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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픈옹달 Apr 18. 2022

일, 이, 삼! 숫자 이야기

와파서당 - 숫자로 익히는 한문 1강

우리는 매일 숫자와 함께 살아갑니다. 숫자 없는 일상은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숫자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볼까요? 나이, 학년, 날짜, 시간, 키, 몸무게, 주소 등등... 이루 다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숫자에는 또 다른 의미들이 담겨 있다는 것을 알고 있나요? 옛사람들에게 숫자는 사물을 세는 데서 벗어나 우주를 이해하고, 세상을 읽는 도구로도 사용했답니다. 역사를 이야기하고 자연을 탐구하는 숫자! 우리는 일, 이, 삼에서 시작해서 천변만화千變萬化, 수많은 변화 이야기까지 숫자와 함께 여러 한자, 한문 표현을 익힐 예정입니다. 


첫 시간, [일, 이, 삼! 숫자 이야기]에서는 한자로 기본적인 숫자를 익히고 이 숫자로 옛사람들이 우주와 자연을 이해한 방식을 알아봅니다. 둘째 시간, [사방팔방, 우주 이야기]에서는 동서남북 네 방위를 비롯해 역사적 공간으로서 세계를 어떻게 이해했는지를 살펴봅니다. 셋째 시간, [화수목금토, 오행 이야기]에서는 옛사람이 우주를 이루고 있다고 생각한 다섯 가지 힘, 오행에 대해 알아봅니다. 넷째 시간, [자축인묘, 육십갑자 이야기]에서는 십간십이지와 함께 날짜를 계산하는 방식을 살펴봅니다. 다섯 번째 시간, [건곤감리, 팔괘 이야기]에서는 태극기의 네 괘, 건곤감리를 비롯해 팔괘에 대해 알아보고 신비로운 주역에 대해 배웁니다. 여섯 번째 시간 [천변만화, 괴물 이야기]에서는 옛사람이 상상한 다양한 괴물, 요괴, 신선 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하나'는 매우 매력적인 숫자입니다. 이 숫자는 말 그대로 하나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전체를 의미하기도 했어요. 우주는 본래 하나라고 생각했던 까닭입니다. 고대인들은 우주가 본래 한 덩어리라고 상상했다고 해요. 예를 들어 '태일太一'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커다란[太] 하나[一]'라는 뜻으로 여기서 모든 것들이 나왔다고 해요. 우주도, 사람도, 동물들도... 오늘날 물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먼 옛날 우주는 본래 하나였다고 해요. 거대한 에너지 덩어리였던 것이 어느 날 뻥! 하고 터져서 우주가 되었다나요. 이를 '빅뱅Big Bang'이라 해요. 옛사람의 상상이 헛된 것은 아니었답니다. 


오늘날 과학자들은 이 거대한 폭발로 '시간時間'과 '공간空間'이 만들어졌다고 해요. 바로 '우주宇宙'가 탄생합니다. '우宇'는 끝없이 넓은 공간을, '주宙'는 한없이 이어지는 시간을 의미하는 글자예요. 그래서 <천자문>이라는 책에서는 이렇게 말했답니다. '우주홍황宇宙洪荒', 이 세상[宇宙]은 한 없이 넓고 크다[洪荒]는 뜻입니다. 



한편 옛사람들은 우주의 시작을 일컬어 '태극太極'이라 부르기도 했어요. 태극이라니 뭔가 떠오르지 않나요? 맞습니다. '태극기太極旗'의 태극과 같습니다. 그러나 오른쪽에 가져온 태극의 모습은 우리가 아는 태극과 다르네요. 방향도 다르고, 색깔도 다르고...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서는 나중에 [건곤감리, 팔괘 이야기]에서 나누도록 해요. 


옛사람은 우주의 시작인 커다란 하나[太一]이 바로 태극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나요? 태극은 하나가 아니라 둘처럼 보입니다. 검은 것과 흰 것, 흑색과 백색... 어떻게 된 것일까요? 




옛사람은 태극이 하나이자 둘이라 생각했어요. 하나면 하나이지 어떻게 둘이냐구요? 옛사람의 표현을 빌리면 이렇습니다. '이쪽이라는 게 있으면 저쪽이라는 게 있다. 있다가 있으면 없다가 있고, 맞다가 있으면 틀리다가 있다.' 쉽게 말해, 늘 두 가지가 함께 있는 게 있다고 해요. 생각해보면 그렇게 짝을 이루어 함께 묶여 있는 게 얼마나 많은가요? 있다-없다, 많다-적다, 하늘-땅, 낮-밤, 앞-뒤 등등...


하늘을 봅시다. '하나[一]'라고 할만한 것이 있을까요? 바로 '태양太陽'입니다. 그러고 보면 하나를 뜻하는 '일一'과 태양을 가리키는 '일日'이 같은 음이네요. 앞서 '하나'는 '한 개'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전체를 의미하기도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태양이 바로 그렇습니다. 태양은 하나의 '별'에 불과하지만 우리 태양계 전체와도 같아요. 태양이 사라진다면... 지구는 물론이거니와 모든 것이 사라질 거예요.


그러나 태양이 보이지 않는 때가 있습니다. 이때 하늘에 빛나는 것이 바로 달[月]이예요. 달은 태양, 해와 더불어 하늘을 대표합니다. 옛사람은 해의 힘을 '양陽'이라고 했고 달의 힘을 '음陰'이라 했어요. 태극의 두 색깔은 각각 이 둘을 상징합니다. 흰색은 '양陽'을, 검은색은 '음陰'을 상징해요. 한편 색깔을 보면 알 수 있듯, '양'은 볕을 '음'은 그늘을 상징하기도 해요.  



'일월오봉도日月五峯圖'라는 그림을 본 적이 있을 거예요. 궁궐의 임금님 등 뒤에 걸어놓았던 그림입니다. 여기에 일월日月, 해와 달을 그려놓은 것은 낮이나 밤이나 변함없이 온 세상을 다스린다는 뜻 아니었을까요? 문득 질문이 듭니다. 왜 하필 뒤에 있는 산은 '오봉五峯' 봉우리가 다섯일까? [화수목금토, 오행 이야기]에서 그 비밀을 이야기해 볼 거예요. 


해와 달이 짝을 이루듯 우주에는 짝을 이루는 것이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하늘[天]과 땅[地]이 있어요. 그뿐인가요? 불[火]과 물[水]도 있습니다. 그리고 남성[男]과 여성[女]이 있습니다. 이렇게 해와 달 아래에, 하늘과 땅 사이에 인간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셋은 균형의 숫자예요. 셋이 어째서 균형의 숫자냐구요? 이쪽과 저쪽만 있을 때에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합니다. 그러나 셋이 되는 순간 상황이 바뀌어요. 예를 들어 '가위-바위-보' 놀이가 그렇습니다. 둘만 있으면 이기고 지는 게 확실해요. 그러나 셋이 되는 순간 이기고 지는 경우뿐만 아니라 비기는 경우도 생깁니다. 셋이서 가위바위보 놀이를 하다 승부를 보지 못하고 한참이나 반복했던 적이 있나요? 셋이 서로 각각 다른 것을 내면 이기는 사람도 지는 사람도 없습니다. 


천지天地, 하늘과 땅 사이에 균형을 이루는 존재가 있습니다. 바로 사람[人]이예요. 사람은 하늘과 땅 사이에 살면서 이 세상의 균형과 조화를 맡고 있습니다. 옛사람은 이 셋, 천지인天地人을 '삼재三才'라고 해서 우주의 균형을 설명하는 도구로 사용했어요. '천지인'은 우리글의 모음을 만드는 요소로 사용되기도 했답니다. 천(ㆍ)지(ㅡ)인(ㅣ), 이 셋만 있으면 모든 모음을 만들 수 있어요. 


그러고 보면 세상을 셋도 세상을 설명하는 매우 중요한 글자입니다. 천지天地에 살아가는 존재는 인간人間, 동물動物, 식물植物이 있네요. 하늘과 땅 사이에 인간이 있듯, 위[上] 아래[下]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중간[中]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셋은 균형의 숫자이기도 하지만 충분함을 이야기하는 숫자이기도 해요. 한 번, 두 번은 아쉽고 그러니 삼 세 번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겠어요?


작심삼일作心三日이라는 말이 있어요. 이 말은 마음에 목표를 세워놓고 사흘을 못 간다는 뜻입니다. 하루 이틀은 잘하는데 사흘을 못 넘긴다는 뜻이예요. 그만큼 셋은 중요한 숫자입니다. 한번 해서 안 되면 두 번하는 사람은 있지만 세 번까지 하는 사람은 없다는 뜻이기도 해요. 우리는 하나, 둘을 거쳐 셋까지 왔습니다. 삼三, 세 번째가 고비라니 이 고비를 잘 넘겼습니다. 이제 또 다른 숫자 이야기를 만날 차례입니다. 


* 와파서당 ::  숫자로 익히는 한문 1강 교안입니다.

https://zziraci.com/wifi-seodang/shuzi


* PDF 교안은 아래 링크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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