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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픈옹달 Aug 23. 2022

하해불택세류, 제국을 꿈꾼 이사 이야기

와파서당 초한전쟁 

太山不讓土壤 故能成其大
河海不擇細流 故能就其深
王者不卻衆庶 故能明其德


태산은 한 덩이의 흙도 마다하지 않았기에 저토록 클 수 있었으며,
바다는 작은 물줄기도 마다하지 않았기에 저토록 깊을 수 있었습니다.
왕이 되려는 자는 백성들을 내치지 말아야 그 덕을 세상에 드러낼 수 있는 것입니다.
<사기열전 : 이사열전>


이사는 어느 날 화장실에서 쥐 한 마리를 발견합니다. 잽싸게 도망가는 모습이 처량해 보이기도 했어요. 문득 곡식 창고에서 보았던 쥐가 떠올랐습니다. 그 쥐는 화장실 쥐와 다르게 곡식을 먹어 살찌고 기름진 모습이었어요. 게다가 사람을 보고도 크게 놀라지 않았습니다. 이사는 생각했습니다. 사람이라고 그와 크게 다를까. 넉넉한 사람은 태도도 느긋하고 당당한데, 가난한 사람은 쪼들리는 일상을 사니 여유가 없지 않은가. 그러고는 결심합니다. 화장실 쥐 같은 삶을 살지 않겠다고. 이사는 창고 쥐와 같이 당당하고 느긋하게 살겠다고. 


이사는 서쪽 진나라로 향합니다. 고향 초나라는 별 가망이 보이지 않았던 까닭입니다. 여러 귀족들이 관직을 독차지하고 있어 자신의 능력을 펼칠 기회를 잡기 어려웠어요. 게다가 진나라는 널리 인재를 구하며 능력 있는 사람들을 두루 받아들였습니다. 실제로 진나라에서 이름을 떨친 사람들은 대부분 다른 나라 출신들이었어요. 부국강병을 이룬 상앙, 천금의 재물로 임금을 만든 여불위까지. 이사는 푸른 꿈을 안고 진나라로 향합니다. 


이사는 우선 여불위를 만나 그의 재능을 펼칠 기회를 얻고자 합니다. 상인 출신이었던 여불위는 물건을 보는 재능만큼 사람을 알아보는 재능도 가지고 있었어요. 그는 이사의 재능과 야심을 꿰뚫어 보았습니다. 그를 가까이 두고 그에게 큰 일을 맡기고자 합니다.


당시 진나라는 좀 어지러운 상황이었어요. 효문왕이 죽고 여불위가 후원했던 장양왕이 진나라 임금의 자리에 오릅니다. 헌데 어찌된 일인지 장양왕은 불과 3년 만에 세상을 떠나버리고 말아요. 그의 어린 아들 영정이 13살의 나이에 임금의 자리에 오릅니다. 장양왕의 아들 영정이 훗날 최초의 황제가 되는 진시황이랍니다. 그가 나머지 나라들을 정벌하고 황제에 오르는 이야기는 다음에 다루도록 해요.


여불위는 어린 임금을 도와 나라를 다스린다며 나라의 모든 권력을 손에 쥐었습니다. 이 기회를 틈타 이사는 진나라 임금 영정을 만납니다. 이사는 여불위보다는 진나라 임금 영정에게 더 관심이 있었어요. 그를 도와 새롭게 부강하고 강한 나라를 만들 수 있다는 꿈을 꾸었습니다. 이사는 영정을 도와 큰 활약을 펼칩니다.


그러던 도중에 하나의 사건이 벌어집니다. 이웃나라 한나라에서 진나라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해 첩자를 보낸 것이었어요. 이 인물은 진나라 임금을 만나 수로水路를 파면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 수 있다고 설득합니다. 지금이야 다양한 건설 장비를 동원할 수 있지만 먼 옛날 그런 게 가능할 수 있을까요. 수로를 파기 위해서는 많은 백성을 동원해야 했습니다. 군인의 힘까지 빌려야 했어요. 사실 속셈은 그렇게 큰 공사를 벌여 진나라의 국력을 약하게 만들려는 계획이었답니다.


진나라 임금은 첩자의 의견을 따라 수로를 만들기로 합니다. 큰 공사가 벌어지고 백성들이 한창 땀 흘려 일하고 있을 때 그가 첩자였다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진나라의 힘을 약하게 하려 했다니!! 이 일로 진나라 임금은 주변에 있는 이웃나라 출신 관리들을 의심합니다. 혹시 그들로 이웃나라에서 보낸 첩자가 아닐까? 결국 진나라 임금은 단호한 명령을 내립니다. 다른 나라 출신을 모두 내쫓으라고.


초나라 출신이었던 이사도 꼼짝없이 나라 밖으로 쫓겨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사는 순순히 쫓겨나고 싶지 않았어요. 성공을 위해 먼 진나라까지 왔는데 그렇게 내쫓길 수는 없는 일. 이사는 한 편의 글을 진나라 임금에게 바칩니다. 물론 내용은 다른 나라 출신이라고 내쫓는 것이 부당하는 이야기였어요. 그러나 이사는 마냥 자신의 억울함을 주장하지는 않았답니다. 그는 비유를 들어 진나라 임금을 설득했어요.


"태산은 한 덩이의 흙도 마다하지 않았기에 저토록 클 수 있었으며, 바다는 작은 물줄기도 마다하지 않았기에 저토록 깊을 수 있었습니다. 왕이 되려는 자는 백성들을 내치지 말아야 그 덕을 세상에 드러낼 수 있는 것입니다." 이사는 태산과 바다를 예로 들어 진나라 임금을 설득합니다. 태산을 이룬 흙덩이는 내편 네편이 있던가요? 바다로 모여드는 물줄기는 어떤가요? 어떤 것은 받아들이고 어떤 것은 내치고 그러지 않습니다. 모든 물이 강에 모여들고, 또다시 그 강물이 바다로 흘러갑니다. 태산처럼, 바다처럼 크고 넓은 마음을 가지라는 말이었어요.


이사의 이 말에서 나온 말이 '하해불택세류河海不擇細流'라는 말입니다. 강과 바다는 작은 물줄기라고 무시하고 내버리지 않는다는 말이에요. 만약 진나라 임금이 진나라 사람만 곁에 둔다면 어떻게 될까요? 진나라 사람의 나라에 불과할 것입니다. 다른 나라 출신을 두루 등용한다면? 진나라를 넘어 새로운 나라를 꿈꿀 수 있을 거예요. 진나라 임금은 이사의 글을 읽고 자신의 명령을 거둡니다. 그리고 이 글을 쓴 이사를 더욱 가까이 두어요. 훗날 진나라 임금이 천하통일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사의 조언을 귀 기울여 들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오늘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큰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내가 좋아하는 것만, 나에게 익숙한 것만 곁에 둘 수는 없는 일이에요. 낯선 것도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렇게 넓고 큰 마음을 가져야 그 마음의 크기만큼 넓고 큰 사람이 될 수 있지 않겠어요? 하해불택세류! 작은 일에, 나를 귀찮게 하는 보잘것없는 일보다는 더 큰 일에 관심을 기울이는 게 어떨까요? 




* 와파서당 : 고사성어로 읽는 ‘초한전쟁' 교안입니다. 전체 교안은 아래 링크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습니다.  

https://cafe.naver.com/zziracilab/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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