發矯詔諸鎮應曹公,破關兵三英戰呂布
이번 주에는 등장인물이 많습니다. 덕분에 비운의 조연도 여럿 있네요. <삼국지>에는 힘차게 등장했다 단칼에 사라지는 그런 인물들이 꽤 많은데, 이번 5회부터 그런 단막 조연들이 여럿 등장합니다.
發矯詔諸鎮應曹公,破關兵三英戰呂布
Cao Cao Rallies the Lords with a Forged Decree;
The Three Brothers Engage Lü Bu in Battle
제목을 풀이하면 '거짓 조서를 보내자 여러 군웅이 조조에 응하고, 관의 군대를 물리치고 세 영웅은 여포와 싸우다'정도가 되겠네요. 여기서 矯詔는 거짓 조서를 말하고, 鎮은 지역에 자리 잡은 여러 세력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曹公은 조조를 말하지요. 정사正史는 잘 모릅니다. 반동탁 연합군이 어떻게 모였는지, 그 세력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잘 몰라요. 다만 팔로제후八路諸侯라는 표현을 보면 후대에 창작된 부분이 많을 겁니다. 8이란 숫자가 갖는 상징성이 있기 때문이지요.
그보다는 삼영전여포三英戰呂布, 유관장 삼형제와 여포가 어우러져 싸우는 장면이 더 유명합니다. 정사에 어두운 것처럼 당시 실제 전쟁이 어떻게 치러졌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장수 하나가 전면에 나서 전쟁의 판도를 완벽하게 뒤바꾸는 일은 없었을 겁니다. 게다가 칼과 창으로 무장한 세 장수를 한번에 상대하는 그런 맹장도 있었을까 의문이 들지요. 그러나 뭐 어떻습니까. 실제 역사가 어쨌든 <삼국지>의 매력은 그와 다르니까요.
又有沛國譙人 夏侯惇 字元讓 乃夏侯嬰之後
Another who came was Xiahou Dun (styled Yuanrang)
from Qiao in the fief at Pei.
Xiahou Dun was a descendant of Xiahou Ying.
첫 장면은 하후돈이 나오는 대목을 꼽았습니다. 조조의 곁을 지켰던 무장이 여럿있지만 그 가운데 하후돈을 빼놓을 없겠지요. 흥미로운 점은 하후돈이 하후영의 후손으로 소개된다는 점입니다. 하후영은 한고조 유방의 무장 가운데 한명이었는데 수레를 잘 모는 인물이었습니다. 유방이 항우에게 패해 도망가면서 수레를 가볍게 하기 위해 자기 자식을 내버린 일이 있었지요. 이때 하우영이 직접 이들을 수레에 태우고는 유방을 나무랐다 합니다. 이 하후영의 후손이라니 <삼국지>의 독자들은 하후돈이 처음부터 비범한 인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거예요. 영문에서 'styled'라고 풀이된 것의 원문은 '字'입니다.
此二人本操之弟兄 操父曹嵩原是夏侯氏之子 過房與曹家 因此是同族
In fact these two men were Cao's own clansmen,
as Cao's father, a Xiahou, had been adopted into the Cao family.
한편 하후돈과 하후연은 본래 조조와 同族, 같은 집안사람이었습니다. 1회에서도 잠깐 나왔지만 조조의 아버지 조숭은 본래 하후씨였는데 조씨 집안의 양자로 들어가면서 조씨 성을 얻습니다. 그러고 보면 조조 역시 하후영의 후손인 셈이지요. 저는 하후돈과 하후연이 형제인 줄 알았는데 원문에 따르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族弟, 하후연 역시 조조와 하후돈의 관계처럼 같은 하후씨 집안사람이었다고 하네요. 이 둘의 활약에 대해서는 뒤로 이야기를 미루려 합니다. 더 중요한 인물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논어:양화편>에 보면 공자가 자유라는 제자에 대해 평하는 말이 있습니다. 당시 자유는 무성이라는 곳의 관리였는데 공자가 방문하자 아름다운 음악소리가 들렸답니다. 무성과 같은 곳에서는 쉽게 들을 수 없는 음악이었지요. 이를 듣고 공자가 빙그레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합니다. '割雞焉用牛刀, 닭 잡는데 어찌 소 잡는 칼을 쓰느냐?'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진귀한 도구를 쓴다는 이야기지요.
이 공자의 말이 <삼국지>에서도 반복됩니다. 화웅이라는 무장이 입에 올립니다.
割雞焉用牛刀 不勞溫侯親往 吾斬眾諸侯首級 如探囊取物耳
"It hardly takes an ox-cleaver to kill a chicken.
Why send Lü Bu when I can take their heads as easily as pulling something from a sack?”
이 화웅은 비운의 조연 가운데 하나입니다. 여포만큼은 아니지만 동탁 휘하의 무장 가운데 꽤 훌륭한 장수로 그려집니다. 각 지역의 제후들이 아끼는 장수를 단칼에 베어버리기 때문입니다. 그가 입에 올린 탐낭취물探囊取物이라는 말처럼, 여러 무장의 수급을 손쉽게 취합니다. 좀 다른 이야기인데, 어릴 적 처음 삼국지를 읽을 때에는 이 표현 '주머니에서 물건 꺼내듯 쉽다'는 말이 잘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좀 어색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사자성어로 보니 나름 재미있는 표현이라는 생각입니다.
안타깝게도 그 당당한 등장은 한 인물을 위해 예비된 것이었답니다. 무신 관우의 첫 무대를 위해 판을 깔아주는 인물이지요. 그를 상대하는 관우는 이후에 만나봅시다. 그전에 눈길을 끄는 것은 그를 묘사하는 표현입니다. 원문을 보면서 다시 확인하는 점인데, <삼국지>에서는 인물의 말을 먼저 내던져 놓고 그 인물의 풍채 등을 유려한 필체로 묘사합니다. 화웅은 이런 인물로 그려집니다.
卓視之 其人身長九尺 虎體狼腰 豹頭猿臂 關西人也 姓華 名雄
Dong Zhuo cast his glance on a man some nine spans tall,
molded like a tiger, supple as a wolf,
with a pantherine head and apelike arms.
It was Hua Xiong of Guanxi.
구척의 커다란 덩치에, 범의 몸에 늑대의 허리, 표범의 머리에 원숭이의 팔뚝을 가졌답니다. 그의 모습이 그려지는지요? 이것이 하나의 비유인데, 어릴 적에는 이를 구체적인 신체 묘사로 읽었답니다. 그러니 얼마나 이상한 몸으로 그려졌는지요. 키메라인가 엉뚱한 상상도 해보았답니다.
화웅의 등장으로 여러 제후들은 근심에 빠집니다. 화웅을 상대할 무장이 없었기 때문이지요. 이때 한 인물이 등장합니다. 화웅이 목소리부터 등장했듯 관우 역시 목소리로 존재를 드러냅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화웅은 여포의 등 뒤에서 나타난 반면 관우는 제후들이 논의하는 단 아래에서 불쑥 튀어나왔다는 점입니다. 階下, 아래에 있다는 이야기는 그만큼 신분이 낮다는 뜻입니다. 심각한 순간에 말을 끼어드니 어땠을까요? 다만 그의 비범한 외모가 눈길을 끕니다.
眾視之 見其人身長九尺 髯長二尺 丹鳳眼 臥蠶眉 面如重棗 聲如巨鐘
The assembled lords turned to the speaker, a man over nine spans, with a great beard flowing from rich ruddy cheeks.
His eyes were like those of the crimson-faced phoenix,
his brows like nestling silkworms, his voice like a tolling bell.
저는 한문의 이런 묘사력이 좋습니다. 짧은 글자 몇 개로 한 인물의 특징을 포착해 전달하는 능력! 화웅이 여러 짐승의 능력을 아우르는 신체를 지녔다면 관우는 그런 것 따위가 필요 없는 인물입니다. 긴 수염에 붉은 봉황 같은 눈, 그리고 누애 같은 짙은 눈썹. 마지막으로 대추빛 얼굴. 팔뚝이 어떻고 하는 둥 그런 묘사는 끼어들 여지가 없습니다.
그가 화웅을 처치하고 돌아오기까지의 장면도 빼어난 묘사가 돋보이는 장면입니다. 원문으로 읽으니 더 생생하게 느껴지더군요. 다 소개하면 너무 길어지니 그 내용을 다 옮기지는 못합니다. 다만 이 순간 관우에게 마음을 빼앗긴 한 사람이 있었다는 점은 짚어두어야겠습니다. 바로 따뜻한 술로 관우의 출정을 기념하려던 조조이지요. 술이 채 식기도 전에 다녀온 관우의 그 모습에 조조는 이미 마음을 빼앗겨버렸는지 모릅니다. 조조의 관우 사랑은 <삼국지> 안에서도 손꼽히는 이야깃거리 가운데 하나인데, 이에 대해서는 천천히 다루도록 하지요.
마지막 장면입니다. <삼국지>의 여러 무장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인물, 바로 여포의 활약입니다. 비록 관우에게 화웅의 목이 달아나고 말았지만 동탁에게는 여포가 있지요. 여포가 직접 나서 싸움을 겁니다. 그것도 여덟 제후를 상대로! 대단한 기백입니다. 공손찬이 앞장서 창을 빼어 들고 맞서나 여포의 상대가 될 수는 없습니다. 몇 합을 싸우지 못하고 도망치나 여포에게는 적토마가 있습니다. 이 날랜 말로 내달려 여포가 방천화극으로 공손찬의 등을 찌르려는 순간!!!
旁邊一將 圓睜環眼 倒豎虎鬚 挺丈八蛇矛 飛馬大叫
To the side of the action stood a single warrior, his eyes rounding,
his whiskers bristling. Holding high his eighteen-span snake-headed spear, he flew at Lü Bu, shouting mightily,
앞에서 화웅과 관우를 묘사하는 부분을 짧게 인용했습니다. 장비는 둥그런 눈이 불쑥 튀어나옵니다. 이 둥그런 눈에 倒豎虎鬚, 곧추 선 호랑이 수염. 이 장대하고 사나운 무장이 그 중간에 난입하며 크게 소리칩니다.
三姓家奴休走 燕人張飛在此
"Stay! Bastard with three fathers! Know me for Zhang Fei of Yan!"
여기서 장비가 여포를 부르는 호칭이 재미있습니다. 三姓家奴, 성을 세 개나 가진 못된 놈이라고나 할까요? 역시나 백정 출신답게 직설적인 말을 툭툭 내뱉습니다. 여기서 燕人張飛 라는 표현은 장비 스스로가 입에 달고 다니는 표현입니다. 그는 아마도 연나라의 후예임을 자랑스러워했나 봅니다.
이렇게 장비와 여포가 맞붙었으나 장비에게 호락호락 당할 여포가 아닙니다. 보다 못해 관우가 끼어들고 이어서 유비까지 합류하지요. 三英戰呂布, 3:1의 싸움이 벌어집니다. 드라마 <신삼국지>에서 이 장면을 그린 부분을 링크로 붙입니다. 워낙 유명한 장면이라 꽤 공을 들였군요. 잘 들어보면 장비가 여포를 두고 내내 三姓家奴라고 욕하는 부분을 볼 수 있습니다. ^^
https://www.youtube.com/watch?v=JyJgXYY3EYE
강독회 자료 :: http://naver.me/xG2n9x2p
삼국지 강독회는 매주 화요일 오전 11시에 책방 온지곤지에서 있습니다. (중간참여 가능)
http://cafe.naver.com/ozgz/9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