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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픈옹달 May 06. 2024

수박둥이 김원, 구두장군에게 맞서다

와파서당 고전논술 초급반

이 아이 본디 이름은 수박동이야. 왜냐고? 날 때부터 수박처럼 동그랗거든. 
근데 이상하게 생긴 건 둘째 치고 나중에 산속에서 웬 괴물이랑 딱 마주치지. 
요놈이 세상에 둘도 없는 머리 아홉 달린 땅속 나라 괴물 구두장군이지 뭐야. 


<김원전>의 주인공 김원金圓은 날 때부터 기이하게 생겼어요. 어려서 수박동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고 해요. 왜냐면 생긴 것이 마치 수박처럼 생겼기 때문입니다. 전하는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수박동이 김원의 아버지 김규는 이름난 재상이었어요. 아내와도 사이가 좋았답니다. 높은 관직에 화목한 가족까지 남부러울 것 없었지만 하나 아쉬운 것이 있었어요. 바로 아이가 없었습니다.


간절히 원하면 하늘이 들어준다는 이야기가 있지요. 간절한 마음이 통한 것인지 부인이 아이를 가졌습니다. 시간이 흘러 열 달이 차 아이를 낳았습니다. 헌데 아이를 받은 몸종들의 표정이 이상합니다. 아이가 사람 꼴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마치 썩은 알 같은 모양이었어요. 몸종은 이무기 알이 아니냐고 물으며 내버리려 합니다. 


그렇지만 사람 꼴이 아니라고 해서 오래도록 기다린 아이를 그냥 내버릴 수는 없었어요. 게다가 젖도 먹고, 밥도 받아먹어요. 재상 부부는 수박동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기르기로 해요. 신기하게도 수박 덩이 같이 둥글고 커다란 아이는 점점 커졌답니다. 그렇게 10년이 훌쩍 흐른 어느 날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어요. 수박 같은 커다란 허물을 벗고 벌거숭이 아이가 넙죽 절하는 것입니다. "세상에 나온 지 십 년 만에 허물을 벗었습니다. 부모님께 인사 올립니다." 커다란 수박덩이에서 아이가 나와 넙죽 절을 하니 얼마나 놀랐을까요.


수박처럼 둥근 데서 나왔다 해서 이름을 '원圓'이라고 지었어요. '원'은 둥글다는 뜻입니다. 십 년 만에 사람 모습으로 나타나서였을까요. 김원은 방안에 가만히 있지 않았어요. 아침마다 산속으로 들어가 검을 휘두르고 활쏘기를 했답니다. 게다가 싸우는 방법이 담긴 병법책을 닳도록 읽었다고 해요. 


수박 같은 알의 모습으로 태어난 김원은 아마 훌륭한 장수가 되지 않을까요. 그러고 보면 알에서 태어나 훌륭한 인물이 된 이야기가 더 있답니다. 대표적으로 고구려의 시조 주몽이 있답니다. 주몽의 어머니가 처음에는 알을 낳아 내다 버리려 했다고 해요. 그러나 들짐승이며 날짐승이며 함부로 알을 대하지 않고 보호하려 했다나요. 그 알을 깨고 태어난 아이가 바로 주몽이었답니다. 이처럼 알에서 태어난 '난생卵生설화'라고 합니다. 




아버지 김 재상은 김원이 집밖으로 쏘다니는 모습을 좋게 보지 않았어요. 방 안에 앉아 차분히 글공부를 했으면 바랐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김원의 생각은 달랐어요. "대장부로 태어나서 할 일은 그것만이 아닙니다. 사내들이 다 벼슬하려고 글공부만 하면 나라는 누가 지키겠습니까? 국경 밖에 오랑캐는요. 저 나름대로 무예를 익혀 큰일을 하겠습니다. 제 뜻이니, 막지 마소서." 똑 부러지게 말하는 바람에 김 재상도 반대하지 못합니다. 


다시 시간이 흘러 김원이 열다섯 살이 되었습니다. 늠름한 모습이었습니다. 새로 마련한 도끼를 들고 산속에서 무예를 연습하고 있을 때 문득 모래 바람이 일어나더니 한 괴물이 나타나는 게 아니겠어요. 머리가 아홉 달린 무시무시한 모습이었습니다. 게다가 괴물의 등에는 화사한 비단옷을 입은 여인 셋이 있었어요. 


김원은 도끼를 치켜들도 괴물 앞을 가로막으며 소리칩니다. "네 이놈, 넌 대체 누구냐?" "머리 아홉 달린 구두장군이시다." 무시무시하게 생긴 괴물이었지만 덜 자란 애송이를 상대할 수는 없다며 김원을 무시하고 길을 떠나려 합니다. 용감한 김원이 괴물을 그냥 놓아둘 리 없습니다. 김원은 공중으로 날아올라 도끼로 구두장군의 어깨를 내리찍었어요. 구두장군의 살집이 어찌나 단단한지 도끼가 박혀 빠지지 않습니다. 상처를 입은 구두장군도 김원을 그냥 내버려 둘 수 없습니다. 


둘이 한판 대결을 펼치려는데, 그 틈을 타 여인 셋이 달아나는 게 아니겠어요. 사실 세 여인은 임금의 딸, 그러니까 공주들이었답니다. 구두장군은 도망치는 공주들을 다시 붙잡고는 연기를 내뿜고 사라집니다. "하룻강아지를 상대하기엔 내 갈 길이 바쁘구나!" 김원은 귀를 쫑긋 세우고 괴물이 사라진 흔적을 뒤쫓습니다. 결국 괴물과 공주가 사라진 깊은 동굴을 발견해요. 


깊은 동굴로 사라진 것이 분명한데 혼자서 무턱대고 깊은 동굴로 뛰어들 수는 없는 일입니다. 김원은 아버지와 함께 궁궐로 달려가 임금께 이 소식을 알립니다. 그렇지 않아도 궁궐에서는 공주들이 사라져 큰 근심이었어요. 임금은 김원을 장수로 삼고 병사들을 함께 보내 공주를 구해오라 명령합니다. 과연 김원은 무사히 구두장군을 무찌르고 공주들을 구해올 수 있을까요?


김원과 병사들은 괴물과 공주가 사라진 깊은 동굴 입구에 이릅니다. 그러나 아무도 끝이 보이지 않는 깊은 굴 속으로 들어가려 하지 않았어요. 결국 김원이 홀로 앞장서 깊은 굴속으로 들어갑니다. 병사들이 내려주는 줄을 타고 굴속으로 내려가니 땅 속 세계가 펼쳐집니다. 


헌데 빨간 옷, 파란 옷을 입은 아이 둘이 서로 머릴 맞대고 씨름하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둘은 보물을 지키고 있답니다. 보물을 지켜야 하지만 집에 가고 싶으니 서로 제가 가겠다고 다투는 상황이었어요. "내가 갈 테니 네가 있어야!" 대관절 무슨 보물일까. 구두장군의 보물이랍니다. 헌데 괴물로 태어난 이만 보물 상자를 열 수 있다고 해요. 세 번 절하면 보물 상자가 절로 열린다나요. 김원은 자신이 보물 상자를 열 수 있겠다 생각합니다. 수박동이로 태어났으니 김원이야말로 괴물로 태어난 게 아니겠어요. 




아니나 다를까. 김원이 넙죽 세 번 절하니 상자가 열립니다. 빨간 상자에는 빨간 부채가, 파란 상자에는 산호로 된 채찍이 있었어요. "빨간 부채를 부쳐야 날랜 몸이 돌처럼 꼼짝 못 하고, 산호 채찍으로 내리쳐야 철갑 같은 몸이 재로 변한다우." 두 아이가 건네준 무기까지 손에 넣었으니 김원은 구두장군을 거뜬히 해치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구두장군을 해치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머리가 아홉이나 되어 잠을 잘 때도 몇 개의 머리는 경계하며 깨어있었어요. 김원은 공주들의 도움으로 독한 술을 마시게 해 구두장군을 잠들게 합니다. 날카로운 칼로 목을 베었지만 목을 베어도 죽지 않는 게 아니겠어요. 잘린 머리들이 쩌렁쩌렁 소리를 치며 몸뚱이에 다시 붙으려 합니다. 김원은 부채를 이용해 머리와 몸뚱이가 붙는 것을 막을 수 있었어요. 돌처럼 굳어버린 구두장군의 몸이 부서집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구두장군의 졸개들이 달려드는 게 아니겠어요. 다행히 김원에게는 산호 채찍이 있었어요. 김원은 졸개들마저 깨끗하게 해치워버렸습니다. 김원은 땅 속에 잡혀온 이들을 모두 굴 밖으로 올려 보냅니다. 마지막으로 김원이 굴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아이쿠! 줄이 툭 끊어지는 게 아니겠어요. 게다가 돌덩이가 쏟아지며 땅 위로 가는 구멍이 막혀버립니다. 김원이 장수가 되는 것을 시기한 문추가 버린 짓이었어요. 


고생 끝에 구두장군을 해치웠지만 김원은 굴 속에 갇혀버리는 것일까요? 땅 위로 나와 집으로 돌아가기까지 아직 김원의 모험은 끝나지 않았답니다. 뒷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다루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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