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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테리 김작가 Feb 20. 2022

벼룩시장.

재활로 클레이아트를 시작한 지 7년이 다되어 간다. 강사 자격증도 땄지만, 가장 좋은 점은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몇 년 동안 그렇게 만들다 보니 공방과 집에는 나의 작품들이 흘러넘친다. 점점 많아져서 감당이 안 되는 수준이 되었다. 아내가 연말에 카페 한편에 테이블을 두고 나의 작품들로 벼룩시장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나는 벼룩시장에 내놓을 작품들을 고르고 산타 쿠키도 만들어서 벼룩시장을 준비했다. 아내는 사진을 찍어서 sns에 일정을 업데이트했다. 누가 관심이나 있을까? 하는 의구심과 불안함에 떨렸다. 

 

2주 정도 진행을 했는데 중간에 작품을 추가로 더 내놔야 할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특히 구매자들의 반응이 너무 감동적이다. 내가 만든 것들에 감동을 느끼는 누군가를 보는 것이 이토록 기쁜 일인가! 가격을 떠나서 내가 누군가에게 행복감을 준다는 것이 이렇게나 큰 기쁨으로 다가올지는 몰랐다. 이래서 봉사도 하고 기부도 하는 것인가 보다. 기세를 몰아서 누구에게도 팔지 못할 것 같다고 생각했던 정말 아끼는 몇몇 작품들을 친구들에게 선물로 보내주었다. 너무 좋아해 주었다. 고양이 임시 보호자들이 제 주인을 찾아주었을 때의 마음이 이러할듯하다. 마음이 따뜻한 연말이다.

 

매년 연말에는 벼룩시장을 하기로 했다. 그동안 내 자식 같은 작품들을 얼마에 팔아야 할지 금전적인 고민들 때문에 쉽사리 판매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막상 판매를 해보니 나게 중요한 것은 금액이 아니었다. 내가 아직 누군가에게는 쓸모 있고 가치 있는 것들을 제공해줄 수 있다는 사실이 나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큰 삶의 동력으로 다가왔다. 

 

이제 빈 공간들이 많이 생겼다. 다시 채워 넣어야 할 때이다. 내년의 벼룩시장은 올해처럼 관심이 많이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단 한 명이라도 내가 만든 것으로 인해 행복을 느낀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히 채워 넣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즐거운 마음으로 어떤 것들을 채워 넣어야 할지 고민해야겠다.

 

난 아직 참 쓸모가 많은 사람이라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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