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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테리 김작가 Feb 20. 2022

두번째 걸음마.

요즘 아내의 친구 sns에는 이제 걸음마를 시작하려는 애기 영상들로 가득하다. 옹골지고 야무진 표정으로 소파를 잡고 걷거나 식탁의자를 보행기처럼 잡고 온 집안을 헤집고 다닌다. 행동반경이 늘어나 엄마는 힘들겠지만 아이의 표정은 뭔가 뿌듯하고 행복해 보인다.

 

걸음마를 익히는 아기 때를 기억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나의 기억 속에서 나는 항상 당연하게 걷고 있다. 걷는다는 것이 사람에게 장착된 기본 기능처럼 느껴진다. 사실은 걷기 위해 긴 시간을 연습하는 것인데 우리는 기억하지 못하고 산다. 

 

뇌출혈이 되고 나서 일부 왼쪽 근육들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는다. 어렸을 때 장난친다고 친구의 무릎 뒤를 툭 쳐서 넘어트리곤 했었다. 왼발을 디딜 때마다 누군가가 내 무릎 뒤를 툭 치는 느낌이다. 특히 계단을 내려올 때는 더욱 조심스럽다. 방심하면 주저앉듯이 넘어질 수 있다. 

 

그래서 재활을 위해 매일 집에 있는 워킹머신으로 걷는 연습을 한다. 걷는 연습을 하다 보면 걷는 것이 얼마나 복잡하고 어려운 일인지 느껴진다. 단순히 다리 근육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몸이 흔들리지 않기 위해 온몸의 근육들이 쓰인다. 최근에 한쪽 손만 잡고 걷는 연습을 하는데 상체의 근육들에 얼마나 힘이 들어가는지 모른다. 제대로 조절이 되지 않는 근육들의 몫까지 보강을 해주려고 나머지 근육들에 힘이 더 들어가는 것 같다. 

 

예전에는 헬스장에서 빠르게 걸으면 7.0km/s의 속도로 걸었다. 지금은 손잡이를 잡고 겨우겨우 4.5km/s의 속도로 걷는다. 어떻게 그렇게 걸을 수 있었는지 믿어지지 않는다. 뛸 수 있었다는 사실도 놀랍기만 하다. 걷는 것이 이렇게 복잡하고 어려운데 뛰어다니기까지 했다고?? Wow~ 

 

나는 지금 두 번째 걸음마를 떼기 위해 연습하고 있다. 두 번째 걸음마는 첫 번째보다 더 길고 힘들 것이다. 제대로 걸을 수 있다는 확실한 보장도 없지만 나에게는 소소한 꿈이 있다. 혼자서 큰길 건널목을 건너서 마트에서 장을 봐 오는 일. 얼마 전에 혼자서 집 근처 편의점에 다녀오는 것을 성공했으니 분명히 진전은 있다고 생각한다. 하루아침에 기적처럼 제대로 걸을 수 있다면 참으로 좋겠지만, 하루하루 첫걸음마를 떼기 위해 연습하고 있는 아내 친구의 아이를 보며, 더 오래 걸리겠지만 나도 언젠가는 두 번째 걸음마를 뗄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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