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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테리 김작가 Mar 01. 2022

라때는 말이야~

라때는 말이야! 등산도 뛰어서 하고 수영도 안 쉬고 2km 하고 체지방 10% 넘긴 적이 없어!!”


내 머릿속에는 꼰대 정신머리가 있다. 계속 아프기 전처럼 할 수 있다고 부추기는, 현실을 망각하고 무리하게 만드는 정신머리가 있다. 예전처럼 운동하지 못하는 나에게 채찍질을 해댄다.


이 꼰대 정신머리는 가끔 꿈을 꾸게 만들기도 한다. 바람을 가르며 거의 날아다니듯이 산속을 뛰어다니는 꿈이나 마치 모세가 된 것처럼 물을 가르며 수영을 하는 꿈들을 꾸게 한다. 꿈에서 깨어나면 마치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또 드릉드릉한다.


난 생각에 잠긴다. 난 정상인에 가까울까 장애인에 가까울까?

집 안에서 하는 운동들은 뇌출혈 환자라는 상황을 고려해서 어렵지 않은 스트레칭이나 간단한 요가 동작들을 응용한 운동을 한다. 재출혈이 되고 나서는 몸에 무리가 되지 않는 동작들만 하고 있다. 특정 근육을 집중적으로 키우는 고강도 운동은 하지 못하지만  대부분의 동작들을 따라 할 수 있다.


요즘은 적응이 된 것인지 쉽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거울로 봐도 자세도 거의 완벽하다. 얼마 전부터는 집에 있는 7kg 아령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 정도의 운동이 가능하다면 나는 정상인의 범주에 있는 것일까?


내가 꾀병인가??

이런 의문이 들 때가 있다. 거울로 보이는 나의 겉모습은 너무 멀쩡하다. 똥배도 없다. 근육이 울끈불끈 한 몸은 아니지만 힘을 빡주면 윗배의 복근의 형상이 보일 정도로 관리된 몸이라 할 수 있다. 불혹을 넘긴 나이치고는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ㅎㅎㅎ 겉보기에는 정말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나에게 있는 증상들을 하나하나 떼어내서 살펴보면 심각한 수준의 증상은 없다. 경미하진 않지만 심각하진 않은 애매한 경계에 있는 증상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증상들이 합쳐졌을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비유를 해본다면 술에 만취는 아니고 적당히 취한 상태라고 보면 되겠다. 걸을 수는 있지만 비틀거리면서 똑바로 걷는 것이 힘들고 몸이 내 의지와는 다르게 휘청거리는 정도가 나의 평소의 몸 상태와 비슷하다.


경찰이 음주운전을 단속하는 것처럼 나에게는 꼰대 정신머리가 활개 치지 못하도록 단속할 무엇인가가 있어야 한다. 나의 화려했던 신체 활동기가 그립고 아쉽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아마 아프지 않았더라도 그때처럼 하지 못했을 것이다. 적어도 15년은 지났으니…… 그래서 그렇게 어른들이 자신의 화려했던 시절을 잊지 못하고 이야기하고 이야기하고 이야기하시나 보다.


어른들의 “ 저러실까?” 하는 의문이 하나 풀렸다.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와닿으면서 느껴지는 것은 확실히 다르다. 고개를 절로 끄덕끄덕거리게 된다. 그렇다고 나의 꼰대 정신머리를 그냥 둬서는 안 되겠지. 항시 검문을 철저히 하는 이성의 단속을 철저히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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