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와파서당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픈옹달 May 10. 2022

모수자천, 모수의 도전 이야기

고사성어로 만나는 <사기> 7강

"빼어난 선비는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기 마련이오. 
마치 주머니 속에 송곳이 들어있으면
그 끝이 뚫고 나오는 것과 같소.
선생은 볼 것이 없으니, 선생은 머물러 있으시오."
 <사기열전 : 평원군열전>

소진의 합종책이 깨뜨려지자, 진나라는 동쪽으로 세력을 넓힙니다. 동쪽으로 진격하는 진나라의 군대는 매우 강력했습니다. 진나라에는 매우 강력한 장수들도 많았습니다. 그 가운데 백기라는 이름의 장군이 꽤 명성을 날렸습니다. 그는 패배를 모르는 장수였습니다. 


그는 조나라와의 싸움에서 크게 승리합니다. 40만 명의 포로를 얻었는데, 그들을 모두 생매장시켰다고 해요. 수많은 포로를 먹이려니 식량이 너무 많이 들고, 게다가 그 많은 수가 언제 반란을 일으킬지 모른다는 이유였습니다. 정말 그렇게 많은 사람을 죽였을까? 말이 40만 명이지, 엄청난 숫자입니다. 작은 도시 하나의 인구에 맞먹는 숫자니 말이지요. 정말 40만 명인지 정확한 것은 알 수 없으나, 적어도 끔찍한 전쟁이 벌어진 것만은 사실입니다.


조나라는 진나라와의 싸움에서 크게 패배하고 결국 수도 한단마저 포위당하게 됩니다. 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風前燈火,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로운 상황이었어요. 거센 바람에 언제 등불이 꺼질지 모르는 것처럼 조나라의 운명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평원군이라는 인물이 나섭니다. 


평원군은 조나라의 귀족이었어요. 그는 빼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당시에는 힘을 키우고자 했던 사람들은 재능 있는 인재를 불러 모아 자신의 곁에 두었어요. 이들을 '빈객賓客', 혹은 '식객食客'이라고 합니다. '빈객'이란 본래 손님이라는 뜻이에요. 평원군은 주인으로 이들을 손님으로 맞이해 먹을 것도 챙겨주고, 살 집도 주었답니다. 필요할 때 이들을 재능을 사용하려 했던 까닭입니다. 밥을 얻어먹고 지낸다는 뜻에서 '식객'이라고도 불렀어요. 


평원군은 조나라의 수도가 위태롭게 된 상황에서 초나라로 가 도움을 요청하기로 합니다. 초나라에게 군대를 빌려 조나라를 구하고자 했어요. 먼 초나라까지 홀로 갈 수 없는 법. 빈객 가운데 스무 명을 골라 함께 떠나기로 합니다. 나라의 운명을 건 일이니 아무나 데려갈 수는 없지 않겠어요? 가장 빼어난 인물을 고릅니다. 지혜도 갖춰야 하지만 무예도 뛰어나야 했어요. 가는 길에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그러나 평원군의 마음에 쏙 드는 사람을 고르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열아홉 명을 골랐는데, 한 명을 채우기 못했어요.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평원군은 서둘러 길을 떠나기로 합니다. 위태로운 상황에서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었던 까닭입니다. 이때 한 인물이 나서며 함께 길을 가겠다고 합니다. 평원군이 보니 영 볼품없는 데다, 얼굴도 낯설었습니다. 빼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가까이 두고 얼굴이 익었을 텐데 말이지요. 


평원군이 묻습니다. "선생께서는 빈객으로 얼마나 있었습니까?" "삼 년이 되었습니다." "삼 년이 되도록 제가 얼굴도 모르다니요. 빼어난 선비는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기 마련이오. 마치 주머니 속에 송곳이 들어있으면 그 끝이 뚫고 나오는 것과 같소. 선생은 볼 것이 없으니, 선생은 머물러 있으시오."


평원군의 말에서 나온 고사성어가 바로 '낭중지추囊中之錐'라는 말입니다. 글자를 풀이하면 주머니 속[囊中]의 송곳[錐]이라는 뜻으로, 능력 있는 사람은 눈에 띄기 마련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마치 주머니에 날카로운 송곳을 넣어두면 송곳이 주머니를 뚫고 나오듯. 삼 년 동안 전혀 볼 것이 없었는데, 보나 마나 별 볼 일 없는 인물일 거라는 말입니다. 


평원군 앞에 나선 인물의 이름은 모수였어요. 실제로 그는 그때까지 아무런 명성이 없는 인물이었답니다. 그러나 모수는 거꾸로 평원군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지금까지 저를 주머니 속에 넣은 적이 없었습니다. 지금 주머니 속에 넣어보시면 송곳 끝이 튀어나오는 정도에만 그치지는 않을 것입니다."  


모수는 한 번도 제대로 된 기회를 얻지 못했다 말합니다. 자신이 명성을 얻지 못한 것은 이름을 떨칠 기회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해요. 기회를 주면 크게 활약할 것이라 말합니다. 주머니 속을 뚫고 나오는 것은 물론, 그 이상을 할 수 있다네요. 


여기서 '모수자천毛遂自薦'이라는 고사성어가 나왔어요. 바로 모수[毛遂]가 스스로를[自] 추천[薦]했다는 뜻입니다. 모수 입장에서는 제대로 된 기회도 얻지 못하고 아무도 자신의 재능을 알아주지 않았어요. 결국 자신을 스스로 추천하여 평원군 앞에 나섰습니다. 


평원군은 별로 내키지 않았습니다. 이런 중요한 일에 신출내기를 데리고 갈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그렇다고 또 데리고 가는 게 나쁘지도 않을 것 같았습니다. 당당한 태도를 보니 그를 한번 믿어보아도 될 것 같았어요. 결국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평원군이 초나라 임금을 만나 회담하는 상황에서도 모수의 당당함이 빛을 발합니다. 모수의 활약으로 조나라는 초나라와 동맹을 맺습니다. 결국 모수의 활약으로 조나라는 위태로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어요. 


모수 이야기는 스스로 나서는 적극적인 행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줍니다. 낭중지추, 평원군의 말처럼 능력 있는 사람은 그 재능을 내보이기 마련이에요. 그러나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빼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요. 바로 모수처럼. 그때에는 모수자천, 스스로 기회를 찾아 나서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모수가 우물쭈물 나서지 않았다면 조나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자신의 능력을 알아주기만을 바랐다면 모수는 끝내 역사에 아무런 이름을 남기지 못했을 거예요. 용감한 한 걸음이 역사를 바꿉니다. 




* 와파서당 :: 고사성어로 만나는 <사기> 7강 교안입니다. 

https://zziraci.com/wifi-seodang/simaqian


* PDF 교안은 아래 링크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습니다. 

https://zziraci.com/wifi-seodang/paper


매거진의 이전글 자축인묘, 육십갑자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