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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픈옹달 May 02. 2022

화수목금토, 오행 이야기

와파서당 - 숫자로 익히는 한문 3강

밤과 낮, 매일 끊임없이 해는 뜨고 집니다. 그래서 지금도 일상日常을 표현하는 말로 주야晝夜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불철주야不撤晝夜라는 말을 들어보았는지요. 밤낮으로 쉬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가장 부지런한 것은 자연自然이라 할 수 있어요. 자연은 한 번도 쉬지 않고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하늘에 떠 있는 별들, 해와 달도 마찬가지이지요. 물론 우리는 해와 달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지구가 움직인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거대한 우주 안에서는 해-태양도 움직이고 있답니다. 끊이지 않는 움직임, 이것을 '항상恒常'이라고 해요. 자연은, 우주는, 항상 움직이고 있습니다. 밤낮으로 쉬지 않고.


오늘날 우리는 우주를 더 잘 관측할 수 있게 되었어요. 화성에서 날아오는 생생한 지표 사진을 본 적이 있나요? 나아가 우주 망원경은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없는 별들의 모습까지 생생하게 포착합니다. 빛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의 모습도 관측할 수 있어요. 오늘날 천문학이 힘은 대단합니다. 그러나 고대 과학자들도 대단했답니다. 비록 오늘날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관측도구는 없었지만 그래도 꽤 정확하게 태양과 별의 움직임을 관측했어요. 


예를 들어 태양의 움직임을 꽤 정확히 관측했답니다. 그래서 낮이 가장 길 때와 짧을 때, 하지夏至와 동지冬至가 언제인지 알았고, 더불어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춘분春分과 추분秋分도 계산해 내었어요. 그것뿐인가요? 하늘에 떠 있는 유달리 반짝이는 다섯 개의 별을 찾아내었습니다. 바로 우리가 잘 아는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 등이 태양계의 한 식구라는 사실을 잘 알아요. 그래서 이를 따로 떼어 행성行星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움직이는[行] 별[星]이라는 뜻이에요. 이렇게 구분할 수 있었던 것은 하늘의 무수히 많은 별은 마치 천장에 달린 전구처럼 고정되어 있는데 그 사이를 움직이는 유달리 밝은 별을 발견했기 때문이에요. 또한 이 태양계 식구들은 제 힘으로 빛을 내지 못한다는 점에서 우리 눈에 보이는 다른 별들과는 좀 다릅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이들을 별이라 불러서는 안 된다 하기도 해요.


한편 오늘날 우리는 태양계의 별 순서를 잘 알고 있어요.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그러나 고대 사람들은 좀 다르게 생각하지 않았나 싶어요. 하긴 옛사람들은 지구를 중심으로 해와 달, 그리고 다섯 개의 별이 번갈아 움직인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 일곱 개 천체의 이름은 우리 일상을 이야기하는 데 빼놓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바로 일주일一週日을 세는 단위가 되었지요. '일日 - 월月 - 화火 - 수水 - 목木 - 금金 - 토土' 이 일곱 개의 요일 가운데 빠지는 날은 하나도 없답니다. 일주일 가운데 만약 '아무것도 아닌 날'이 있다면 어떨까요? 엄청나게 큰 혼란에 빠지지 않겠어요? 




재미있게도 옛사람들은 이 다섯 가지의 힘이 우주를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를 오행五行이라 해요. 화수목금토, 이 다섯 가지의 힘이 어울려 만물萬物, 세상의 모든 존재들이 만들어진다고 하는 거예요. 지금과는 정말 다른 식으로 세상을 이해했답니다. 조금 복잡하지만 오행은 서로를 낳기도 하고[상생相生] 서로를 제어하기도[상극相剋] 해요. 


예를 들어 이런 식이에요. 불[火]은 재, 그러니까 흙[土]을 만들어요. 흙에서는 쇠붙이[金]가 나오고 이 쇠붙이로 땅을 파 물[水]을 끌어들입니다. 한편 물은 나무[木]를 자라게 해요. 이렇게 다섯 힘은 서로를 필요로 합니다.(火>土>金>水>木) 반대로 제어하기도 해요. 불은 쇠붙이를 녹이고, 쇠붙이는 나무를 찍어 자릅니다. 나무는 땅을 뚫고 나오고, 흙으로 물을 막아요. 물은 불을 끕니다.(火}金}木}土}水) 결국 이 다섯 가운데 하나라도 없으면 안 됩니다. 옛사람들은 이 다섯이 서로 복잡하게 얽히며 우주가 움직인다고 보았어요. 


이 다섯은 각각 고유의 색깔도 가지고 있답니다. 이를 오방색五方色이라 해요. 지난 시간 '방方'에는 네모라는 뜻도 있지만 방향이라는 뜻도 있다고 한 것을 기억하나요? 그래서 사방四方, 동서남북東西南北 네 방향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즉, 오방색은 다섯 방향의 색이라는 뜻이에요. 문득 의문이 듭니다. 천지사방天地四方, 하늘과 땅에는 모두 네 방향이 있는데 어떻게 다섯일 수 있을까. 그것은 동서남북, 네 방향에 중앙中央을 더했기 때문이에요. 그렇게 다섯 방향에 각각 색이 놓입니다.


중앙에는 황색黃色이 동쪽에는 청색靑色, 서쪽은 백색白色, 남쪽은 적색赤色, 북쪽은 흑색黑色입니다. 이 다섯 색은 지금도 우리 전통문양의 색으로 쓰이고 있어요. 한편 이 다섯은 각각의 방위뿐만 아니라 오행을 상징하는 색으로도 사용됩니다. 동쪽은 목木, 나무를 상징하는 청색, 서쪽은 금金, 쇠붙이를 상징하는 백색, 남쪽은 화火, 불을 상징하는 적색, 북쪽은 수水, 물을 상징하는 흑색, 그리고 중앙은 토土, 흙을 상징하는 황색. 이렇게 오행은 방향과 색 모두를 상징합니다. 


그러고 보니 무엇인가 떠오르지 않나요? 지난 시간 만났던 네 방위를 지키는 신묘한 동물 그림, 사신도四神圖의 주인공들이 떠오르지 않나요? 동쪽에는 청룡, 푸른 용이 서쪽에는 백호, 즉 흰 범, 남쪽에는 주작, 붉은 새가 북쪽에는 현무, 검은 거북이 있다고 했지요? 각각의 동물은 저마다 색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색은 오방색의 그 색과 같아요. 옛사람들도 나름 체계적으로 세상을 이해하려 했답니다.


오늘도 하늘에는 다섯 개의 별이 움직이고 있어요. 지구의 한 형제이자 수천 년 전부터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았던 별들입니다. 이 별들이 알록달록 다섯 색이 되어 다양한 형태로 우리에게 영향을 주었다니 재미있지 않나요?  




* 와파서당 ::  숫자로 익히는 한문 3강 교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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