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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테리 김작가 Feb 20. 2022

고집불통!!

병원 다인실에서 생활하다 보면 다양한 환자분들을 만날 수 있다. 

나의 바로 맞은편에 나이가 지긋하신 환자분이 오셨다. 다음날 바로 수술을 받고 며칠만 있다가 퇴원하시는 분이셨다. 수술 전날 의사 선생님이 환자의 온 가족분들을 호출하시고는 수술에 대한 브리핑과 주의사항들을 말씀해 주셨다. 의사 선생님께서 마지막에 환자분에게 수술 후 병원밥이 입에 맞지 않다고 아들, 며느리들에게 산해진미를 갖다 바치라며 괴롭히지 말라고  당부의 말씀을 하셨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날 환자는 병원밥 맛없다며 가족들에게 시위를 시작하셨다.

 

그 모습을 보면서 아내는 나에게 저러지 않아서 고맙다고 했었다. 나이가 들면 왜 고집이 세질까? 요즘 나의 모습을 돌아보면서 그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다. 

 

아프기 전에는 활발히 사회생활을 하며 타인과의 다양한 관계를 맺으며 살았다. 공적이든 사적이든 대부분의 시간을 타인과 보내게 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가 원하는 것보다는 다수가 원하는 것들을 우선시하게 된다. 모임의 장소를 정할 때도 내가 좋아하는 것과 장소보다는 다수가 원하는 것을 정하게 된다. 그때는 육체적으로 심적으로 타인을 배려해줄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몸이 불편해지고 고립된 생활을 하다 보니 무조건 내가 중심이 되었다.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먹어야 하고 연락도 니가 먼저 해야 하고 나를 만나러 와야 하고,…… 건강한 니가 나에게 맞춰야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내가 좋아하고 선호하는 것들을 우선시하게 된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레 몸이 약해지고 은퇴를 하면서 혼자의 시간이 많아질 것이다. 내가 지금 그러하듯이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타인에게 맞춰줄 수 있는 여유가 없어지다 보니 내가 좋아하고 할 수 있는 일들을 먼저 하게 되나 보다. 그런 모습들이 예전에는 그렇지 않던 양반이 나이가 들면서 변했다고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얼마 전 점심으로 중식을 배달시키는데 짜장면을 먹고 싶다는 내 말을  아내가 깜빡하고 늘 먹던 짬뽕과 탕수육 세트를 시켜버려서 불같이 아내에게 화를 내었다. 그리고 종종 장을 볼 때 내가 좋아하는 고구마를 빼먹었다고 삐지는 일도 많았다.

 

언제부턴가 나도 그 병실의 산해진미 환자분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그때만 해도 아내와 같이 혀를 끌끌 차고 있었는데…… 확실히 몸이 약해진 타인을 위한 배려가 힘들다. 

 

난 아프니까 괜찮아하는 것들이 당연한 것이 되지 않도록 해야겠다. 글을 쓰는 일이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쓸거리를 찾아보니 나의 행동과 감정들을 되돌아보면서 반성을 하게 된다. 이래서 일기를 써야 하나 보다. 불혹이 넘어서야 일기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고집이 아집이 되어 민폐를 끼치는 늙은이가 되지 않도록 꾸준히 글을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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