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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테리 김작가 Feb 20. 2022

겨울잠.

무서운 겨울이 왔다. 심혈관질환자에게는 위험한 계절이다. 

날씨가 추워지면 재출혈의 위험이 높아진다. 갑자기 추워지는 날씨 때문에 혈관 수축이 되고 그 압력 때문에 약한 혈관부위가 터지기도 한다. 그러니 원래 터졌던 혈관이 위험하다. 실제로 재출혈이 되었던 때가 다 겨울이었다. 때문에 겨울이 오면 바깥을 나가지 않기로 아내와 약속을 했다. 조금 나아졌다고 방심하지 않아야 한다. 

나는 몸에 열이 많고 신진대사가 활발하여 분비물이 많은 사람이다. 한마디로 땀이 많다. 와이프가 만약 우리가 여름에 처음 만나 땀이 이렇게 많은 사람인 것을 알았더라면 나와 만나지 않았을 것이라 고백했다. 수영장에서 만난 것이 신의 한수인 셈이다.

 

열과 땀이 많다 보니 어렸을 때는 한겨울에 남방셔츠나 긴팔티셔츠 한 장만 몸에 걸치고 다녔다. 혹시 겉옷을 입게 되며 안에는 당연히 반팔만 입었다. 따뜻하고 두툼한 겨울옷 대신 추위 따위에 지지 않겠다는 패기를 몸에 두르고 다녔다.

 

아이러니하게 매년 겨울에 감기를 달고 살았다. 땀이 많으면 그만큼 몸도 빨리 식어서 그런 것 같다. 그러나 감기와도 싸워 이겨야 남자라며 끝까지 열 많은 남자의 자존심을 내세웠다. 그때는 열 많은 것과 열정을 구분하지 못했던 것 같다. 객기였다. 그러나 그 객기도 젊고 건강할 때여서 부릴 수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그때가 그립기도 하다.

 

세상에는 이길 수 없는 것도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비가 오면 무식하게 맞을게 아니라 피할 줄도 알아야 한다.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한 마리의 짐승이 되어 다가오는 겨울은 겨울잠을 자듯이 지내야겠다. 

 

그렇다고 너무 잠만 자면 안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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