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곤감리, 팔괘 이야기
와파서당 - 숫자로 익히는 한문 5강
사방팔방四方八方이라는 말이 있답니다. 동서남북東西南北 네 방위로 나누고 이어서 각각의 방위 사이에 이름을 붙이는 식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 한반도가 위치한 곳을 '동북아東北亞'라고 해요. 아시아[亞]의 동북쪽에 있기 때문입니다. 대륙 동쪽에 있는데 북쪽에 위치해서 그렇게 불러요. 당연히 '동남아'라는 표현도 있습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이 있는 곳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렇게 네 방위를 쪼개서 여덟 방위로 만듭니다.
옛사람처럼 네 방위만 생각하면 좋지만 그게 어디 쉬운가요? 세상에 나라는 많고, 그만큼 사건도 많으니 가리켜야 하는 방향도 많습니다. 사실 꼼꼼하게 따지면 이렇게 네 방위를 다시 여덟 방위로 쪼개도 여전히 한계는 있을 거예요. 그래서 더 쪼개는 경우도 있답니다. '동동북東東北'이라는 말을 만들기도 해요. 동북쪽과 동쪽 사이라는 말인데... 이쯤 되면 살짝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결국 동서남북이라는 네 방위로 나누는 것은 이를 다시 여덟 방위로 나누는 것에 만족해야겠어요. 더 자세한 표현이 필요하면, 다른 표현을 사용하곤 해요. 예를 들어 시계 방향으로 방위를 표시한다던가.
그래도 '사방팔방'이라는 말이 많이 사용됩니다. '천지사방天地四方'이 세상[天地]의 네 방위를 가리키는 데 그치지 않고 세상 전체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는 것처럼, '사방팔방' 역시 마찬가지예요. 세상 곳곳을 가리키는 뜻을 갖게 되었습니다. 옛 노래 가사에 '이쪽저쪽 사방팔방 둘러보아도 찾을 수가 없네'라는 말이 있어요. 주위를 온통 둘러보아도 사람을 찾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 이제 '팔방八方'이라는 말은 전체를 가리키는 표현으로도 사용되곤 해요. 예를 들어 팔방미인八方美人이라는 말이 있답니다. 본래는 어느 쪽에서 보아도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뜻이지만, 지금은 이것저것 모두 잘하는 다양한 재주를 지닌 사람이라는 뜻이 되었어요. '다재다능多才多能'이라는 말도 비슷합니다. 재주[才]와 능력[能]이 많고많은[多] 사람이라는 뜻이에요.
중국 사람이 '팔八'이라는 숫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우리에게는 좀 낯선 일인데, 중국어로 8은 '빠'(bā)라고 읽어요. 헌데 이 발음이 돈을 번다는 뜻의 '발[發, fā]과 비슷해서 좋아한다나요. 그래서 8이 들어간 것은 다른 것보다 더 비싸게 팔리곤 합니다. 예를 들어 전화번호나 자동차 번호 등. 더구나 8이 많이 들어가면 갈수록 좋다나요? 이와는 좀 다르지만 우리도 비슷한 문화를 가지고 있지요. 숫자 4를 싫어하는 문화. 넷을 나타내는 한자 '사四'와 죽음을 나타내는 '사死'가 발음이 같아 숫자 4를 잘 사용하지 않습니다. 지금이야 그런 태도가 많이 사라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좀 꺼림칙할 거예요. 전화번호가 010-4444-4444라면 어떨까요?
숫자 8은 비싼 숫자인 만큼 보석을 뜻하는 '보寶'와 함께 사용되기도 한답니다. 대표적으로 '팔보채八寶菜'라는 중국 요리가 있어요. 여덟 가지[八] 귀한 재료[寶]로 만든 요리[菜]라는 뜻이랍니다. 과연 무엇이 들어갈까요? 기회가 된다면 직접 먹어보면서 여덟 가지를 찾아보며 어떨까요?
이처럼 숫자는 단순히 사물의 개수를 세는데 그치지 않습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각을 보여주기도 해요. 사람들의 가치관, 생각이 숫자에 담겨있답니다. 숫자 8을 좋아하는 문화에는 재물을 귀하게 여기는 태도가, 숫자 4를 싫어하는 문화에는 장수를 바라는 마음이 들어 있어요. 그래서 숫자를 곱씹어 보면 사람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답니다.
옛사람들은 태극太極에서 천지만물天地萬物이 나온다고 생각했어요. 태극의 검은색과 흰색이 각각 음양陰陽을 가리킨다고 한 것을 기억하나요? 옛사람들은 이 음양을 기호로 바꾸어 이야기하기도 했답니다. 음은 짧은 막대기 둘[⚋]로, 양은 긴 막대기 하나[⚊]로 표시했어요.
이렇게 음양의 표시를 쌓아 또 기호를 만들었답니다. 세 층으로 쌓아 총 여덟 개의 기호로 만들었어요. 이것을 팔괘八卦라고 해요. 그림에 보이는 복잡한 기호들이 바로 태극과 팔괘랍니다. 중앙에 태극과 그 주위로 여덟 개의 괘를 둘러놓았어요. 기묘하고 낯선 기호이지만 살 들여다보면 우리에게 익숙한 기호를 만날 수 있습니다. 총 네 개의 기호가 그래도 눈에 들어오지 않나요? ☰ ☷ ☵ ☲!
이 네 기호의 이름은 다음과 같답니다. ☰건乾 ☷곤坤 ☵감坎 ☲리離, 괴상한 주문 같은데 사실은 태극기의 네 귀퉁이에 실려 있는 기호예요. 태극기의 왼쪽 위에는 ☰건乾, 오른쪽 아래에는 ☷곤坤, 오른쪽 위에는 ☵감坎, 왼쪽 아래는 ☲리離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국기를 '태극기太極旗'라 부르는 것은 중앙의 태극, 그리고 태극에서 나온 네 개의 괘를 표시했기 때문이에요. 그렇다면 왜 팔괘 가운데 네 개만 표시해두었을까요?
그것은 네 개의 괘가 음양을 대표하는 괘이기 때문입니다. ☰건乾은 하늘을 의미해요. 한편 ☷곤坤은 땅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감坎은 물을, ☲리離는 불을 의미해요. 그러고보면 왜 옛 태극은 흰색과 검은색인데 우리 태극기는 붉은색과 푸른색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알 수 있어요, 바로 불과 물을 상징하는 붉은색과 푸른색을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불은 양을, 물은 음을 대표하기도 한답니다.
이렇게 태극기에는 심오한 의미가 담겨있답니다. 천지天地, 세상을 의미하는 하늘과 땅을 담았고, 수화水火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하고 소중한 물과 불을 담았어요. 이렇게 태극기 속에 우주에 살아가는 인간의 문화를 표현했답니다.
* 와파서당 :: 숫자로 익히는 한문 4강 교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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