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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픈옹달 May 09. 2022

자축인묘, 육십갑자 이야기

와파서당 - 숫자로 익히는 한문 4강

'360'은 매우 신기한 숫자입니다. 동그란 원이 360도라는 사실은 알고 있지요? 360도를 돌아, 한 바퀴를 돌면 제 자리로 돌아옵니다. 이 360도 를 12개로 쪼개어 시계를 만들었어요. 지금은 편하게 숫자로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가 많습니다. 그래도 시침과 분침, 초침이 360도 회전하는 시계는 여전히 우리 삶에 중요한 도구랍니다. 어떤 사람들은 어린이들이 전자 기기에 익숙해져서 시계를 읽을 수 없다고 말하던데, 여러분은 어떤가요? 시계를 보면 단번에 몇 시, 몇 분인지 알 수 있나요? 


빙글빙글 돌아가는 시계는 옛사람의 생각을 잘 보여줍니다. 그들은 매일 똑같이 시간이 반복된다고 생각했어요. 빙글빙글 돌아가는 시계처럼, 하루가 지나고, 한 달이 지나면 일 년이 지나고. 그러고 보면 시계의 숫자는 1년 열두 달을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헌데, 좀 이상하지 않나요? 시계는 360도 돌아가는데, 1년은 왜 360일이 아닐까. 사실 옛 달력은 360일이었답니다. 한 달은 30일, 12달 해서 360일이었어요. 그러나 태양을 도는 지구의 움직임이 정확히 동그란 원은 아니기 때문에 360일로 날짜를 계산하면 나중에 맞지가 않게 됩니다. 그래서 몇 년에 한 번 중간에 한 달을 더 넣었어요. 쉽게 말해 어느 해에는 12달이 아니라 13살이 된다는 말씀. 이렇게 끼어든 달을 '윤달'이라 해요. 참고로 지구의 공전주기, 1년의 정확한 기간은 365.2422일 이라네요. 


빙글빙글 돌아가는 시계처럼, 하루, 한 달, 1년 우주의 회전은 그치지 않습니다. 1일, 하루가 가장 기본적인 회전이라면 이 회전을 쪼개어 시時 분分 초秒를 만들었어요. 오늘날 우리는 하루는 24시간, 1시간은 60분, 1분은 60초입니다. 곱셈을 잘하면, 하루가 몇 분인지, 몇 초인지도 계산할 수 있겠지요? 옛사람의 생각에 따르면 30일이 모여 한 달이 되고, 12달이 모여 1년이 됩니다. 그렇다면 1년, 360일보다 더 큰 단위가 있을까요? 바로 갑자甲子라는 단위가 있어요. 60년을 한 갑자로 보고, 이 한 갑자의 회전을 '회갑回甲' 혹은 '환갑還甲'이라 불렀답니다. '회갑'의 '회回', '환갑'의 '환還' 모두 돌아온다는 뜻이에요. 마치 60분이 지나면 분침이 한 바퀴 회전을 마치고 제 자리로 돌아오듯, 60년이 지나면 다시 60년을 시작하기 위해 제 자리로 돌아온다고 생각했어요. 




옛이야기가 있습니다. 옛날에 여러 동물들이 모여 달리기 경주를 했다고 해요. 누가 일등을 했을까? 가장 빠른 동물이라는 치타? 지금도 경주에서 활약하는 말? 아니면 긴 뒷다리로 무서운 속력을 내는 토끼? 의외로 쥐가 일등을 했다고 하네요. 쥐가 일등이었다니 좀 어처구니없지 않나요? 재빠르기는 한데, 동물들 가운데 가장 빠른 동물은 아닐 텐데.


사실 이 경주는 매우 긴 장거리 경주였다나봐요. 꾸준히 뚜벅뚜벅 걷는 소가 본래는 일등이었다고 해요. 그러나 꾀를 내어 소 등에 올라타고 있던 쥐가, 결승점을 통과하기 바로 직전 소를 제치고 제일 먼저 결승점을 통과해 일등이 되었다나요? 그래서 동물들의 순위는 이렇게 되었답니다. 쥐 - 소 - 호랑이 - 토끼 - 용 - 뱀 - 말 - 양 - 원숭이 - 닭 - 개 - 돼지. 1등부터 12등까지입니다. 


동물을 좋아하는 친구들은 아마 의문이 들 것입니다. 고작 열 두 동물이 경주했다니. 게다가 순위도 좀 이상하지 않나요? 뱀이 말보다 빠르다고? 옛사람의 이야기이니 그러려니 합시다. 중요한 것은 옛사람이 이 열 두 동물을 가지고 시간의 회전을 이야기했다는 점이에요. 오늘날 우리는 하루가 24시간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옛사람들은 하루를 12시간으로 나누었어요. 그리고 각 시간마다 각 동물을 놓았습니다. 하루 동안 위 순서로 한 바퀴를 돕니다. 쥐에서 시작해서 돼지까지. 이 열 두 동물을 의미하는 한자는 다음과 같아요. 자子 - 축丑 - 인寅 - 묘卯 - 진辰 - 사巳 - 오午 - 미未 - 신申 - 유酉 - 술戌 - 해亥


해가 가장 높이 떠 있는 낮 12시를 한자로 정오正午라고 해요. 소를 나타내는 '오午'의 시간이라는 뜻입니다. 한편 밤 12시는 한자로 '자정子正'이라 합니다. 마찬가지로 쥐를 의미하는 '자子'의 시간이라는 뜻이에요. 지금이야 열 두 동물로 시간을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그 흔적은 여전히 남아 있답니다.


시간보다는 태어난 해, '띠'를 이야기하는 동물로 많이 사용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2022년은 호랑이의 해입니다. 2022년에 태어난 아이들을 호랑이 띠라고 해요. 12년이 한 바퀴이지요? 2010년에 태어난 사람도 호랑이 띠랍니다. 1998년에 태어난 사람도 호랑이 띠. 나이는 같지 않지만 이렇게 띠가 같은 사람을 띠동갑이라 부르기도 해요. 


그렇다면 2021년은 무슨 동물의 해였을까요? 맞습니다. 소의 해였어요, 2009년 생도 2021년 생과 마찬가지로 소띠랍니다. 내년 2023년은 토끼의 해네요. 2011년과 2023년 생은 모두 토끼띠예요. 여러분도 여러분의 띠를 알고 있지요? 여러분의 부모님은 어떤 띠인가요? 부모님, 혹은 친척과 띠동갑인 경우도 있지 않겠어요?




그런데 앞에서는 60년을 한 바퀴로 돈다고 하지 않았나요? 열 두 동물로 만든 띠는 12년이 한 바퀴가 됩니다. 어떻게 60년이 한 바퀴가 될까요? 여기에는 조금 복잡한 이야기가 있답니다. 옛사람들은 열 두 동물의 한자를 '십이지十二支'라 했어요. 그리고 이 십이지를 땅의 숫자라 생각했답니다. 그렇다면 하늘의 숫자도 있겠지요? 하늘의 숫자를 '십간十干'이라고 했어요. 십간의 순서는 다음과 같아요. 갑甲 - 을乙 - 병丙 - 정丁 - 무戊 - 기己 - 경庚 - 신辛 - 임壬 - 계癸


이 숫자는 순위를 이야기할 때에도 사용되었어요. 예를 들어 1등을 '갑'이라 했답니다. 그래서 지금도 우선이 되는 경우를 '갑', 그다음이 되는 것을 '을'이라 해요. 앞으로 갑과 을이라는 표현을 보면 누가 우선이고 누가 다음인지를 알 수 있겠지요? 


십이지를 땅의 숫자라는 뜻에서 '지지地支'라고도 했어요. 한편 십간을 하늘의 숫자라는 뜻에서 '천간天干'이라고 했어요. 이렇게 '천간'과 '지지'를 서로 조합하면 총 60개의 경우의 수가 나옵니다. 이 60개의 숫자를 '육십갑자六十甲子'라 해요, '갑자'란 바로 천간과 지지의 첫 글자를 말합니다. '갑을병정...' 그리고 '자축인묘...' 육십갑자는 '갑자'에서 시작해서 천간과 지지의 마지막 글자를 합한, '계해'로 끝납니다. 그렇게 60년이 지나면 다시 '갑자'로 시작해요. 이렇게 한 갑자가 돌아오는 것이 회갑, 환갑입니다. 지금이야 사람들이 오래 살지만 옛날에는 그렇게 오래 살지 못했어요. 그래서 60년을 살면 크게 잔치를 벌였습니다. 이를 회갑잔치라고 해요. 


이 육십갑자를 가지고 매 해에 이름을 붙였습니다. 예를 들어, 올해 2022년은 '임인'년이에요. 60년이 한 바퀴를 돌아 제자리로 오니, 60년 뒤 2082년이 다시 임인년이 됩니다. 거꾸로 1942년도 임인년이었어요. 이렇게 육십갑자로 역사에 이름을 붙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이 잘 알고 있는 '임진왜란壬辰倭亂'은 '임진壬辰년(1592)'에 일본[倭]이 벌인 전쟁[亂]'을 이야기해요. 육십갑자가 6바퀴 돈, 360년이 지난 1952년도 임진년이었어요. 그로부터 60년이 지난 2012년도 임진년이었답니다. 그렇다면 임진년은 무슨 띠였을까요? 12지 그림을 참고하면 쉽게 찾을 수 있을 거예요. 




* 와파서당 ::  숫자로 익히는 한문 4강 교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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