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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픈옹달 Dec 23. 2021

장자씨 헛소리도 잘하시네 9

우화로 읽는 장자 - 응제왕

설결이 왕예에게 물었어. 네번 불었지만 네번 다 모른다 하데. 이를 듣고 설결이 펄쩍 뛰며 기뻐했지. 포의자에게 가서 이야기해주었어. 포의자가 말했어. "너는 지금에야 그것을 알았느냐? 유우씨도 태씨에는 미치지 못한다. 유우씨는 인을 품고 사람들을 가르치려 한다. 그렇게 사람을 얻었지만 사람들을 탓하는 데서는 벗어나지 못했다. 태씨는 느긋하게 누워 자고 깨어나면 정신이 또렷하지. 스스로 말이 되었다가 스스로 소가 되기도 해. 그 지혜는 참되고 그 덕은 진실하지. 그렇게 남을 탓하는 데에 발을 들여놓지 않았어."




견오가 미치광이 접여를 만났지. 미치광이 접여가 말했어. "일중시가 너에게 뭐라 하든?" "나에게 이렇게 말하더군. '군주된 자가 몸소 법령을 내리고 사람들의 행동을 바로잡는다면 누가 감히 군주의 명을 듣고 교화되지 않겠는고'라고." "그건 거짓 덕이야. 그렇게 천하를 다스리는 것은 맨몸으로 바다를 건너고 강물을 내겠다고 땅을 파헤치는 것이나 다름없지. 모기에게 산을 짊어지라고 하는 꼴이야 성인의 다스림이 밖을 다스리는 것이겠어? 스스로 바른 뒤에 행동으로 옮기는 거야. 그 맡은 일을 분명히 할 뿐이야. 새는 높이 날지. 화살을 피해서 그러는 거야. 쥐는 제단 아래에 깊이 굴을 파지. 연기로 사냥하는 자들을 피하려고 하는 거야. 헌데 너는 왜 두 짐승보다 어리석은 걸까?"




천근이 은양에서 노닐다 요수 가에 이르렀어. 어쩌다 무명인을 만나 물었지. "천하를 다스리는 법을 묻고 싶습니다." 무명인이 답했어. "저리 가게. 못난 사람 같으니라고. 어찌 질문이 그리 하찮은고. 나는 조물자와 어울리려 하네. 싫증이 나면 아득히 날아오르는 새를 타고 이 세계 바깥으로 떠나야지. 그렇게 아무것도 없는 고을에 노닐고, 넓고 아득한 들판에 살아야지. 그대는 어찌 천하를 다스리는 일 따위로 내 마음을 흔드는고?" 천근이 다시 물었어. 무명인이 답했지. "그대는 담담한 데에 마음을 노닐게. 막막한 데에 기를 합하도록 하고, 저절로 그러함을 따르게나. 그렇게 사사로움이 없다면 천하가 다스려질 걸 세."




양자거가 노담을 만나 물었어. "여기 한 사람이 있다고 칩시다. 행동이 재빠르고 든든하며, 사물을 꿰뚫어 보는 지혜를 가지고 있고, 도를 배우기를 게을리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이라면 지혜로운 임금에 견줄 수 있을까요?" "이런 사람을 성인에 견주자면 잔재주를 부리는 사람에 불과하지. 몸은 피곤하고 마음엔 근심이 있는 사람이야. 호랑이나 표범은 무늬 때문에 사냥꾼을 불러오고, 원숭이나 개는 그 재주 때문에 묶이게 되지. 이런 걸 지혜로운 임금에 견줄 수 있겠나?"


양자거가 깜짝 놀라 말했어. "지혜로운 임금의 다스림에 대해 여쭙겠습니까. 말씀해주십시오!" "지혜로운 임금의 다스림이란 말이지 공적이 온 천하를 덮더라도 자기가 한 것이 아닌 것처럼 여겨. 백성들에게 교화를 베풀지만 백성들이 그것을 모르지. 무어라 부를 수 없어. 백성들이 스스로 기뻐하게끔 하고, 그 다스림을 헤아릴 수 없지. 그러면서도 있음과 없음 사이를 노니는 사람이야."




정나라에 신묘한 능력을 가진 무당이 있었는데 계함이라 했지. 사람의 수명이나 운세를 잘 알았어. 몇 날 며칠까지 알아맞히는 것이 귀신같았어. 정나라 사람 가운데 그를 보면 모두 달아나 숨는 자가 있을 정도였어. 열자가 그를 보고 넋을 잃고 돌아와 스승 호자에게 말했지. "예전에 저는 선생님의 가르침이 최고라고 생각했습니다. 헌데 그보다 더 빼어난 자가 있더군요." 호자가 말했지. "내 너에게 껍데기에 대해서는 일러주었으나 알맹이에 대해서는 일러주지 않았다. 그런데도 네가 도를 안다고 할 수 있느냐? 암컷이 많더라도 수컷이 없으면 어떻게 알을 낳느냔 말이다. 너는 도를 가지고 세상에 나서 기어코 이름을 떨쳐 보겠다고 하느냐? 그러니 남에게 네 상相을 보이고 그랬지. 너는 한번 그를 불러와 나를 그에게 보여 보거라."


다음날 열자가 계함을 데리고 와 호자를 보였어. 계함이 나오며 열자에게 말했지. "아! 그대의 선생은 죽을 상이요. 살지 못하오. 얼마 남지 않았네. 내 괴이한 것을 보았는데, 젖은 재와 같더군." 열자가 들어가 옷깃을 눈물에 적시며 호자에게 이 말을 전했어. 호자가 말했지. "아까 나는 땅의 모양으로 그에게 나를 보였다. 산처럼 흔들리지도 움직이지도 않지. 아마도 내 덕이 막힌 모양을 보았던 것일 테지. 다시 데리고 와 보거라."


다음날 다시 데리고 와 호자를 보였어. 계함이 나오며 열자에게 말했지. "다행이오. 그대 선생이 나를 만나 낫게 되었구료. 오롯이 생기가 있소. 싹이 오르는 것을 보았다오." 열자가 들어가 호자에게 이 말을 전했어. "아까 나는 하늘의 움직임을 그에게 보였지. 껍데기도 알맹이도 없지만 깊숙한 곳에서 꿈틀대는 것이지. 아마도 내 덕이 활발한 모양을 보았던 것일 테지. 다시 데리고 와 보거라."


다음날 다시 데리고 와 호자를 보였어. 계함이 나오며 열자에게 말했지. "그대의 선생은 일정치 않구려. 내 그 상을 읽지를 못하겠소. 일정하게 되면 다시 상을 봅시다." 열자가 들어가 호자에게 이 말을 전했어. "아까 나는 텅 비어 헤아릴 수 없는 것을 보였지. 아마도 내 기운이 멋대로 흐트러지는 것을 보았을 테지. 뱀처럼 소용돌이치는 듯한 물도 있고, 움직임 없이 고요한 물도 있고, 졸졸 흐르는 못도 있지. 물에는 아홉 가지가 있는데, 그 가운데 셋이 이렇지. 다시 데리고 와 보거라."


다음날 다시 데리고 와 호자를 보였어. 제대로 자리 잡기도 전에 얼이 빠져 달아났지. 호자가 말했어. "쫓아라!" 열자가 쫓았지만 잡지 못했어. 돌아와 호자에게 말했지. "이미 달아나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제가 잡을 수 없었어요." "아까 나는 도가 미쳐 생겨나기 이전을 보였지. 나는 도와 더불어 텅 비어 껍데기처럼 되었으니 누구인 줄 몰랐겠지. 그래서 헤아릴 수 없고, 막막하다고 여겨서 도망갔던 게야."


그 후 열자는 스스로 배우지 못했다고 여기고 집으로 돌아갔어. 삼년 동안 집 밖을 나서지 않고 아내를 위해 밥을 지었어. 가축을 마치 사람처럼 기르고 세상 일에 따로 마음을 두지 않았지. 소박한 삶을 살고자 했어. 묵묵히 홀로 살고자 했고, 어지러운 일에 상관치 않았어. 그렇게 평생토록 살았지.




명예의 종노릇을 하지 말아야 해. 꾀주머니 역할도 하지 말아야 하고. 세상일에 관여하지 말아야 해. 지혜의 주인 노릇도 하지 말고. 끝없는 것을 몸으로 체득하고 흔적 없는 데에 노닐도록 해. 하늘에서 받은 수명을 다해야지. 무엇을 얻어보겠다고 하지 말고. 텅 비어 있을 뿐이야. 지극한 사람의 마음씀은 마치 거울과 같거든. 배웅하지도 맞이하지도 않아. 마음에 일어나는 게 있어도 그것을 간직해두지 않지. 그러니 사물을 부리면서도 상처입지 않는 거야.




남쪽 바다의 임금이 숙, 북쪽 바다의 임금이 홀이었어. 중앙의 임금은 혼돈이었고. 마침 숙과 홀이 혼돈의 땅에서 만났어. 혼돈이 그들을 매우 잘 대해주었지. 숙과 홀이 혼돈에게 보답할 방법을 생각했어. "사람들은 모두 일곱 구멍이 있지. 이걸로 보고 듣고 먹고 숨 쉬지. 혼돈만 없구먼. 우리 구멍을 뚫어주자." 하루에 하나씩 구멍을 뚫었어. 일곱째 되는 말 혼돈이 죽었지 뭐야.




<응제왕>까지 <장자 내편> 번역문을 모두 나누었습니다. 앞으로 종이책으로 엮어볼 예정이예요. 예상보다 늦어졌지만 곧 종이책으로 찾아뵙기 바랍니다. 관심있으신 분은 사전구매 해주세요. https://zziraci.com/kuangrenzhuangz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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