습니다. 그때는 유적지에 별 관심이 없었거든요. 게다가 사진이건 영상이건 수 없이 보았는데 직접 보러 수고할 일이 무어냐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지금이야 유적지에 대한 관심이 좀 달라졌지만, 후자의 생각이 영 사라진 것도 아니었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별 기대감이 없었어요. 학생들을 데리고 교육적인 목적에서 한 번쯤은 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눈에 담고 보니 영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거대한 규모를 두 눈으로 보니 대단하더군요. 끝없이 늘어선 병사들은 말로 전할 수 없는 웅장함으로 육박해 왔습니다. 수 없이 사진으로 보았던 것이지만 직접 경험하는 것은 정말 다른 감각을 선물합니다. 수 없이 많은 중국인 여행객과 몸을 섞으면서도 이 거대한 풍경을 눈에 담는데 많은 시간을 들였습니다. 꼼꼼하게 보아 두고 싶었기 때문이지요.


책과 영상에서 수 없이 보았더라도 실제로 보는 것은 다릅니다.


여행을 기획하는 입장에서는 여러 곳을 둘러보는 것을 목표로 삼기 쉽지만 꼭 그것이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도장 찍듯 훑어보는 여행은 별다른 감흥을 남기지 못하기 쉽지요. 가능한 진득하게 한 곳을 보고 그곳 만의 매력을 진득하니 느끼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많은 것을 보는 것보다 잘 둘러보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지요.


1호갱까지 둘러보니 벌써 점심시간입니다. 다행히 유적지 옆에 식당이 있네요. 일종의 뷔페식 식당이 있어 점심을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좀 지쳤기 때문일까요? 친구들이 이건 무어고, 저건 어떻게 먹느냐 묻는데 알아서 해보라고 떠밀었습니다.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하고 시켜도 보라고.


초등학생 및 청소년들과 여행을 해보고, 어른들과도 여행을 해봤지만 확실히 어린 친구들은 직접 뛰어드는 데 거침이 없습니다. 옛말에 궁즉통窮則通이라고, 필요를 느끼면 해결할 방법을 찾는다고 각자 먹고 싶은 것을 골라 손짓 발짓을 하면서 잘 시켜 먹더군요. 말이라도 한마디 더 하고, 직접 현지인을 상대하며 배우는 것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박물관 가는 길, 뒷길이라 좀 한산했습니다.


점심을 먹고 여러 유물이 있는 박물관을 둘러보았습니다. 유리문 너머로 보이는 여러 유물은 수천 년 전 사람들의 삶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병마용의 압도적인 스케일도 인상 깊었지만, 박물관에서 만나는 고대인들의 소박함도 좋았습니다. 사람들은 병마용의 섬세함을 극찬하지만, 저는 도리어 투박한 옛 유물의 모습에 마음이 끌렸습니다. 수천 년 전 지금과 똑같은 인간이 숨 쉬고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일 거예요.


병마용과 더불어 여기서 출토된 청동 마차도 꽤 유명합니다. 박물관에서는 이를 복원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일행은 살짝 구경을 하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어요. 어찌나 사람이 많은지 자칫하면 위험하겠다 싶어 물러설 수밖에요. 아마도 오후가 되니 더 많은 사람이 몰려든 것인가 봅니다. (나중에서야 왜 이리 가는 곳마다 사람이 많은지를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그 이유는 차차...)


이 소박한 석상 앞에서 꽤 많은 생각을 했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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