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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픈옹달 Apr 26. 2022

부국강병, 상앙의 개혁 이야기

고사성어로 만나는 <사기> 5강

위앙이 말했다. "이런 까닭에 성인은 
나라를 강하게 만들 수 있다면 옛 방식을 본받지 않고,
백성을 이롭게 할 수 있다면 옛 제도를 따르지 않습니다."
 <사기열전 : 상군열전>

지금이야 부모의 성을 따라 성을 짓지만 옛날에는 그렇지 않았어요. 출신 지역을 성씨로 삼기도 했고, 땅을 받으면 그곳을 성씨로 삼기도 했습니다. 상앙도 비슷한 경우랍니다. 그는 본래 '공손앙'이라 불렸어요. 그러다 위나라 출신이라 '위앙'이라 불리기도 했고, 나중에는 상商이라는 이름의 땅을 상으로 받아 '상앙'이라 불립니다. 워낙 큰 공을 세워 '군君'이라는 호칭까지 붙어요. 공손앙이 상군이 된 조금은 복잡한 이야기. 그러나 이어지는 내용에서는 널리 알려진 '상앙'이라는 이름을 사용합니다.


상앙은 본디 위나라 출신이었답니다. 그는 위나라 재상인 공숙좌를 섬겼는데 공숙좌는 일찌감치 상앙의 재능을 알아보았어요. 그래서 병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 임금에게 상앙에게 나라를 맡겨야 한다고 해요. 그러면서 단단히 주의를 줍니다. 혹여 상앙을 등용하지 못하면 이웃 나라에서 그를 등용할 수 있으니, 그를 죽여야 한다고. 그러나 임금은 공숙좌의 말을 그냥 흘려들을 뿐이었어요. 햇병아리 같이 젊은 그에게 나라를 맡긴다니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공숙좌는 임금이 상앙을 등용하지 않을 것을 알고 상앙에게 서둘러 도망가라 이야기합니다. 등용하지 않으면 죽이라 말했다면서. 그러나 상앙은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해요. "임금께서 어르신의 말씀을 듣지 않고 저를 등용하지 않았는데, 어찌 어르신의 말씀을 들어 저를 죽이겠습니까?" 실제로 위나라 임금은 상앙을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무관심. 


그러나 훗날 상앙은 공숙좌의 말대로 위나라에 큰 위협이 됩니다.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공숙좌가 세상을 떠나고 상앙은 이웃 진나라로 갑니다. 위나라에서는 도무지 자리를 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지요. 당시 진나라는 이웃 나라에서 여러 인재를 불러 모으고 있었어요. 서쪽에 위치한 바람에 문화 수준이 높지 않아 똑똑하고 재능 있는 자들이 적어, 나라 밖에서 널리 인재를 모으기로 했답니다.


이에 상앙은 진나라로 갑니다. 상앙은 임금을 만나 자신의 생각을 들려줍니다. 그러나 왕의 반응은 영 시원치 않았어요. 듣는 둥 마는 둥. 상앙은 물러서지 않고 다시 기회를 요청합니다. 두 번째 만남에서 진나라 임금은 고개를 끄덕이며 반응합니다. 이전보다 관심을 기울이지만 아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지는 않는 상황. 이에 상앙은 마지막으로 한번 더 만남을 요청합니다. 결국 상앙은 임금의 마음을 사는 데 성공합니다. 임금은 상앙의 말에 빠져서 무릎이 앞으로 나가는 것도 몰랐다나요.


진나라의 임금은 상앙을 등용하기고 합니다. 그러나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았어요. 이웃나라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상앙의 제안이 무리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에요. 상앙은 변화를 주장하는 인물이었어요. 새로운 개혁을 위해서는 옛 방식을 버려도 된다고 생각했답니다. 지금이야 상앙의 생각에 찬성하는 목소리가 많겠지만 상앙의 시대에는 그렇지 않았어요. 옛 방식을 따라서, 옛 제도를 따라서 나라를 운영하는 게 좋다고 보는 사람이 태반이었답니다. 이들이 보기에 상앙의 주장은 너무 위험한 것이었어요.


자신의 생각에 반대하는 이들을 상대로 펼치는 상앙의 주장이 바로 위에 인용한 문장입니다. "이런 까닭에 성인은 나라를 강하게 만들 수 있다면 옛 방식을 본받지 않고, 백성을 이롭게 할 수 있다면 옛 제도를 따르지 않습니다." 상앙은 오직 하나의 기준으로 새로운 개혁의 방향을 정했습니다. 부유하고 강한 나라가 되는 길. 이를 부국강병富國强兵이라 해요. 


상앙은 이를 위해 강력한 법法을 주장합니다. 누구도 예외 없이 법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임금이든 귀족이든 신분이 높든 낮든 상관없이. 법에 따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을 법치法治라고 합니다. 지금 우리는 법치국가法治國家를 살고 있어요. 그러고 보면 상앙은 꽤 훌륭한 인물이었습니다. 법으로 다스려지는 정의로운 나라를 생각했으니까요. 한편 궁금하기도 합니다. 법 없이 어떻게 나라를 다스릴 수 있을까? 법 대신 전통적인 관습에 따라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고 보는 사람도 있었어요. 그들은 모두가 법을 따를 의무가 없다고 생각했답니다. 


여러분은 아마 상앙의 의견을 따를 거예요. 그러나 상앙은 생각보다 강한 저항에 부딪힙니다. 특히 신분이 높은 사람들이 싫어했어요. 예전에는 법을 따르지 않아도 되었는데 상앙 때문에 법을 따라야 하니 얼마나 불편했겠어요. 실제로 상앙은 법을 어기는 왕족과 귀족에게 똑같은 형벌을 내렸답니다. 전혀 봐주지 않고. 그러니 왕족과 귀족들은 얼마나 상앙을 싫어했겠어요.


결국 상앙은 진나라 임금이 세상을 떠나고 새로운 임금이 자리에 오르자 참혹하게 죽임을 당합니다. 반역을 시도했다며 거열형, 사지가 찢겨죽어요. 그들은 상앙을 해치우면 변화를 되돌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상앙이 시도한 진나라의 변화는 돌이킬 수 없는 커다란 흐름이었어요. 비록 상앙은 죽었지만 이후 진나라는 법으로 다스리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상앙의 개혁은 실제로 큰 이로움을 가져다주었어요. 진나라야 말로 여러 나라 가운데 부국강병에 앞서가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이제 이웃 나라들은 진나라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어요. 부강한 진나라를 어떻게 상대해야 할까. 이것이 위나라를 비롯한 이웃 나라의 고민이었습니다. 




* 와파서당 :: 고사성어로 만나는 <사기> 5강 교안입니다. 

https://zziraci.com/wifi-seodang/simaqian


* PDF 교안은 아래 링크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습니다. 

https://zziraci.com/wifi-seodang/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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