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로 읽는 장자 - 인간세 2/2
안합이 위령공 태자의 스승이 되어 거백옥에게 물었어. "그 사람됨이 사납고 모자란 구석이 있습니다. 그를 멋대로 내버려 두려니 나라가 위태롭고 그를 가르치려니 제가 위태롭습니다. 그는 남의 잘못은 알지만 자신의 잘못은 알지 못합니다. 이런 사람을 어떻게 해야 합니까?"
거백옥이 말했어. "좋은 질문이야. 조심히 삼가게. 행동을 바르게 해야 해. 겉으로는 따르고 마음으로는 어울리는 게 최선이야. 그렇지만 두 가지 문제가 있어. 겉으로 따르더라도 같아져서는 안 되고, 마음으로 어울리더라도 드러내서는 안 되는 법이야. 겉으로 따르다가 같아지면 거꾸로 화를 입어 풍비박산 나겠지. 마음으로 어울리는 것을 드러내면 명성을 얻으려 한다고 손가락질받으며 욕을 먹겠지.
그가 어린아이가 되면 그와 함께 어린아이가 되어야 해. 거침없이 행동하면 그와 함께 거침없이 행동해야 해. 어처구니없이 행동하면 그와 함께 어처구니없이 행동해야 해. 이렇게 할 수 있으면 아무 문제가 없을 거야.
사마귀를 본 적이 있지? 성을 내며 수레바퀴에 맞서곤 하잖아. 상대할 수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제 능력을 너무 내세운 거야. 조심히 삼가야 해. 지나치게 자랑하며 내세우는 자는 남에게 화를 입지.
호랑이를 키우는 사람을 보았지? 살아 있는 동물을 먹이로 주지 않아. 그 동물을 죽이는 사나움 때문이야. 온전한 상태로 주지 않아. 그 먹이를 찢는 사나움 때문이야. 굶주렸을 때, 배부를 때를 맞추어 그 사나운 마음을 다스려야 해. 호랑이는 사람과 다르지만 사육자에게 잘 보이려 하는 것은 그 본성을 따르기 때문이야. 죽임을 당하는 것은 본성을 거스르는 것이지. 말을 아끼는 사람은 광주리로 똥을 받고, 조개껍질로 오줌을 받아. 헌데 마침 모기 한 마리가 말에 앉았어. 그 모기를 잡다 갑자기 말을 때리지. 그러면 갑자기 사나워 재갈을 끊고 발광하는 바람에 사육사의 가슴뼈가 부서지고 머리가 깨져버려. 마음은 지극하지만 도리어 화를 입을 수 있어. 그러니 조심해야 해."
장석이 제나라로 갈 때 이야기야. 곡원曲轅이라는 곳을 지나는데 사당에 심어진 커다란 나무를 보았어. 어찌나 큰지 수천 마리 소떼를 가릴 정도였지. 굵기는 백 아름 정도 되는 데다 높이는 산을 훌쩍 넘더라니까. 열 길 정도가 되어서야 가지가 있는데 얼마나 굵은지 수십 척의 배를 만들 수 있을 정도였어. 구경하는 사람들이 모여 마치 시장터 같았는데도 장석은 돌아보지 않고 묵묵히 가던 길을 계속 갔지.
한 제자가 실컷 구경하다 장석에게 달려와 물었어. "제가 선생님 밑에서 도끼를 들고 다닌 이후로 이렇게 멋진 재목 본 적이 없습니다. 헌데 선생님께서는 돌아보지도 않으시고 가던 길을 계속 가시니 어째서인가요?"
“쓸데없는 소리 말어. 쓸모없는 나무야. 저 나무로 배를 만들면 가라앉고, 관을 만들면 금방 썩으며, 그릇을 만들면 쉬이 깨어지지. 문을 만들려니 진액이 흐르고, 기둥을 만들려니 벌레가 꼬여 버린다. 재목감이 못 되는 나무야. 쓸모가 없으니 저렇게 오래 크게 자랄 수 있었지."
장석이 돌아온 뒤, 꿈에 그 나무가 나오는 게 아니겠어. "너는 나를 무엇에 견주느냐? 나를 번듯한 나무들에 견주느냐? 저 사과, 배, 귤, 유자 등 열매를 맺는 것들은 과실을 맺으면 치욕스럽게 화를 당한다. 큰 가지는 잘리고 작은 가지는 뜯기지. 과실을 맺는 제 능력이 삶을 고통스럽게 하는 거야. 그렇게 결국은 제 수명을 다 살지 못하고 일찍 죽어버린다. 스스로 세속의 공격을 당한 거나 마찬가지야. 세상 사람들도 모두 이와 비슷해. 그러니 내가 쓸모없고자 오래도록 노력한 거야. 거의 죽을 뻔했지만 지금은 쓸모없는 존재가 되었네. 그 쓸모없음이 나에게는 큰 쓸모가 되었네. 내가 쓸모있고자 하였다면 이렇게 크게 자랄 수 있었겠나? 또 너나 나나 모두 별반 다르지 않아. 어찌 상대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할 수 있겠나. 게다가 거의 죽을뻔한 쓸모없는 인간이 또 어떻게 이 쓸모없는 나무에 대해 알까?"
장석은 꿈에서 깨어나 이야기를 들려주었어. 제자가 말했지. "쓸모없고자 하였다면 어째서 사당에 심겼을까요?" "쉿! 아무 말 하지 말게. 저 나무도 사당에 의지하는 게 있는 거야. 그 나무를 모르는 자들은 쓸모없는 짓이라 하겠지. 사당에 심기지 않았다면 아마 잘렸을 테지. 그러니 저 나무가 스스로를 살피는 것은 뭇사람들과는 다른 거야. 그런데도 똑같은 도리를 가지고 그를 평가한다면 어리석은 짓 아니겠나."
남백자기가 상구商丘로 가는 길에 커다란 나무를 보았어. 기이한 모습에, 수레 천 대를 매어놓았는데, 나무에 가리워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네. "이게 무슨 나무일까! 분명 기이한 재목이다." 위를 보았더니 가는 가지는 휘어져 대들보를 만들 수 없었고, 아래의 굵은 뿌리를 보니 갈라져 관을 만들 수 없었을 정도였어. 잎을 핥으면 입이 문드러져 상처를 입고, 냄새를 맡으면 사흘이나 정신을 잃었다지.
"이것이 바로 재목 감이 못 되는 나무다. 그러니 이렇게 클 수 있었지. 아! 성인도 이렇게 재목 감이 못 되는 쓸모없는 사람이지."
송나라 형씨는 여러 나무가 잘 자라는 곳이었어. 손으로 잡을 정도의 굵기면 원숭이를 매어 놓는 말뚝으로 쓰려고 베어갔지. 서너 아름 정도면 이름난 재상집의 대들보로 베어 가고. 일고여덟 아름 정도면 부잣집에서 관을 짠다면 베어갔어. 이렇게 제 수명을 살지 못하고 중간에 베어지니. 이것이 재목감의 걱정이야.
그러니 제사를 지낼 때 이마가 흰 소, 코가 비뚤어진 돼지, 치질이 있는 사람은 재물로 쓰지 않는 단다. 이들을 하백에게 제사지내지 않는 거지. 무당이라면 다 알고 있는 사실이야. 그들은 상서롭지 않기 때문이라 하겠지만, 신인은 참으로 상서롭지 않다고 여기지.
지리소는 턱이 배꼽에 닿을 정도이고 어깨는 정수리보다 높았어. 상투는 하늘로 솟았고, 오장이 위에 있고, 두 넓적다리는 옆구리에 붙은 곱사등이였어. 그래도 바느질을 하서 입에 풀칠을 하고, 키질을 해서 곡식을 까부리며 열 사람을 먹여 살렸어.
나라에서 병사를 징집하면 지리소는 두 팔을 걷어붙이고 당당하게 다녔지. 거리끼는 게 없었거든. 나라에서 노역을 시키는 일이 있어도 지리는 몸 때문에 끌려가지 않았어. 헌데 나라에서 병자들에게 하사품을 내리면 삼종의 곡식과 열 묶음의 땔감을 받았어. 비록 몸은 그렇게 못낫지만 그 자신을 잘 간수할 수 있고 제 수명을 살았다고 해. 하물며 그 덕이 못난 사람은 어떨까.
공자가 초나라로 갔는데 초나라 미치광이 접여가 공자를 찾아왔어.
"봉황새여 봉황새여! 덕이 쇠하였는데 어떻게 할 것인가? 앞으로 기대할 것도 없고, 지나간 일은 좇을 수 없네. 천하가 제대로 돌아가면 성인께서 업적을 이루나, 천하가 어지러우면 성인도 그저 살아가는 거야. 지금은 겨우 형벌을 면할 때라네.
깃털보다 가벼운 복을 가질 줄 모르고, 바윗돌보다 무거운 화를 피할 줄 모르니. 그만두어 그만두라니까. 뭣하러 사람들에게 덕을 이야기하나. 위험하이 위험해. 그렇게 애써 힘쓰는 건. 가시나무야 가시나무야 내 길에 생채기 내지 마라. 굽이굽이 걸어가니 내 발을 찌르지 마라."
산의 나무는 스스로 베어지고, 등잔불은 스스로 태우지. 계수나무는 먹을 수 있으니까 베어지고. 옻나무는 쓸모가 있으니까 잘리는 거야. 사람들은 쓸모 있음의 쓸모는 알지만 쓸모없음의 쓸모는 모른다니까.
* 매주 목요일 메일을 통해 장자 번역을 나눕니다. 메일링을 신청해주세요. https://zziraci.com/mailing
* 번역문은 원문과 함께 편집하여 차후 <장자씨 헛소리도 잘하시네(가제)>라는 제목의 책으로 엮어볼 예정입니다. 우화의 형식을 살려 대화체로 옮겼고, 딱딱한 직역보다는 가능한 의미가 통하도록 옮겼습니다. 관심있으신 분은 사전구매 해주세요. https://zziraci.com/kuangrenzhuangz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