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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테리 김작가 Feb 22. 2022

느려도 괜찮아.

온라인으로 장을  물건들이 도착했다. 보통 커다란 비닐 2겹에 물건들이 담겨온다. 먼저 1 카페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빼내고 나머지 생필품들을 2층으로 옮긴다. 계단을 올라가서 2층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2개의 문을 통과해야 한다. 1층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빼냈어도 물건이 상당히 무겁다. 예전의 나였다면 문제없이 한 번에 거뜬히 옮겼겠지만 지금의 나는 그럴  없다.


먼저 한 번에 옮길 수 있는 양의 물건만 들고 계단을 오른다. 비틀비틀 벽에 몸을 의지하여 계단 끝까지 올라와서 물건을 계단바닥에 내려두고 첫 번째 중문을 열어 둔다. 몸의 균형을 잡기 위해 두 다리를 바닥에 고정시킨 채로 상채만 이용해서 물건을 문 안쪽으로 옮긴다. 첫 번째 문을 통과하고 두 번째 문을 열고 두 팔로 물건을 안으로 밀어 넣는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서 주방으로 물건을 들어 옮긴다. 물건이 많을 때는 이 과정을 3~4번을 반복해야 한다. 참으로 번거롭다.


예전에는 한 번에 할 수 있던 일이었는데 하는 마음으로 욕심을 내서 한 번에 물건을 든 채로 옮기려다가 몇 번을 계단에서 주저앉기도 했었다. 무릎과 자존심과 물건들이 함께 무너져 내린다.

이런 일도 못하는구나……

하지만 20대 초반에 강직성 척추염을 겪으면서 마음이 꽤 단단해져 있다. 이런 상황들이 익숙하다. 바닥을 박차고 일어나는 법을 알고 있다. 감정에 너무 휩싸이지 않고 현실을 받아들이고 지금의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고민한다.


번거롭고 느리지만 여러 번에 나눠서 하면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한 번에 하던 동작을 나눠서 하면 시간이 걸리지만 할 수 있다. 못하던 일이 할 수 있는 일이 된다. 그래서 장을 본 물건을 옮기는 일도 할 수 있다.


김주부의 일들은 모두 시간이 많이 걸린다. 특히 칼을 써야 하는 일들이 오래 걸린다. 나의 왼손은 가끔 경련을 일으키고, 오른손은 통증 때문에 상처가 생겨도 잘 모른다. 그렇기에 칼질은 아주 신중하게 해야 한다. 대파와 청양고추를 송송송 썰어서 정리하는 일은 오래 걸리지만 언제나 완벽하게 해낸다. 빨래도 청소도 요리도 다 할 수 있다. 시간이라는 속박에서 벗어나니 할 수 있는 일들이 산더미처럼 있다.


평생을 빨리빨리를 외치며 살았는데 하루아침에 변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 이 “빨리빨리”라는 녀석은 기생충같이 내 성격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언제나 내 안에서 꿈틀대는 것이 느껴진다. 이 녀석은 나뿐만 아니라 타인의 행동에도 관여하려고 한다. 가끔 아내와 카페의 새로운 계획을 세우면 어느새 아내를 몰아세우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그러다 보면 오히려 감정이 상하게 되어 하고자 하는 일을 못하게 되기도 한다.


조급함이 오히려 일을 망치거나 포기하게 만들기도 한다. 느려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천천히 하다 보면 오히려 더 많은 일들을 훌륭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도록 하자.

느려도 괜찮아… 느려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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