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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테리 김작가 Feb 20. 2022

버킷리스트.

버킷리스트… 살면서 꼭 이루고 싶은 일들을 나열한 것이다. 나에게는 간절한 바람이 하나 있다. 바로 혼자서 간식 사 오기!!

 

오늘은 2022년 1월 9일 있다. 2018년 1월 재출혈이 일어난 이후로 아내의 도움 없이는 외출을 할 수 없었다. 여행을 가지 못하거나 친구를 만나지 못하는 것은 괜찮았지만 동네 편의점 가는 것조차 혼자 할 수 없다는 사실이 가장 속상했다. 먹고 싶은 단짠 간식이 생각날 때마다 아내에게 비굴하게 부탁해야 했다. 아내는 내가 아주 간곡히 간식을 부탁해야 사다 주곤 했다.

 

몸이 좋아지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것이 모퉁이만 지나면 보이는 cu편의점에서 나의 영혼의 단짝 ‘크라운 달콤한 벌꿀과 고소한 검정깨가 든 못 말리는 신짱’을 아내의 도움 없이 혼자서 사 오는 것이었다. 

 

햇살이 적당히 따듯한 오후다.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바람과 온도 습도가 완벽하다. 외출하기 너무나 좋은 날씨다. 점심때가 되어 너무 출출하다. 이럴 때는 컵라면이 진리다. 아내에게 오늘 혼자 간식 사 오기를 해보겠다고 선언했다. 아내는 약간 걱정스러운 눈이다. 정말 100% 걱정되는 것인지, 성공하면 이제 비굴하게 부탁하는 나의 모습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아쉬움의 눈빛인지 알 수 없다. 

 

꼭 반드시 해내리라!! 야무지게 겉옷을 여미고 장바구니를 들고 출발했다. 길에는 주말이라 모두 놀러 간 것인지 사람도 차도 없다. 모든 것이 나를 위한 완벽한 조건이다. 정신을 가다듬고 천천히 한걸음 한걸음 편의점을 향해 걸어간다. 3걸음마다 한 번씩 주변을 돌아봤다. 모퉁이를 돌아 드디어 혼자서 편의점 문을 열었다. 컵라면과 삼각김밥을 2개씩 사고 나의 영혼의 단짝 신짱과 아내가 좋아하는 새우깡을 계산하고 장바구니에 담았다. 장바구니 한쪽이 터져있어서 아르바이트생이 애처로운 시선을 보내긴 했지만 상관없다. 돌아오는 길에도 온 신경을 걸음걸이에 집중했다. 두세 번 정도 휘청거리긴 했지만 잘 극복해냈다. 당당하게 문을 열고 들어와 아내 앞에 장바구니를 내려놓았다. 성공이다!!

 

남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일이지만 거의 5년 만에 나의 간절한 소원을 이루었다. 혼자서 간식 사 오기…… 그동안 얼마나 많이 아내에게 무릎을 꿇고 존댓말로 부탁을 했던가… 눈물이 나진 않았지만 얼마나 뿌듯한지 모른다. 

 

사실 아내 혼자서 카페를 운영하는 것이 내심 미안해서 급할 때 장이라도 봐주고 싶었다. 아직 횡단보도를 건너거나 소음이 많은 큰 길가를 혼자서  다니는 것은 힘들지만 오늘 가능성을 봤다. 언젠가는 혼자서 장을 보는데 가능할 것 같다. 지금처럼 잘 해왔듯이 열심히 관리하여 그날이 오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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