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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테리 김작가 Apr 18. 2022

상냥한 사람.

재출혈 때문에 생긴 증상들 중 복시 다음으로 짜증 나는 것이 이명이다. 항상 매미 울음소리 같은 이명에 시달리는데 초반에는 티브이를 보지 못할 정도였다. 매미가 어찌나 울어대는지 항상 한여름 같았다. 다행히 지금은 조금 나아져서 일상에 큰 무리는 없다. 하지만 소음이 심한 큰 길가나 사람이 많은 곳을 가면 이명이 심해져서 잘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휴무일에 아내와 외출을 할 때면 이명이 심한 오른쪽 귀에 귀마개를 꽂아야 한다. 맛집을 가더라도 사람이 덜 붐비는 브레이크 타임 바로 전이나 후에 간다. 혹시나 사람이 많은 카페를 이용하게 되면 우리는 대화를 거의 하지 못하고 얼른 음료만 먹고 나와 버린다. 


특히 비닐 소리같이 데시벨이 높은 소리가 나면 이명이 더 심해진다. 다행스럽게도 내가 사는 동네는 연세가 많으신 분들이 많고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아서 조용하다. 물론 그만큼 카페 입지로는 형편없는 곳이기도 하다. 갑자기 여기까지 와주시는 손님들이 감사하게 느껴진다.


하루는 햇빛이 좋아 비타민d를 형성하고자 바깥으로 나왔다. 요즘은 참 날씨가 적당하니 좋다. 이러다 곧 더워지겠지. 며칠 되지 않는 봄기운을 듬뿍 받으려 온 몸을 날다람쥐처럼 쫘~~ 악 펼쳐 기지개를 켰다. 


“으아아아아아아~~ .”

“응?”


누군가 있다. 

옆집에 세 들어 사시는 할머니시다. 우리 건물 한쪽에 쪽문이 하나 있는데 옆집 할머니가 한참을 쳐다보더니 손을 뻗었다. 문을 열려고 하는 것 같아서 


“할머니, 열지 마세요~~.”

“알았어요~~ 안 열게요.”


그런데 계속 손을 뻗어 문을 만지려고 한다.


“열지 마시라니깐요~~” 

“아 알았어요~ 안열께~~ 에~~.”


그런데도 계속 손을 뻗는다.


“열지 마시라고요!!”

“아 알았다고요!!”


신경질적으로 문에 널려있는 옷을 확 걷어서 들어가셨다. 할머니는 문에 옷을 널어 두셨던 것이었다. 할머니는 안 열게요 가 아니라 안 널게요라고 대답을 했던 것이었다. 


순식간에 예민하고 싹수없는 젊은 이웃사람이 되어 버렸다. 왜 그곳에 옷을 널어 두셨는지 의문이 들긴 했지만 굉장히 민망했다. 종종 어르신들이 잘 알아듣지 못하시면 이런 기분일까? 수초 동안 멍하게 그 자리에서 서있었다. 가끔 어르신들이 길을 물어보시거나 지하철역에서 방향을 물어보시곤 하는데 한 번에 알아듣지 못하시면 좀 퉁명스럽게 신경질적으로 대답을 하곤 했다. 내가 이렇게 되고 나서야 진심으로 반성하게 된다.


이런 일들을 겪기에는 조금 이른 나이라는 서글픔이 몰려왔지만 지금의 경험을 소중히 여기기로 했다. 앞으로는 어르신들에게 좀 더 상냥한 사람이 되기로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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