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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픈옹달 Dec 02. 2021

장자씨 헛소리도 잘하시네 5

우화로 읽는 장자 - 인간세 1/2

안회가 떠난다고 하자 공자가 물었어. "어디로 가느냐?" "위나라로 가려합니다." "어찌 그 나라로 가느냐?" "제가 듣기로 위나라 군주는 젊고 왕성한데 멋대로 행동한답니다. 가벼이 나라를 다스리면서 제 잘못은 돌보지 않습니다. 백성들의 죽음도 아랑곳하지 않기에 죽은 자가 나라에 가득 차, 마치 숲이 다 타버린 것과 같고, 백성들이 어찌할 바를 모른다고 합니다. 일찍이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기를 평안한 나라를 떠나 어지러운 나라로 가라고 하셨습니다. 마치 의원에게 병자들이 몰려드는 것 같다고 하셨지요. 가르침 받은 것을 따르려고 합니다. 그렇게 하면 위나라가 바르게 될 수 있겠지요."


공자가 말했지. "아! 아마도 네가 가서는 형벌을 받을 것이다. '도'는 어지러우면 안 되는 법이다. 어지러우면 번다하고 번다하면 흔들리며, 흔들리면 근심이 있기 마련. 근심하며 남을 구제할 수 없느니라. 옛날에 지극한 사람은 먼저 자신을 챙기고 나서 남을 챙겼다. 스스로가 아직 안정되지 않았는데 어찌 포악한 사람의 행동에 관여하겠느냐.


너는 덕이 어지러워지고 지식이 나오는 곳을 알지 않느냐? 덕은 명성을 얻다 어지러워지며, 지식은 다툼에서 나온다. 명성이란 서로 견주는 것이고, 지식이란 다투는 도구이다. 이 둘은 흉악한 도구이니 힘써 추구할 것이 못된다.


덕이 두텁고 믿음이 견고하더라도 사람의 기분을 다 살피지는 못한다. 명성으로 다투지 않는다 해도 사람의 마음을 다 살피지는 못한다. 그런데도 억지로 인의의 규범을 이야기하는 가르침을 포악한 사람 앞에 늘어놓는다면 다른 사람의 단점으로 자신의 장점을 드러내는 일이다. 이를 일러 '남을 해치는 짓'이라 한다. '남을 해치는 짓'을 하면 남도 거꾸로 해치려 들 것이다. 아마 너도 남에게 해침을 당할 테지.


위나라 군주가 빼어난 자를 반기고 못난 자를 미워한다고 하자. 어찌 쓸데없이 너를 등용할까. 너는 아무 말도 하지 말아야 한다. 제후들이란 남을 제압하여 스스로를 뽐내고자 하는 자들이다. 너는 그들 앞에서 눈이 아찔해지고, 얼이 빠져 버리겠지. 입으로는 아첨하는 말을 늘어놓으며, 행동은 굽신거릴 테다. 마음도 그를 따라가겠지. 이는 불로 불을 끄거나 물로 물을 막으려는 것과 같으니 이를 '쓸데없는 짓거리'라고 한다. 처음부터 조심하면 아무 문제가 없을 테지만, 너는 아마도 신뢰는 받지 못하면서 말은 많이 늘어놓을 테니 분명 포악한 사람 앞에서 죽임을 당할 테다.


옛날 걸 임금은 관용봉을 죽였고, 주임 금은 왕자 비간을 죽였다. 이들은 모두 스스로 덕을 닦은 자았으나, 아랫사람인데도 백성들을 어루만지고 윗사람을 거스렀던 자들이다. 그러므로 임금들은 덕을 닦은 것을 꼬투리 잡아 그들을 벌하였다. 그들은 명성을 좋아하는 자였다. 옛날 요임금이 총, 지와 서오를 정벌하고, 우임금은 유호를 정벌하였다. 그들 나라는 텅 비고 엉망이 되었고, 그 나라의 임금은 죽임을 당하였다. 그들이 끊임없이 전쟁을 일으켰으며, 이익을 탐하기를 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모두 명성과 이익을 탐하는 나라였다. 너는 들어보지 못했느냐? 명성과 이익이라는 것은 성인도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다. 헌데 네가 어떻게 감당하겠느냐? 그래도 분명 네가 생각한 것이 일을 테다. 한번 이야기해 보거라.


안회가 말했어. "단정하니 마음을 비우고, 노력하여 마음을 하나로 하면 괜찮겠습니까?" "아, 어찌 괜찮겠느냐? 위나라 임금은 사나운 마음이 가득하여 행패를 부리며, 마음이 오락가락한다. 다른 사람들을 쩔쩔매도록 하니,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억누르고 제 마음대로 하기를 즐긴다. 그를 두고 조금의 덕도 없다고 하는데, 큰 덕은 어떻겠느냐. 고집을 피우면서 바뀌려 하지 않다. 겉으로는 따르는 것 같아도 속으로는 아무 생각도 없으니 어찌 괜찮겠느냐?"


"그렇다면 저는 속으로는 강직하지만 겉으로는 유연하게 행동하겠습니다. 옛사람에 견주어 생각하도록 하겠습니다. 속으로 강직하다는 것은 하늘과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하늘과 하나가 되는 자는 천자와 자기 모두 하늘이 낳은 것을 압니다. 자기의 말을 다른 사람이 좋게 여기기만 바라거나, 다른 사람이 좋지 않게 여기기 바라겠습니까. 이러면 사람들은 어린아이라고 부릅니다. 이것이 바로 하늘과 한 무리가 된 것입니다.


겉으로 유연하다는 것은 사람과 한 무리가 되는 것입니다. 홀을 들거나 무릎을 꿇어 절하거나 몸을 구부려 인사하는 것 따위는 신하의 예입니다. 사람들이 모두 이렇게 하니 제가 감히 하지 않겠습니까? 다른 사람의 행위를 따르니 사람들도 꼬투리 잡지 못합니다. 이를 사람과 한 무리가 되었다 합니다.


옛사람에 견주어 생각한다는 것은 옛사람과 한 무리가 되는 것입니다. 그 말이 비록 가르치는 말이라 하더라도 실제로는 꾸짖는 것입니다. 옛날에 있었던 말이지 제가 하는 말이 아닙니다. 이렇게 하면 비록 강직하더라도 문제가 생기지 않습니다. 이를 옛사람과 한 무리가 되었다 합니다. 이렇게 하면 괜찮겠습니까?"


공자가 말했어. "아! 어찌 괜찮겠는가! 위나라 군주를 바로잡고자 하는 일이 너무 번잡하여 마땅하지 않다. 비록 죄를 얻지는 않겠지만 거기에 그칠 뿐이다. 어찌 그를 교화하는데 이르겠는가? 여전히 제멋대로 행동할 것이다."


안회가 말했어. "제가 어찌할지 모르겠습니다. 방책을 여쭙겠습니다."


공자가 말했지. "제계하라. 네에게 말해주마. 똑같은 마음을 품고 제계하면 쉽겠느냐? 쉽다고 한다면 하늘이 못마땅하게 여기리라."


"저희 집이 가난하여 술도 마시지 않고, 향신료가 들어간 음식을 먹지 못한 지가 수개월입니다. 이렇다면 제계했다 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건 제사의 제계이지 마음의 제계가 아니다."


"마음의 제계가 무엇인지요?"


"네 마음을 하나로 하라. 귀로 듣지 말고 마음으로 듣고, 마음으로 듣는 것을 넘어 흐름으로 들어라. 귀에서 듣는 것을 멈추고, 대상에서 마음의 작용을 멈추라. 흐름이란 텅 빈 곳에서 사물을 대하는 것이다. 오직 '도'는 텅 빈 곳에 모이기 마련. 비어있음, 이것이 마음의 제계이다."


"제가 말씀대로 따르기 전에는, 실제로 제 스스로였습니다. 말씀을 따르고 나니 제 자신이 있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런 것을 텅 빔이라 하겠는지요?"


선생께서 말씀하셨지. "훌륭하구나! 너에게 일러주마. 너는 세속의 울타리 속에 들어가 노닐 수 있겠지만 명성에 마음이 흔들리는 일은 없을 테다. 너를 받아주면 말을 하되, 받아주지 않으면 말을 그치라. 마음에 문을 걸어잠그지도 말고, 마음의 성을 쌓지도 말아라. 한결같이 마음을 두고, 어쩔 수 없음에 맡겨두라. 그러면 거의 무탈할 것이다. 


발 길을 끊기란 쉽지만 땅에 다니지 않기란 어렵다. 남에게 부림 받으면 거짓을 저지르기 쉽지만, 하늘의 부림을 받으면 거짓을 저지르기 어렵다. 너는 날개를 가지고 날아간다는 말은 들어보았겠지만 날개 없이 날아간다는 말은 듣지 못했을 테다. 마찬가지로 앎으로 안다는 말은 들어보았겠지만 앎 없이 안다는 것은 듣지 못했을 테다. 저 방을 보아라. 텅 빈 곳에 빛이 비치니 상서로움이 이른다. 상서로움이 이르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앉아서 내달림'이라 한다.


눈과 귀의 감각기관을 이끌어 안으로 통하게 하고 심지心知는 도외시하라. 그러면 귀신도 와서 머물 텐데 하물며 사람은 어떻겠느냐. 이것이 만물을 감화시키는 방법이다. 우임금과 순임금이 따랐던 방법이다. 복희 궤거도 평생 이렇게 하였다. 하물며 평범한 사람은 어떻겠는가?



섭공자고葉公子高가 제나라에 사신으로 가게 되었을 때 중니(공자)에게 물었어. "왕께서 저를 사신으로 삼았는데 매우 중대한 일입니다. 제나라는 사신을 대하는데 매우 정중하기는 하나 성급하게 움직이지는 않을 것입니다. 보통 사람의 마음도 움직이기 힘든데 하물며 제후의 마음은 어떻겠습니까? 이러니 제가 심히 걱정하고 있습니다.


선생께서 저에게 말씀해주셨지요. '작은 일이든 큰일이든 도리에 어긋나 성공을 기뻐하는 자는 드물다'라고. 일이 성공하지 못하면 분명 벌을 받을 것입니다. 일이 성공하지 못하면 분명 마음에 병이 생길 것입니다. 성공하건 못하건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은 도를 갖춘 자만이 가능한 일이겠지요. 


저는 밥을 먹는데도 입이 거칠고 아무 맛이 없습니다. 몸에 열이 나 더운 음식은 입에도 데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침에 임금님의 명을 받고는 저녁 내내 얼음을 달고 있습니다. 속에서 열불이나 그렇습니다. 실제로 일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이미 마음에 병이 나버렸습니다. 일이 성공하지 못하면 분명 벌을 받을 것입니다. 성공해도 문제고 성공하지 못해도 문제니 신하가 되어 도무지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선생께서 저에게 말씀 좀 해주십시오."


공자가 말했어. "세상에 크게 경계할 것이 둘인데, 하나는 운명(命)이고 또 하나는 도의(義)이지. 자식이 되어 부모를 사랑하는 것은 운명이야. 마음에서 놓아버릴 수가 없어. 신하가 되어 군주를 섬기는 것이 도의이네. 어디를 가든 군주의 땅이 아닌 곳이 있겠나. 세상에 도망갈 곳이 없어 그러니 크게 경계할 것이지.


그래서 부모를 섬기는 자는 자리를 가리지 않고 부모를 편안케 해드려야 해. 그것이 지극한 효야. 군주를 섬기는 자는 일을 가리지 말고 군주를 편안케 섬겨야 해. 그것이 참된 충성이야. 몸소 부모와 군주의 마음을 살피면 슬픔이나 즐거움이니 하는 것이 일어나지 않을 거야. 어쩔 수 없는 것을 알고 운명으로 편안히 받아들여야지. 이것이 지극한 덕이야. 남의 신하나 자식이 되어서 어쩔 수 없는 게 있어. 맡은 일을 실행하고 스스로를 잊어야 해. 삶을 기꺼워하고 죽음을 싫어할 겨를이 어디 있어. 자네는 군말 없이 가야 해.


내가 들은 것을 일러줌세. 가까운 사람과 사귀려면 반드시 서로 신뢰가 있어야 해. 먼 사람과 사귀려면 진정성 있게 말해야지. 말은 반드시 누군가 전해야 하는 법이야. 양쪽을 모두 즐겁게 하거나 양쪽을 모두 성내게 하는 건 세상 어려운 일이지. 양쪽을 즐겁게 하려면 반드시 지나친 미사여구로 말해야 해. 양쪽을 모두 성내게 하려면 지나치게 함부로 말해야 하지. 지나친 말 따위는 엉터리야. 엉터리로 말하면 신뢰가 없어, 신뢰가 없으면 말을 전하는 자는 화를 입게 되지. 그러므로 이런 말이 있다네. "사실대로 전하고 지나친 말을 하지 말라. 그러면 안전할 것이다."


또 말재주로 겨루는 사람은 처음에는 잘나가가지만 끝에는 문제가 생겨. 결국 지나치게 기교를 부리기 때문이야. 격식을 차려 술을 마시더라도 처음에는 멀쩡하지만 끝에는 취해버려. 결국 지나치게 즐기기 때문이야. 모든 일이 이래. 처음에는 조심스러워도 끝에는 난잡하다니까. 조그맣게 시작한 일도 끝에는 커지곤 하지. 


말은 바람이나 파도와 같아. 행동은 얻거나 잃어버리는 게 있어. 말이 바람이나 파도 같다는 것은 쉽게 움직인다는 뜻이고, 행동에 얻고 잃어버리는 것이 있다는 것은 쉽게 위험에 빠진다는 뜻이야. 그러므로 화내는 데는 다른 이유가 없어. 교묘한 말재주로 한쪽에 치우쳤기 때문이지.


짐승이 죽을 때 아무렇게나 소리를 내며, 숨을 헐떡이잖아. 이때 사나운 마음이 생겨나는 거야. 마찬가지로 너무 지나치게 따져 물으면 욱하는 마음이 생겨나기 마련이지. 왜 그런지는 모르고 말야. 왜 그런지도 모르는데 결국은 어떻게 되겠어? 그래서 이런 말이 있어. "명령을 바꾸지 마라. 성공을 애쓰지 마라." 지나침은 쓸데없는 짓이지. 명령을 바꿔 애써 성공하려는 것은 위험한 일이야. 일을 잘 이루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한 법이다. 일을 망치면 고칠 겨를도 없어. 그러니 조심해야지. 그러니 상황에 맡겨두고 마음에 여유를 가져. 어쩔 수 없다고 하고 마음을 보살피는 것이 제일이야. 일을 꾸며서 임금께 보고할 게 뭐 있나. 명을 따르는 것보다 나은 게 있겠어. 헌데 이게 어려운 일이지."



* 매주 목요일 메일을 통해 장자 번역을 나눕니다. 메일링을 신청해주세요. https://zziraci.com/mailing


* 번역문은 원문과 함께 편집하여 차후 <장자씨 헛소리도 잘하시네(가제)>라는 제목의 책으로 엮어볼 예정입니다. 우화의 형식을 살려 대화체로 옮겼고, 딱딱한 직역보다는 가능한 의미가 통하도록 옮겼습니다. 관심있으신 분은 사전구매 해주세요. https://zziraci.com/kuangrenzhuangz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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