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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픈옹달 May 03. 2022

합종연횡, 소진과 장의 이야기

고사성어로 만나는 <사기> 6강

장의가 그 처에게 말했다.
내 혀가 그대로 붙어있는지 보아주오.
처가 웃으며 말했다. "혀가 그대로 있구려"
장의가 말했다. "그럼 다행이요."
<사기열전 : 장의열전>


전국시대 총 일곱 개의 나라가 서로 힘을 겨루며 다투었습니다. 이 일곱 나라를 전국칠웅戰國七雄이라 일컫습니다. '웅雄'은 영웅英雄이라는 말에서 볼 수 있듯, 상대를 압도하는 능력을 갖춘 이를 말합니다. 본래 춘추전국시대에는 수많은 나라가 있었다고 해요. 크기가 작은 나라까지 헤아리면 백 개도 더 되는 많은 나라가 있었다나요. 그러나 그 수많은 나라들이 하나둘 힘을 잃고 일곱 나라만 남게 되었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던 나라는 바로 서쪽의 진나라였습니다. 진나라는 본디 서쪽 구석에 위치하여 무시당하고 있었어요. 지금이야 중국이 넓은 영토를 자랑하는 큰 나라이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중국이라는 세계는 좁았고, 진나라는 변두리의 별 볼 일 없는 나라로 여겨졌답니다. 그러나 상앙의 개혁으로 진나라는 새로운 발전의 기틀을 닦습니다. 발 빠른 개혁으로 부국강병의 기틀을 닦았어요. 강력한 군대는 진나라의 자랑이었습니다. 진나라의 동진東進, 동쪽으로 뻗어 나오는 세찬 흐름이 걱정되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여섯 나라의 임금들이 저마다 골머리를 썩고 있을 때 한 인물이 등장합니다. 


그의 이름은 소진! 그가 주장하는 방법은 간단했어요. 바로 여섯 나라가 힘을 합쳐 진나라를 함께 상대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이른바 육국동맹六國同盟! 누구나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는 방법입니다. 제 아무리 강력한 진나라라고 하더라도 여섯 나라를 함께 상대하는 것은 버거울 테니까요. 그러나 여섯 나라를 한데 엮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일단 여섯 나라끼리도 서로 치고받고 싸운 일이 있었습니다. 서로의 이해利害가 다른데 어떻게 이들을 함께 힘을 합치게 만들 수 있을까요.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여섯 나라 임금이 한데 모일 수 없었다는 점입니다. 지금 같으면 적당한 장소에 모여서 의견을 주고받고 조율하면 될 거예요. 아니면 화상회의를 하던가. 그러나 먼 옛날 저 시대에는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결국 소진은 여섯 나라를 돌며 동맹의 이익利益을 이야기합니다. 그는 빼어난 말재주로 여섯 나라의 임금을 설득할 수 있었어요. 그는 각 나라의 장단점을 훤히 꿰뚫고 있었고 게다가 남의 마음을 사로잡는 재주까지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소진의 힘으로 여섯 나라가 함께 힘을 합치기로 합니다. 지도를 보면 알듯, 여섯 나라는 동쪽에 세로로 길게 늘어서 있습니다. 이렇게 여섯 나라가 힘을 합친 것을 일러 합종合從이라 해요.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세로, 남북으로[從] 힘을 합쳤다[合]는 뜻입니다. 이렇게 여섯 나라가 힘을 합쳐 진나라를 상대하니 진나라는 동진정책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진나라가 아니었습니다. 소진에 못지않은 빼어난 인물이 새로운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바로 장의라는 인물입니다. 그는 소진과 함께 공부하던 사이였는데, 소진을 압도하는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고 해요. 그가 제시한 방법은 진나라가 다른 나라와 개별적으로 동맹을 맺는 것이었어요. 이를 일컬어 연횡連橫이라 해요. 풀이하면 가로, 동서로[橫] 연합[連]하기로 약속을 맺는 것이지요. 생각보다 장의의 계책計策, 연횡책은 성공적이었어요. 마침 소진이 세상을 떠난 데다 그렇지 않아도 각 나라의 임금들이 저마다 다른 생각을 품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장의의 빼어난 말재주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아무리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일이라 하더라도 잘 설득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장의의 대단한 말재주 덕분에 진나라는 소진의 합종책을 깨뜨릴 수 있었어요.  


이렇게 빼어난 말재주를 지닌 장의에 얽힌 이야기가 있답니다. 장의가 젊은 시절 억울하게 모함을 받은 일이 있었습니다. 지은 죄를 이야기하라는데 도통 이야기할 것이 있어야지요. 결국 장의는 온몸에 매질을 당합니다. 그렇게 피투성이가 되어 집에 돌아와서는 아내에게 엉뚱한 말을 했다고 해요. 자기 혀가 멀쩡한지 보아 달라고 했다나요? 참 우스운 이야기입니다. 혀가 있으니 말을 할 테고, 말을 해야 질문에 답을 들을 수 있지 않겠어요. 게다가 피투성이가 된 몸에 겨우 혀가 무사한지를 묻고 있다니. 장의의 아내는 헛웃음을 지을 수밖에요. 그 일화를 기록한 것이 위에 소개한 사기 문장입니다. 


이 우스운 일화는 장의의 자신감을 보여줍니다. 그는 세 치 혀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러니 무엇보다 제 혀가 무사한지 궁금했던 것이지요. 그리고 정말로 장의는 세 치 혀로 세상을 뒤흔든 인물이었습니다. 훗날 진나라의 통일도 장의가 없었다면 쉽지 않았을 거예요.  


소진의 합종책과 장의의 연횡책을 합쳐 합종연횡合從連橫이라 해요. 합종연횡이란 진나라를 중심으로 벌어졌던 소진과 장의의 계책을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이익에 따라 서로 합쳤다가 흩어지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로도 사용됩니다. 그래서 지금도 신문 등에서 많이 볼 수 있어요. 정치인들이 합종연횡하고 있다는 것은 뭔가 이익을 좇아 사람들이 뭉치기도 하고 멀어지기도 한다는 뜻입니다.


이후 진나라는 나머지 여섯 나라를 상대하며 조금씩 영토를 넓혀나갑니다. 이때 진나라가 선택한 방법이 원교근공遠交近攻이에요. 그러니까 멀리 있는 나라[遠]와는 교류[交]를 하고 가까운 나라[近]를 공격[攻]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차근차근 영토를 넓혀나갈 수 있겠지요. 반대로 되면 어떨까요? 가까운 나라와 교류하고 먼 나라를 공격한다면? 먼 나라와 전쟁을 하느라 힘은 많이 드는데, 멀리 있어 자신의 영토로 만들기 어려울 거예요. 게다가 멀리 군대를 보낸 상황에서 가까운 나라의 공격을 받으면? 크게 패배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편 진나라는 각개격파各個擊破의 방법을 썼다고 할 수도 있어요. 여섯 나라를 한꺼번에 상대하지 않고 각자 떼어놓고 하나씩 상대했으니까요. 뭉치면 강하지만 흩어놓으면 약합니다. 각개격파란 각개各個, 상대를 하나씩 떼어놓고 격파擊破, 깨뜨린 다는 뜻이에요. 500명이 500명을 상대하면 어떻게 될까요? 전쟁을 벌여 설사 이긴다 하더라도 크게 이기지는 못할 거예요. 그러나 500명이 50명을 10번 상대한다면? 똑같은 숫자를 상대하지만 앞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낼 것입니다. 


이렇게 진나라의 통일이 코앞입니다. 그러나 아직은 조금 더 기다려야 합니다. 진나라를 상대한 인물들 가운데 빼어난 인물들이 또 있었어요. 




* 와파서당 :: 고사성어로 만나는 <사기> 6강 교안입니다. 

https://zziraci.com/wifi-seodang/simaqian


* PDF 교안은 아래 링크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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