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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테리 김작가 Feb 20. 2022

아껴주께~

평화로운 휴무일이다. 아내는 장을 보러 외출을 해서 혼자서 집을 지키고 있다. 여유롭게 혼밥을 하고 핸드폰으로 검색도 하고 sns도 확인하고 게임도 하면서 놀고 있었다. 어!! 갑자기 핸드폰 화면이 까맣게 꺼져서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평화로운 일상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아무리 켜보려고 해도 소용없었다. 아… 드디어 수명이 다한 것인가…… 비통한 마음으로 노트북을 켜서 카톡으로 이 상황을 아내에게 알렸다. 

 

아내는 as센터에 예약을 잡았다고 카톡을 보내왔다…… 요즘은 as도 예약을 받는다고 한다. 가뜩이나 코로나 때문에 돈도 없는데 핸드폰이나 부셔먹다니…… 혹시나 내가 너무 막 써서 그런가 하는 죄책감이 몰려왔다. 액정에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지만 충전을 하거나 카톡이 올 때마다 진동이 울리는 것을 보니 완전히 망가진 것은 아닌 것 같다. 아내가 as센터에 상태를 설명하니 액정만 교체한다면 17만 원 정도 나온다고 한다. 17만 원이라니……

 

아내가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왔다. 표정이 약간 굳어있었다. 요즘 매출도 좋지 않은 상황에 지원금도 받지 못할 것 같아서 아내가 요즘 예민하다. 내가 핸드폰을 너무 켜 둔다는 한마디에 미안함이 서운함으로 바뀐다. 삐져서 나 그렇게 막 쓰지 않았다고 한마디 하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 

 

환자라는 타이틀을 내세워서 아무것도 안 하는 돈만 축내는 쓸모없는 인간이 된 기분이다. 아내는 금세 나의 기분을 풀어주려고 웅기둥기를 하는데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애써 기분이 풀린척하며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지만 역시 패배감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 평소처럼 아내랑 농담도 하고 맛있는 저녁도 먹고 텔레비전도 보고 하는데 마음이 편치 않다. 계속해서 머릿속에는 17만 원이 자리 잡고 있다.

17만 원…… 17만 원…… 17만 원……

 

이틀 뒤, 아내는 as센터로 향했다. 기기 점검을 해보면 금액이 더 나올지도 모른다. 집에서 기다리는 동안 심장이 쿵쾅거렸다. 걱정을 떨쳐보려 운동을 시작했다. 1시간 정도 있으니 아내가 돌아왔다. 왜 이리 빨리 왔지?? 고칠 것이 많아서 맡기고 왔나?? 아내는 무표정으로 나에게 핸드폰을 내어줬다. 응?? 정말 드물게 오류가 생긴 것이라며 이상이 없다고 했단다. 그러면서 아내는 가방에서 주섬주섬 간식을 한 다발 꺼낸다. 

 

아…… 다행이다. 약간 맥이 풀린다. 핸드폰이 고장 난 날부터 지금까지 심장이 쪼여있는 기분이었는데 이제야 피가 온몸을 순환하는 기분이다. 갑자기 피가 돌아서 그런 것인가? 식욕이 돌아왔는지 배가 고팠다. 허겁지겁 아내가 사 온 간식을 해치워 버렸다.

 

언젠가는 나의 핸드폰도 수명이 다할 것이다. 여기저기 고치면서 수명을 연장할 수 있겠지만 그날은 반드시 찾아오겠지. 갑자기 이 녀석의 짧은 인생에 감정이입이 되어 버린다. 한참을 멍하게 바라보았다. 무생물이라 느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핸드폰을 한번 쓰다듬어 준다. 내가 많이 아껴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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