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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픈옹달 Apr 25. 2022

사방팔방, 우주 이야기

와파서당 - 숫자로 익히는 한문 2강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 나가면 온 세상 어린이를 다 만나고 오겠네~"


오늘날 우리는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요. 그래서 세계일주라는 것도 상상하곤 합니다. 실제로 지구를 한 바퀴 걸어서 여행할 수는 없지만 교통수단의 발달로 충분한 시간과 경제적 여유만 있으면 지구를 한 바퀴 돌며 여행할 수 있답니다. 그러나 옛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어요. 옛사람들은 지구라는 커다란 땅 덩어리를 생각하지 못했답니다. 자꾸 걸어 나가면 언젠가 땅 끝에 이르리라 생각했어요. 


옛사람은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고 생각했어요. 이를 천원지방天圓地方이라 말합니다. 하늘[天]은 원처럼 둥글고[圓] 땅[地]은 각진 네모[方] 모양이라는 뜻이에요. 땅은 네모인데 어떻게 하늘이 원일 수 있냐구요?  반원 모양을 생각하면 됩니다. 지금도 천문대 같은 건물은 천정이 둥그렇지요. 마치 그렇게 땅 위에 둥근 하늘이 덮여있다고 생각했어요. 


네모난 땅의 방위에 각각 동서남북東西南北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오늘날 우리에게도 매우 익숙한 표현이에요. 해는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떨어집니다. 그것뿐인가요? 하늘의 모든 별들이 그렇습니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동쪽을 매우 좋아했어요. 시작을 의미하곤 했답니다. 한편 남쪽은 어떤가요? 지구가 살짝 기울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그래서 해는 비스듬히 뜹니다. 남쪽으로 치우쳐서요. 해가 하늘 중간에 있을 때 그곳이 바로 남쪽이에요. 그렇게 남쪽은 태양을 상징하고, 가장 따뜻한 곳을 의미해요. 동쪽이 시작을 의미한다면 서쪽은 끝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해가 서쪽에 걸리며 저녁이 되면 하루를 마무리해요. 마지막으로 한 방위가 남아있어요. 바로 북쪽입니다. 북쪽은 밤, 쉼을 의미합니다. 한편 남쪽과 다르게 추위를 상징하기도 해요. 


동서남북, 땅에 네 방위가 있듯 네 계절이 있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이 넷을 한자로는 춘하추동春夏秋冬이라 해요. 그러고 보면 동서남북과 춘하추동이 조금 비슷하지 않나요? 실제로 옛사람들은 동서남북과 춘하추동 네 계절을 서로 연결시켜 생각하곤 했답니다. 봄과 가을은 동쪽과 서쪽을, 여름과 겨울은 남쪽과 북쪽을 의미한다고 보았어요. 이런 표현은 지금도 시와 같은 문학작품에서 많이 볼 수 있답니다. 




<수궁가水宮歌>라는 작품을 알고 있나요? 혹은 <별주부전>이라는 작품은요? 아마 이름이 낯설 수 있어요. 그러나 <토끼전>이라면 어떤가요? 뭔가 떠오르는 것이 있을 겁니다. 사실 모두 같은 작품의 다른 이름이랍니다. <별주부전>의 '전傳'은 <토끼전>의 '전'처럼 이야기라는 뜻이에요. '별주부鼈主簿'의 '주부'는 벼슬 이름이고, '별'은 자라를 말합니다. 토끼와 자라가 나오는 이야기, 그래서 이 작품을 <토끼와 자라>라고  옮기기도 해요.


<수궁가水宮歌>에서 '가'는 노래를 이야기해요. 이 이야기가 노랫말로 전해졌기 때문이랍니다. 노래를 직접 들어보지는 못했어요 모두 이야기는 알 거예요. 토끼가 자라의 꾐에 빠져 용궁에 간 이야기. 이때 용궁을 다른 말로 '수궁水宮'이라 해요. 수궁을 풀이하면 '물속[水] 궁전[宮]'이라는 뜻이에요. 헌데 왜 이 수궁을 '용궁龍宮'이라 했을까요? 깊은 바닷속에 용이 살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했던 까닭이에요. 수궁에는 용이 임금이 되어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임금을 용왕龍王이라 해요.


바다의 임금 용왕은 모두 몇 명이었을까요? 어쩌면 이 질문은 조금 우스운 질문일 수 있답니다. 왜냐하면 바다는 하나로 다 이어져 있기 때문이에요. 크게 보아 바다를 나누기는 하지만 바다는 모두 다 이어져 있답니다. 그러니 바다의 임금은 하나이지 않을까요? 실제로 그리스 신화를 보면 바다의 신은 하나예요. 바다의 신 포세이돈! 그러나 우리네 용왕은 그렇지 않습니다. 땅이 넷이듯 바다도 넷이기 때문이에요. 동해, 서해, 남해, 북해, 그렇게 용왕도 넷이 있습니다. 여기서 질문! 과연 토끼는 어느 용왕 앞으로 끌려간 것일까요? 앞으로 용왕이 나오는 이야기를 읽을 때 잘 살펴보세요. 과연 어느 용궁 이야기인지. 


한편 옛사람들은 방위마다 신묘한 동물이 지키고 있다고 믿기도 했답니다. 네 방위의 신이라는 뜻에서 이를 '사신四神'이라 해요. 동쪽에는 청룡, 푸른 용이 서쪽에는 백호, 즉 흰 범이 있어요. 남쪽에는 주작, 붉은 새가 북쪽에는 현무, 검은 거북이 있습니다. 이들은 각각 네 방위에 해당하는 계절을 맡아 다스린다고도 했어요. 동쪽의 청룡은 봄, 남쪽의 주작은 여름, 서쪽의 백호는 가을을, 북쪽의 현무는 겨울을 다스립니다. 사신을 그린 여러 사신도四神圖가 있는데 고구려 고분에 그려진 사신도가 가장 유명해요.




바다에는 용왕이 살듯, 궁궐에는 임금님이 살아요. 이 임금님이 사는 궁궐이 있는 도시를 '서울'이라 부릅니다. 한강漢江이 옆에 있어서 한양漢陽이라 부르기도 했어요. 한양은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이 성벽에는 네 개의 문이 있었답니다. 이 네 문을 사대문四大門이라 했어요. 이 가운데 남쪽의 문이 가장 유명하지요. 남쪽에 있어 남대문이라고도 불리는 이 문의 이름은 숭례문崇禮門이에요. 우리나라 국보 1호랍니다.


옛사람이 남긴 가장 소중한 유물을 '국보',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것을 '보물'이라 이름 붙여 보호하고 있어요. 숭례문은 국보 1호로 그만큼 소중한 유물입니다. 그렇다면 보물 1호는 무엇인지 알고 있나요? 동쪽에 있어 동대문이라고도 불리는 '흥인지문興仁之門'이에요. 이렇게 한양의 남쪽 문과 동쪽 문은 각각 국보와 보물로 남아 있답니다. 그렇다면 서쪽과 북쪽 문이 궁금합니다. 서쪽 문은 '돈의문敦義門'이라 하는데 지금은 사라져 볼 수 없습니다. 북쪽 문은 '숙정문肅靖門'이라 해요. 궁궐 북쪽은 북악산이 있어 사람들이 잘 드나들지 않아 문이 작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여럿 드나들며 붐볐던 남쪽 문과 동쪽 문이 가장 유명하고 지금까지도 남아 있어요. 


그런데 이름이 좀 어렵지요? 남대문, 동대문 하는 쉬운 이름을 버려두고 어려운 이름을 사용한 것일까요? 물론 지금도 '남대문 시장'이나 '동대문 역사문화공원'처럼 남대문이니 동대문이니 하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어요. 그래도 '숭례문'과 '흥인지문'이 본래 이름입니다. 이렇게 이름을 지은 것은 옛 선비들이 중요하게 생각한 가치를 이름에 담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바로 '인의예지仁義禮知'라는 가치입니다. '인仁'은 인자함을, '의義'는 의로움을, '예禮'는 예의바름을, '지知'는 지혜를 의미해요. 임금이 다스리는 도시, 나아가 나라가 인의예지의 나라가 되기 바라는 마음이었답니다.


땅에 임금이 사는 궁궐이 있으면 하늘에도 궁궐이 있을까요? 네, 하늘에도 궁궐이 있어요. 천궁天宮을 다스리는 하느님을 상제上帝라 불렀답니다. 맞아요 우리가 잘 아는 옥황상제玉皇上帝를 말합니다. 이 옥황상제는 하늘의 신으로 여러 별의 신, 다양한 신들을 다스렸답니다. 그중에는 소를 모는 신과 베를 짜는 신도 있어요. 바로 견우牽牛와 직녀織女가 그 주인공입니다.


그러고 보면 옛사람들의 세계는 참 작았어요. 하늘 바깥을 생각하지 못했다니. 그렇게 옛사람의 우주는 천지사방天地四方으로 이루어져 있었답니다. 하늘과 땅, 동서남북 네 방위로 말이지요. 그러고 보면 이를 우리에게 익숙한 다른 말로도 바꿀 수 있습니다. 위, 아래를 의미하는 상하上下 그리고 앞, 뒤, 왼쪽과 오른쪽을 의미하는 전후좌우前後左右.




* 와파서당 ::  숫자로 익히는 한문 2강 교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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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DF 교안은 아래 링크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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