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와파서당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픈옹달 Apr 19. 2022

일모도원, 오자서의 복수 이야기

고사성어로 만나는 <사기>

오자서가 말했다.
"나를 대신해 신포서에게 사과를 전해주게.
해가 저물지만 갈 길이 멀어,
도리를 지킬 수 없었다고 말이야." 
 <사기열전 : 오자서열전>

여기 두 복수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나는 오왕 합려에 얽힌 이야기입니다. 오왕 합려는 손무를 기용하여 강한 나라를 만들었습니다. 손무의 병법을 빌려 이웃 나라와 전쟁을 벌여 연전연승連戰連勝, 거듭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그러나 승리가 있으면 패배가 있지 않겠어요? 결국 오왕 합려도 패배하고 맙니다. 상대는 이웃 월나라였습니다. 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손무는 월나라와의 전쟁을 반대했다고 해요. 그러나 합려의 마음을 돌릴 수는 없었습니다.


합려는 결국 월나라와의 싸움에서 입은 상처가 덧나 죽습니다. 그는 죽기 전에 아들 부차를 불러 이야기합니다. 아버지를 죽게 한 월왕에 대한 복수를 잊지 말라고. 그렇게 아버지를 떠나보낸 부차는 복수의 마음을 매일 갈고닦기 위해 편안한 잠자리를 거부합니다. 행여 따뜻하고 포근한 잠자리에 누우면 복수의 마음을 잊어버리지 않을까 걱정했던 까닭이지요. 하여 그는 매일 딱딱한 장작더미 위에서 잠을 잤다고 해요. 


결국 그는 복수에 성공합니다. 월나라 군대를 깨뜨리고 월나라 임금 구천을 추적하여 회계산에 몰아넣습니다. 결국 구천은 항복합니다. 목숨을 구걸하는 그를 어떻게 해야 할까. 부차는 그를 살려주기로 해요. 그러나 이때 항복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오늘의 주인공 오자서입니다. 그는 대관절 왜 구천의 항복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일까요? 오자서 눈에는 항복하는 구천의 눈빛 속에 번뜩이는 복수의 칼날을 보았습니다. 구천이 복수에 성공하여 부차가 죽게 되는 일은 먼 훗날의 이야기. 구천은 복수의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해 매일 쓰디쓴 쓸개를 핥았다고 해요. 이들의 이야기에서 와신상담臥薪嘗膽이라는 고사성어가 만들어졌습니다.


한편 오자서는 본래 초나라 사람이었어요. 아버지는 초나라 태자의 스승일 정도로 좋은 집안이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초나라의 임금 평왕은 엉뚱한 욕심을 냅니다. 바로 태자의 아내를 탐한 것이지요. 이를 위해 태자는 물론 태자의 스승, 오자서의 아버지도 해칩니다. 오자서의 아버지를 죽이려는데 한 신하가 말하기를 그의 아들은 빼어난 인재로 훗날 재앙의 씨앗이 될 수 있으니 이 참에 함께 죽여야 한답니다.


초나라 평왕은 아버지를 볼모로 오자서와 오자서의 형을 부릅니다. 아버지가 찾는다며 말이예요. 가면 목숨을 잃을 것이 뻔한 상황. 오자서는 도망치자고 말하지만 그의 형 생각은 달랐습니다. 아버지께서 부르시는데 어찌 가지 않을 수 있냐는 거예요. 결국 오자서 홀로 도망치고 그의 아버지와 형 모두 목숨을 잃습니다. 초나라 평왕은 추격 부대를 보내 오자서를 쫓습니다. 오자서는 정신없이 도망칩니다. 비렁뱅이 꼴이 되어 겨우 목숨을 건집니다. 수시로 굶어가며 까마득히 먼 길을 지나 겨우겨우 오나라에 도착합니다. 


오자서는 오나라에 도착해 한 공자公子의 야심을 읽습니다. 자신이 임금이 될 생각을 품고 호시탐탐 임금 자리를 노리고 있는 인물이 있었어요. 바로 공자 광이었습니다. 오자서는 공자 광에게 전제라는 자객을 소개해 줍니다. 공자 광은 성대한 잔치를 열어 임금을 초대합니다. 이금이라고 공자 광의 야망을 모를 리 없었습니다. 수많은 병사와 함께 공자 광을 찾아갑니다. 올리는 음식마다 모두 샅샅이 수색하는 것은 물론 음식을 올리는 이들의 몸도 철저히 수색합니다. 


자객 전제는 커다란 물고기 요리를 들고 임금 앞에 나아갑니다. 임금 앞에 물고기 요리를 올리는 그 순간 물고기 뱃속에 숨겨두었던 날카로운 비수를 꺼내어 임금을 찌릅니다. 물론 전제도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습니다. 그렇게 오나라 임금을 죽이고 공자 광은 오나라 임금에 오릅니다. 그가 바로 손무를 등용했던 오왕 합려였어요. 합려가 임금이 된 이후 전제의 가족을 극진이 보살폈다는 이야기.


합려는 임금이 되어 오자서를 등용합니다. 손무와 함께 오자서도 전쟁터 곳곳에서 활약을 펼칩니다. 그리고 드디어 초나라와 전쟁을 벌일 기회를 얻어요. 오자서는 오나라 군대를 이끌고 파죽지세로 초나라 군대를 꺾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초나라의 수도에 들어왔어요. 그러나 초나라 평왕은 이미 세상을 떠난 이후였고, 그의 아들 소왕이 임금인 상황이었습니다. 소왕은 일찍 도망가버렸고 아버지와 형의 원수를 갚을 길이 사라졌습니다. 


결국 오자서는 초나라 평왕의 무덤을 찾아갑니다. 10년 전 세상을 떠나 무덤에 안장된 평왕의 시체를 꺼냅니다. 썩어 문드러진 시체에 채찍질을 하며 분풀이를 했다고 해요. 무려 300번이나. 그의 친구 신포서가 보다 못해 그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너무 지나친 것 아니냐고. 이때 오자서가 남긴 말이 위에 인용한 문장입니다. 


"나를 대신해 신포서에게 사과를 전해주게. 해가 저물지만 갈 길이 멀어, 도리를 지킬 수 없었다고 말이야." 여기서 일모도원日暮途遠이라는 사자성어가 나왔어요. 해는 저무는 데 갈 길은 멀다는 뜻입니다. 이미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는 뜻일까요? 아니면 빨리 복수를 마치고 다른 길을 가야겠다는 뜻일까요. 아마도 빨리 복수를 마치고 다른 길을 가겠다는 뜻이 아닐까요. 이런 그 였기에 월왕 구천의 눈에 서려있는 복수의 마음을 읽어냈던 것 아닐지요.  


복수를 마친 오자서는 이후 오나라의 충신으로 활약합니다. 그러나 오자서의 최후는 좋지 않았습니다. 구천을 죽일 것을 간언하며 부차의 눈밖에 났습니다. 여기에 간신 백비의 모함에 오왕 부차는 더욱 오자서를 경계합니다. 나중에는 촉루라는 검을 선물로 내려 오자서에게 자결을 명합니다. 임금의 명령에 따라 순순히 자결할 오자서가 아니었지요. 오자서는 죽으며 이렇게 말했다 합니다.


"내 눈을 뽑아 성문에 걸어 놓아라. 월나라 병사들이 쳐들어와 오나라가 망하는 것을 똑똑히 볼 테니! 내 무덤 곁에 오동나무를 심어 놓아라. 임금이 죽으면 관으로 쓸 나무가 필요할 테니!" 


이 말을 들은 부차는 오자서의 시체를 가죽에 담아 강에 던져 버리라 했습니다. 사람들은 오자서를 기리며 그 산을 서산胥山이라 불렀다 해요. 월왕 구천의 복수로 오나라가 망하는 것은 또 한참 뒤의 이야기. 그렇게 두 복수 이야기가 역사 속에 흘러갑니다. 




* 와파서당 :: 고사성어로 만나는 <사기> 4강 교안입니다. 

https://zziraci.com/wifi-seodang/simaqian


* PDF 교안은 아래 링크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습니다. 

https://zziraci.com/wifi-seodang/paper


매거진의 이전글 일, 이, 삼! 숫자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