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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픈옹달 Apr 12. 2022

지피지기, 손자병법 이야기

고사성어로 만나는 <사기>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상대를 모르지만 나를 알면 한 번 이기고 한 번 패한다.
상대를 모르고 나도 모르면 싸움마다 반드시 패한다.
 <손자병법 : 모공>

춘추전국시대는 빈번하게 전쟁이 벌어지는 시대였어요. 제후들은 저마다 제 나라의 영토를 넓히는데 관심이 많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나중에는 전쟁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그 가운데 가장 유명한 사람은 '손자孫子'일 거예요. 그가 쓴 <손자병법孫子兵法>은 전쟁뿐만 아니라 우리 일상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다양한 내용을 담은 책으로 유명해요.


가장 유명한 내용 가운데 하나는 '지피지기知彼知己 백전백승百戰百勝'이라는 말 일거예요. 상대를 알고 자신을 알면 싸울 때마다 승리를 거둘 수 있다는 말이지요. 그러나 사실 이 말은 <손자병법>에 실려있지 않습니다. 본래는 뒤의 구절이 달라요. '백전불태百戰不殆', 아무리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입니다. 하긴 어떻게 싸울 때마다 늘 이길 수 있겠어요. 그러나 상대와 자신을 잘 알면 경쟁에서 비록 이기지 못하더라도 크게 피해를 입지는 않을 겁니다.


<손자병법>은 손무孫武라는 사람이 썼다고 전해집니다. 그 책을 삼국시대 조조가 다시 정리했다고 해요. 조조 역시 전쟁터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병법에 많은 관심이 있었습니다. <삼국지>를 읽어보면 조조는 끊임없이 전쟁에 나갔지만 끝까지 살아남았어요. 전쟁에서 패배한 적도 있지만 나라를 잃거나 목숨을 잃지 않았습니다. 오뚝이처럼 금세 다시 일어서곤 했어요. 그 많은 전쟁을 겪었지만 크게 위태롭지 않았던 것은 <손자병법>에서 말하는 것처럼 상대와 자신을 잘 알았기 때문 아닐까요?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기지 못할 경우 잘 지는 것도 중요합니다. 크게 상처입지 않고 지는 법을 안다면 언젠가 이길 수도 있지 않겠어요?


<손자병법>의 저자 손무는 오나라 임금 합려를 섬겼어요. 합려는 매우 빼어난 군주였습니다. 손무를 등용하여 오나라를 강성하게 만들었어요. 처음 손무를 만났을 때의 이야기가 흥미롭습니다. 합려는 손무를 만나 손무의 지휘능력을 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시험 삼아 궁녀들로도 시범을 보일 수 있는지 묻습니다. 손무는 자신있게 할 수 있다고 말하고는 궁녀들을 두 편으로 나누고는 무기를 들게 합니다. 합려에게 사랑받는 궁녀를 뽑아 각 편의 대장으로 삼았어요. 


손무는 북을 들고는 앞뒤좌우로 행진 연습을 시켰어요. 그러나 궁궐에 지내던 궁녀들이 군인 역할을 잘할 수 있었을까요. 손무가 북을 치며 명령을 내렸지만 까르르 웃으며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손무는 이렇게 말합니다. "명령이 익숙하지 않은 것은 장군의 잘못이지." 그러고는 다시 분명하게 설명해줍니다. 북소리를 듣고 명령에 따라 행진하라고. 손무가 다시 북을 치며 명령을 내리는데도 궁녀들은 여전히 웃기만 하고 제대로 명령을 따르지 않습니다. 이에 손무는 이렇게 말하지요. "명령이 분명한데도 따르지 않는 것은 대장의 잘못이다."


그러고는 각 편의 대장 목을 베려고 합니다. 왕은 깜짝 놀라 손무를 말려요. "그대의 실력은 잘 보았소. 저들이 죽으면 내 즐거움이 사라진단 말이오." 그러나 손무는 단호합니다. "임금의 명령을 받아 장군이 되었습니다. 전쟁 중에는 임금의 명령을 따르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고는 정말로 두 대장의 목을 베었습니다.


손무는 그다음으로 임금의 사랑을 받는 궁녀를 다시 대장으로 삼았어요. 그 뒤에 다시 명령을 내립니다. 이번에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척척 명령에 따라 움직입니다. 웃고 떠들 생각이 싹 사라져버렸지요. 훈련을 마치고 손무는 합려에게 말합니다. "임금께서 내려와 직접 살펴보십시오. 전쟁터에서도 목숨을 가리지 않고 명령을 따를 것입니다." 그러나 합려는 이미 마음이 상해버렸습니다. 사랑하는 궁녀 둘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보지 않아도 되겠다며 손사래를 치는 합려에게 손무는 일침을 날립니다. "임금께서는 이론을 좋아하시기는 하나 실제 전쟁터에서 사용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손무의 말이 맞습니다. 전쟁이란 매우 잔인한 일입니다.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어야 합니다. 전쟁에서 이기려면 장수의 명령을 척척 그대로 따라야 합니다. 만약 병사들이 마음대로 행동한다면 어떨까요. 전쟁에 나가 제 목숨을 하나를 구하기 위해 서로 달아나려 할 것입니다. 아니면 상대의 단결된 공격을 맞아 쉬이 패배하고 말겠지요. 손무는 전쟁의 현실을 매우 날카롭게 꿰뚫어 보는 인물이었습니다. 매우 기분이 상했지만 합려는 그의 말을 수긍할 수밖에 없었어요. 결국 손무를 등용하고 그에게 오나라 군대를 맡깁니다. 그 이후 오나라는 매우 강력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오늘날에도 전쟁이 벌어집니다. 그러나 전쟁은 사라져야 합니다. 불행한 과거를 반복할 수는 없어요. 그렇다면 손무가 남긴 병법의 지혜는 모두 쓸모없는 것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비록 서로 죽고 죽이는 전쟁이 사라지더라도 경쟁조차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늘 경쟁을 경험합니다. 놀이를 통해 경쟁하기도 하고, 학교에서 배움으로 경쟁하기도 합니다. 게임은 또 어떤가요? 모두 경쟁입니다. 


손무는 말합니다. 상대를 잘 알고 나를 잘 알면 크게 패배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한편 상대를 모르더라도 나를 잘 알면 한 번 이기고, 한 번 패배한다고 해요. 상대도 모르고 나도 모르면? 반드시 패배한다고 합니다. 경쟁에 앞서 제 실력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잘 알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나아가 상대도 잘 파악하면 좋겠지요. 이처럼 병법의 지혜는 전쟁터뿐만 아니라 오늘날 우리 일상에도 도움을 줍니다.




* 와파서당 :: 고사성어로 만나는 <사기> 3강 교안입니다. 

https://zziraci.com/wifi-seodang/simaqian


* PDF 교안은 아래 링크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습니다. 

https://zziraci.com/wifi-seodang/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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