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픈옹달 Apr 22. 2019

지하궁전에서 훠궈의 변신까지

중국역사문화기행 3기 #7

박물관에서 나오니 기사가 위챗으로 메시지를 보냈더군요. 대체 언제 나오냐고. 돌아가는 길에 한 곳이라도 더 보아야 하니 서둘러 나가기로 했습니다. 나가는 길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병마용 박물관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병마용에서 나가는 길은 들어오는 길과 다릅니다. 들어오는 길이 한적했다면 나가는 길은 여러 상점으로 붐빕니다. 눈길을 끄는 기념품이 많아요.


나오는 길은 번화한 거리나 다름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기념품을 사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비싸기만 하고 실용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무어라도 하나 사놓으면 추억의 흔적이 되니 영 쓸모없는 일은 아닌가 봅니다. 좀 서둘러 나가려고 했는데 친구들이 물건을 구경하느라 가는 길이 더디고 말았습니다. 기사한테는 곧 나간다 했는데... 보통 같으면 쓸모없는 것에 눈 돌리지 말고 어서 가자고 할 테지만, 자기들끼리 물건 값을 물어보고 관심을 가지는 것이 흥미로워 멀찍이서 지켜보고 내버려 두었습니다.


기념 삼아 시계를 50위안에 샀다고 자랑합니다. 헌데 조금 지나니 누구는 똑같은 것을 40위안에 사네요. 나중에는 시계줄까지 더해서 30위안에 삽니다. 출구가 가까워질수록 가격이 내려가는 마법. 바가지 쓰지 말라고 일러주었어야 했을까요? 아니요, 직접 몸으로 경험하는 것만큼 좋은 경험은 없습니다. 50위안을 내고 배가 아팠으니 이제는 좀 다르게 행동하겠지요.


진시황은 화폐를 통일한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수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돈을 어떻게 쓰느냐는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끄는 일이지요.


벌써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진득하니 더 많은 것을 보고 싶지만, 이제 돌아가야 할 때입니다. 돌아가는 길에 지하궁전에 들리기로 합니다. 지하궁전은 유적지는 아니고 따로 만들어놓은 관광시설이라 할 수 있어요. 들어가는 입구에 <사기 진시황본기>에 기록된 진시황 무덤에 관한 기록이 있습니다. 이런 건 읽어주어야지요 암!


진시황 무덤은 현재 발굴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수십 년 간 발굴될 일은 없을 것입니다. 무덤을 발굴할 경우 유물이 급속도로 부식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지요. 어떤 사람은 이미 진시황의 무덤에 도굴꾼들이 다녀갔다고 이야기합니다. 유물이라고 할 것이 남아 있지 않아 일부러 발굴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하는 것이라 말합니다. 또 누구는 사실은 진시황의 무덤이 아니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진시황 무덤을 둘러싼 이런저런 소문은 끊이지 않습니다. 


병마용에서 셔틀버스를 타면 진시황 무덤에 직접 갈 수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볼 것은 없습니다. 병마용 뒤에 위치한 진시황의 무덤은 그저 커다란 산일 뿐입니다. 후대에는 그런 관습이 사라지지만 진시황 때만 해도 황제의 무덤을 산처럼 크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크기로 치면 진시황릉은 세계에서 가장 큰 무덤으로 손꼽힙니다. 


<사기>의 기록에 따르면 진시황의 무덤 속에는 천하의 모습이 구현되어 있다고 합니다. 하늘에 별을 수놓았고, 땅에 흐르는 모습도  그대로 옮겨 두었다 해요. 수은을 이용해 흐르는 물을 형상화해놓았다 전해집니다. <사기>의 저자, 사마천은 대체 이를 어떻게 알았던 것일까요? 


정식 명칭은 秦陵地宫qínlíngdìgōng입니다. 입구에서 <사기> 본문이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비판적인 관점에서 보면 진시황의 무덤을 둘러싼 사마천의 기록은 믿을 것이 못됩니다. 사마천의 상상, 혹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소문을 기록한 것은 아닐까요? 그러나 전설이 사실이 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병마용이 발굴되기까지 진시황의 무덤을 둘러싼 기록은 사마천이 지어낸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병마용이 발굴된 이후에는 달라졌지요. 도리어 그 기록을 의심하는 것을 의심하기 시작한 것이지요.


병마용을 직접 눈에 담은 이후 저도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저 수많은 흙인형을 빚어내었다면 지하에 천하의 모습을 담은 궁전을 마련해 놓지 못할 것은 또 무엇일까? 현실은 상상을 뛰어넘곤 합니다. 진시황의 무덤은 정말 사마천의 기록과 같은 모습은 아닐까요? 아직은 믿거나 말거나. 


아쉬운 대로 진시황의 무덤, 그의 지하궁전을 상상으로 꾸며낸 곳을 방문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방문하면서 친구들에게 일러주었습니다. 이곳은 사마천의 기록을 토대로 만든 공간이라고. 병마용의 웅장한 모습을 보고 왔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문자로 쓰인 것을 눈앞에 생생하게 살려낸 까닭일까요. 모두 휘둥그레 한 눈으로 지하궁전을 둘러보고 왔습니다.


생각보다 넓고 흥미로운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만세를 꿈꾼 황제가 지하에 저렇게 잠들어 있다고 합니다.


볼거리로만 따지면 별로 매력적인 곳은 아닐지 모릅니다. 사람이 만든 조형물로 꾸며진 공간이니까요. 그러나 공부하는 마음이 있다면 한 번쯤 들려봐도 좋을 곳입니다. 병마용의 흙인형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과정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사마천의 기록을 현실로 눈앞에 옮겨 보여주기 때문이지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꽤 만족스러운 경험이었습니다.


시안 시내의 숙소로 돌아오니 벌써 저녁 시간이 되었습니다. 식당을 찾는 일은 가이드의 큰 고민 가운데 하나이지요. 훠궈를 먹고 싶다는 요청에 따라 훠궈 식당을 찾아보았지만 좀 찾기 힘들더군요. 게다가 보통 훠궈는 매운 음식인데, 강한 향신료에 손도 못 대는 것은 물론 먹고 탈 나는 경우도 있으니 걱정이었습니다. 맵지 않은 훠궈 음식점을 찾아 돌아다니다, 겨우 주변에서 적당한 식당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분명 훠궈라고 했는데 우리가 아는 훠궈와는 좀 다른 식입니다. 보통 훠궈는 국물에 다양한 재료를 익혀 먹는 음식이건만, 이곳의 훠궈는 일종의 찜(?)과 같은 식입니다. 훠궈火锅에는 커다란 솥에 여러 재료를 함께 익혀 먹는 음식이라는 뜻이 있으니 영 틀린 것은 아니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바로 다음날 훠궈의 본고장 쓰촨으로 가니 이런 식의 낯선 경험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재료를 이렇게 잘 늘어놓고
특제 소스(?!)도 만들어 넣어줍니다.
재료를 잘 배치한 뒤 가열해 조리합니다.
다들 젓가락을 움직이느라 바빴어요.


중요한 것은 기대와는 좀 달랐지만 맛있게 먹었다는 말씀. 이렇게 틀에 잡히지 않은 여행을 하다 보면 영 생각지 않던 음식도 만나는 법입니다. 예상치 못한 만남이 선물이 되는 것도 여행의 또 다른 매력이지요. 


본격적인 첫날의 여정이 이렇게 끝났습니다. 고작 하루의 일정을 소화했지만 벌써 며칠을 지낸 것 같습니다. 아마도 쉬이 지울 수 없는 경험들을 연이어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직도 한참이나 남았습니다. 전날 비행기를 타고 수백 킬로미터를 날아왔다면 다음 날에는 기차를 타고 수백 킬로미터를 달려야 할 차례입니다. 청두成都, 시안과는 다른 매력을 가진 도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대륙, 아니 협곡을 가로질러 달린 이야기는 다음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