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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테리 김작가 Apr 25. 2022

산책이 즐겁지 않아...

나에게 산책이란…

오랜 병원 생활을 끝내고 퇴원 후 첫 산책을 잊을 수 없다. 잘 걷진 못하고 복시도 있었지만 풍경을 즐기기에는 충분히 여유로웠고 혼자서 걸을 수 있었다. 오른쪽은 감각이 없었지만 왼손 끝에서 느껴지는 바람의 감촉이 너무나 좋았다. 겨우 가로수 몇 그루와 주택이 바글바글하게 모여있는 풍경이었지만 너무나 즐겁고 행복했다.

재출혈이 되고 나서는 아내의 도움 없이는 산책을 할 수 없었다. 복시가 심해지긴 했지만 아내가 좋은 풍경거리가 있으면 나에게 알려주곤 했다. 


"저기 좀 봐~!!"


나는 걸음을 멈추고 어지럽지만 그 자리에 서서 몇 초 동안 아내의 눈에 담겨 있는 풍경을 나의 눈에도 담곤 했다. 예전보다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산책은 즐거웠다.


영양 강막증때문에 눈이 뿌옇게 보이기 시작하니 산책이 즐겁지 않다. 아내는 가끔 동네에 장을 볼 때 산책 겸 같이 가자고 한다. 예전에는 좋아서 따라나서곤 했는데 요즘은 망설여진다. 눈이 뿌옇게 보이니 현관문 밖의 세상은 나에게 무법천지다. 좋은 풍경도 스쳐가는 바람의 감동도 느낄 여유가 없다. 사방에서 달려드는 장애물 때문에 긴장이 된다. 물론 아내의 팔을 잡고 따라가면 되지만 한쪽 눈이 잘 보이지 않는 공포감은 너무 크다.  


나의 마음가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에 긍정적이고 즐거운 마음을 먹으려고 부단히 노력을 하긴 하지만 이런 위기 때마다 바로바로 긍정의 힘이 솓아오르진 않는다. 지금까지의 인생의 대부분을 온전히 제 기능을 하는 팔다리의 편리함에 취해 살았는데 지금의 상황에 적응하는 것이 마음먹었다고 바로 되는 것이 아니다. 현실을 받아들이기까지 적응의 시간이 필요하다. 어느 순간부터 현실을 받아들이고 할 수 있는 일들을 찾기 시작하겠지만, 익숙해질 때까지의 즐겁지 않은 시간이 얼른 흘러가버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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