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와파서당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픈옹달 May 17. 2022

계명구도, 맹상군의 식객 이야기

고사성어로 만나는 <사기> 8강

"목숨이 하늘에 달려 있다면 어찌 걱정할 것이 있겠습니까?
목숨이 문에 달려 있다면, 
문을 높이면 될 것입니다.
그러면 누가 문에 닿을 수 있을까요."
 <사기열전 : 맹상군열전>


왕의 아들을 왕자王子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황제의 아들을 무어라 할까요? 네, 황자皇子라 합니다. 춘추전국시기에는 왕 아래에 '무슨 무슨 공公'이라는 제후가 있었어요. 그들의 아들을 공자公子라 합니다. 


본래 주나라의 임금이 있었고, 나머지 나라는 주나라의 제후국이었어요. 그래서 주나라의 임금만이 왕으로 불렸고, 나머지 제후국의 임금은 공으로 불렸답니다. 그러던 것이 나중에는 제후국의 임금이 스스로 왕을 자처하게 되었어요. 주나라를 무시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춘추전국을 통일한 진나라의 임금은 새로운 호칭을 만들었어요. 바로 황제皇帝라는 새로운 호칭을 만듭니다. 그렇게 새로운 호칭을 만든 진시황은 먼 나중의 이야기. 이 호칭 이야기를 한 것은, 이제는 각 나라의 귀족들이 공이라는 호칭을 사용했기 때문이에요. 


이들은 비록 나라의 임금은 아니었지만 임금에 버금가는 세력을 가지고 있었답니다. 그래서 꽤 널리 명성을 떨치며 활약을 벌이기도 했어요. 지난 시간 우리가 만난 평원군도 공자公子 출신이었어요. 조나라의 평원군이 있었다면, 위나라의 신릉군, 초나라의 춘신군, 그리고 제나라의 맹상군이 이름을 떨쳤답니다. 이들은 평원군이 그랬던 것처럼 저마다 인재들을 불러모았어요. 특히 신릉군은 협객俠客이라 불리는 이들을 많이 모았습니다. 칼을 쓰며 자신의 이름을 떨치기 좋아하는 이들이 신릉군을 따랐어요. 훗날 천하를 통일하는 한나라의 첫번째 황제 유방은 신릉군을 그렇게도 좋아했다네요. 신릉군의 집터는 나중에 커다란 절이 되었어요. 카이펑이라는 도시에 가면 그 절을 만나볼 수 있답니다. 이들 넷을 함께 묶어 전국사공자戰局四公子라고 부르기도 해요. 전국시기에 이름을 떨친 네 명의 공자라는 뜻입니다.


이 가운데 오늘의 주인공은 제나라의 맹상군입니다. 맹상군 역시 평원군처럼 크게 활약하지만 사실 그는 태어나자마자 죽을 뻔했어요. 이유가 5월에 태어났기 때문이라나요? 전하는 말에 따르면 5월에 태어난 아이가 문에 손이 닿을 정도로 자라면 부모를 해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해요. 무슨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인가 싶지만 맹상군의 아버지는 그 이야기를 듣고 태어난 아이를 내버리라 했다고 해요. 그러나 맹상군의 어머니는 그를 몰래 키웠고, 나중에 자라 아버지를 만나게 됩니다. 물론 뒤늦게 이 사실을 안 맹상군의 아버지는 크게 화를 내요. 5월에 태어난 아이는 부모를 해친다며.


이때 맹상군이 한 질문을 합니다. "목숨이 하늘에 달려있습니까? 문에 달려있습니까?" 사람의 운명은 과연 어디에 달려있을까요? 맹상군의 말은 이렇습니다. 만약 하늘에 달려있다면 사람이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니 걱정한다고 피할 수 있을까요. 반대로 맹상군 아버지가 믿은 이야기처럼 문에 달려 있다면 해결책은 더 쉽습니다. 문을 높이면 될 일입니다. 사람이 아무리 키가 커도 한 없이 문을 키우면 어찌 문에 닿을 수 있겠어요. 이 당돌한 이야기에 맹상군의 아버지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도리어 당차고 똑똑한 그가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결국 맹상군은 내다 버릴 아이였지만 아버지의 뒤를 이을 정식 후계자가 됩니다. 그는 아버지의 재산을 가지고 여러 인재들을 불러 모읍니다. 다양한 재주꾼들이 맹상군의 식객食客이 되어요. 맹상군은 다양한 재주꾼을 만나 그들의 능력에 따라 집을 주기도 하고, 수레를 주기도 하며 대우했답니다. 그런 맹상군을 보며 손가락질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쓸데 없이 재산을 낭비하고 있다며 말이지요. 다르게 보면 식객들은 밥을 축내는 사람에 불과했습니다. 


맹상군이 명성을 떨치자 진나라 임금이 그를 만나고 싶어 했어요. 맹상군도 진나라 임금을 한번 만나보고 싶었답니다. 천하를 호령하는 진나라 임금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진나라 임금과의 만남은 괜찮았지만, 진나라 임금은 결국 딴마음을 품습니다. 맹상군이 제나라로 돌아가 제나라에서 활약할 것을 걱정한 것이에요. 그래서 맹상군을 진나라에 붙잡아두기로 합니다. 이때 맹상군의 식객 가운데 하나가 꾀를 내요. 진나라 임금의 아내를 설득해 위기에서 벗어나자고. 진나라 임금의 아내는 호백구, 흰여우 털로 만든 옷을 탐내고 있었고, 마침 맹상군이 호백구를 가지고 있었어요.


아차! 이미 호백구를 진나라 왕에게 바쳤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이때 맹상군의 식객 가운데 한 재주꾼이 나섭니다. 그는 개처럼 몰래 조용히 돌아다닐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가 활약하여 호백구를 임금의 금고에서 빼옵니다. 결국 맹상군은 그 식객의 활약으로 진나라 궁궐을 벗어날 수 있었어요. 부리나케 도망가는데 이번에는 함곡관이라는 관문에 갇혀버립니다. 뒤에서는 뒤늦게 맹상군의 탈출을 안 진나라 군대가 좇아오는 상황이었는데, 닭이 울어야 관문이 열린다고 하네요. 


이때 또 다른 식객이 활약합니다. 그는 닭울음소리를 잘 내었다고 해요. 그가 닭울음소리를 내자 주위의 닭들이 따라 울어 맹상군은 함곡관을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답니다. 여기서 계명구도鷄鳴狗盜라는 고사성어가 만들어집니다. 글자대로 옮기면 닭[鷄]의 울음소리[鳴]와 개[狗]의 도둑질[盜]이라는 뜻이에요. 별 쓸모 없는 재주를 가지고 활약하는 이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저 옛날 혼란스러운 춘추전국시대는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재주가 빛을 보는 시대였어요. 그만큼 변화가 많은 시대였답니다. 우리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생각지도 못한 재주가 빛을 보는 그런 상황을 맞을지 누가 또 알까요?




* 와파서당 :: 고사성어로 만나는 <사기> 8강 교안입니다. 

https://zziraci.com/wifi-seodang/simaqian


* 쓰기 내용이 포함된 PDF 교안은 아래 링크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습니다. 

https://zziraci.com/wifi-seodang/paper


* 6월 시작하는 프로그램은 아래 링크를 참고하세요.

https://zziraci.com/wifi-seodang


매거진의 이전글 건곤감리, 팔괘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