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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테리 김작가 Feb 20. 2022

나도 남자랍니다~

뇌출혈에 의한 중상들 중 하나가 좌측 안면 근육 마비이다. 정말 신기하게도 코도 정확하게 절반이 감각이 없다. 가끔씩 아내가 보기 혐오스러운 코털을 뽑아주는데 왼쪽은 하나도 아프지 않다. 장점이라면 장점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마비가 되었다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왼쪽 얼굴을 엄청 얻어터져서 부어오른 느낌이다. 실제로 부어오르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다. 특히 눈 주위 부분은 부어올라서 잘 떠지지 않는 것처럼 눈을 뜨거나 감을 때 둔한 것이 느껴진다. 그리고 왼쪽 얼굴 전체가 자잘한 경련들이 일어난다. 

두피도 정확히 절반은 느낌이 거의 없다. 처음에는 이런 느낌이 너무 낯설었지만 지금은 신경도 쓰이지 않는다. 

 

입안도 정확하게 왼쪽만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음식을 먹을 때 오른쪽으로만 먹게 된다. 왼쪽으로 먹으면 음식물이 어디에 있는지 느껴지지도 않고 음식을 씹는 것인지 나의 살을 씹는 건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입안이 난리가 난다. 오른쪽으로 음식을 먹어도 자주 나의 살을 씹어댄다. 그래서 항상 입에 상처가 많이 생긴다.

불편하고 아픈 점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정확히 절반만 이상이 생긴 것이 신기하기도 하다. 인체는 정말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구나 하고 속으로 감탄을 하기도 한다.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절망감이 그렇게 많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왼쪽 안면 마비가 생겨 근육들이 빠지면서 왼쪽 턱만 나의 브이라인이 드러났다. 그리고 나의 사각턱은 뼈가 아닌 턱근육들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진실에 마주하게 되었다. 그때 들었던 생각은 차라리 양쪽이 다 마비가 되었다면 완벽한 브이라인이 되었겠군 하는 생각이 들었고 아쉬웠다. 이래서 사람들이 보톡스를 맞는구나~ 그리고 나도 브이라인이 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때부터 시간이 날 때마다 오른쪽 턱근육 마사지를 자주 해준다. 조금이라도 갸름해질까 싶어서…… 나도 이뻐 보이고 싶다~ㅋㅋㅋ

 

사실 회복이 되어서 음식을 마음껏 씹어먹고 싶지만 예전의 튼실한 사각턱으로 돌아가기보다는 브이라인에 대한 욕망이 더 크다. 나에게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브이라인의 가능성을 알게 되었고 잘생겨지고 싶다는 욕망은 나에게도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정상인 오른쪽 턱근육을 얼마나 조몰락거렸는지 모르겠다. 그냥 무의식적으로 손이 간다. 

 

씹는 식감을 좋아하는 식탐이 가득한 나로서는 아마 브이라인이 힘들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내심 기대하는 심리는 뭘까?? 환자라서 몸이 아프다고 외모를 포기하진 못한다. 

 

나도 멋있어지고 싶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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