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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테리 김작가 Feb 20. 2022

친구 해줘서 고맙다.

연말이다. 갑자기 지인들과의 유대감과 친밀감이 상승하여 온갖 모임이 형성되는 의리의 시기다. 날씨가 추워지면 사람의 온기가 그리워져서 더 그런 것일까? 알 수 없지만 불문율처럼 연말에는 모여야 하는 사명감이 생기나 보다. 

 

환자가 되고 나서 나의 연말은 달라졌다. 환자가 무슨 연말이냐며 주변인들을 신경도 쓰지 않고 살았다. 나에게 연말은 그냥 재출혈을 조심해야 하는 겨울일 뿐이다.

 

환자가 되니 알고 지내던 많은 사람들과 멀어졌다. 멀쩡한 너희들이 뭘 아냐며 땡깡스런 마음이 생겼다. 내 몸이 힘들기 때문에 오로지 나만 보이게 되고 한없이 이기적으로 변하더라. 상대방의 관심과 호의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되고, 사람들에게 먼저 연락을 하지 않고 상대방이 먼저 연락을 해야 한다고 여기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과의 연락이 뜸해지고 알고 지내던 많은 사람들과 멀어졌다. 그러면서 멀어진 것에 대해 서운함이 생긴다. 종잡을 수 없는 환자의 마음…… 한마디로 지랄 맞다. 

 

올해는 몸의 컨디션이 나쁘지 않다. 컨디션이 좋은 날과 나쁜 날의 비율을 따져보면 좋은 날이 더 많은 것 같다. 좋아졌다기보다는 적응을 많이 한 것이라 생각한다. 어쨌든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 그런 것인지 심술궂던 마음이 많이 풀렸나 보다. 연말이 다가오니 그동안 보지 못했던 친구들이 보고 싶었다. 이것 또한 이기적이다.

뜨문뜨문 연락을 이어오던 몇몇 친구들이긴 하지만 몇 년 만에 모이자고 연락을 하려니 너무 어려웠다. 고민의 시간을 극복하고 한번 모이자고 단체톡을 보냈더니 0.5초 만에 좋다는 답이 온다. 나의 고민의 시간이 무색했다.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묘한 감정들이 소용돌이친다. 

 

모이기로 한 날에 아내는 오랜만에 나의 친구들이 모인다고 음식과 다과를 준비해주었다. 나는 무슨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사람처럼 속으로 인사는 어떻게 하고 대화는 어떻게 이어나갈지 고민하면서 혼자서 온갖 시뮬레이션을 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친구들이 왔고 너무 자연스럽게 인사를 하고 늘 그랬다는 듯이 대화를 하고 있었다. 나의 시물레이션의 시간이 무색해졌다. 아내가 준비해준 음식들 덕분에 몸과 마음이 풍족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헤어짐이 아쉬웠다.

 

이런 시간들이 참으로 그리웠나 보다. 친구들과의 만남을 가지고 나니 며칠 동안 특별히 뭔가를 하지 않아도 기분이 좋았다. 마음이 뭔가 가득 차 있는 듯이 풍족했다. 

 

환자라서 이기적이고 고립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고 힘든 세상을 혼자서 버티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아직 나에게도 친구가 있었고 혼자가 아니었다. 물론 항상 아내가 함께 있었지만 아내 또한 절친이 있었기에 시기 질투의 대상이기도 했다. 

 

친구에게 고마운 감정을 느껴보는 게 참으로 오랜만이라서 더 따뜻하게 느껴진다. 아내도 나의 작은 변화가 반가웠나 보다. 내 핸드폰으로 단톡방에 남편과 친구 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더라.

 

그래. 친구 해줘서 너무너무 고맙다. 열심히 살아보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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