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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테리 김작가 Feb 20. 2022

선택과 집중.

이루지 못했으니 꿈이지.

요즘 혼자 걸을 수 있다는 자신감에 굉장히 고무되어있다. 혼자서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다. 

 

도서관에 책을 빌려야 할 일이 있어 혼자서 가 보기로 했다. 가는 길에는 사거리 건널목을 건너야 하지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아내가 외출하는 시간에 맞춰 지하철역까지 가는 길은 동행을 해주기로 했다. 도서관이 지하철 역 근처에 있다. 대출카드를 한 손에 꼬옥 쥐고 아내와 함께 도서관으로 향했다. 돌아오는 길에 나는 너무 자만했음을 느끼고 말았다.

 

다리가 문제가 아니었다. 갈지(之) 자로 걸어서 그렇지 어떻게든 앞으로 걸어갈 수 있다. 술 취한 사람도 비틀거리지만 걸을 수 있으니깐. 문제는 복시와 어지러움증이었다. 겹쳐 보이기 때문에 걸을 때 땅만 보고 걷게 된다. 그러면 순간적으로 끼어드는 사람이나 탈것들을 보지 못해서 부딪히거나 너무 깜짝 놀라서 휘청거리며 넘어지려고 한다.  

 

우리 동네는 어르신들이 많이 사는 동네이다.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들이 느리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몸이 불편하신 어르신들은 전동스쿠터로 거리를 누비신다. 게다가 개조를 해서 속도를 즐기시는 어르신들이 꽤 많다. 질주본능이 아직 살아계신가 보다. 그나마 사람이 많지 않은 시간대라서 무사히 집에 도착하긴 했지만 오금이 저린 순간들이 있었다.

 

저번에 혼자서 간식을 사 왔을 때는 편의점까지 가는 길에 사람도 전동휠체어 폭주 어르신도 없었고 비교적 넓은 평지였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시가지는 나에게 무법천지가 다름없다. 길 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나를 기다려주거나 배려해 주지 않는다.

 

나의 목표는 혼자서 장을 보는 것이다. 하지만 장을 봐야 하는 마트나 시장은 사람이 북적거린다. 그런 곳에서 혼자서 장을 보고 온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나의 소소한 꿈을 이루기에는 아직 불가능하다는 결론이다. 

약간의 허망함이 몰려왔지만 이내 곧 무사히 도착했다는 안도감에 긴장이 풀렸다. 아직 바깥의 세상은 나에게 너무 위험한 곳이다. 좀 더 아내의 팔에 기대기로 한다.

 

그래…… 꿈은 이루지 못했으니 꿈인 것이지…… 꿈은 조금 더 놔두기로 하고 벽에 기대지 않고 서서 바지 입기에 더 집중하기로 한다. 아자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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