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스테리 김작가 May 16. 2022

물들었어

휴무일이 되어서 아내와 영화 한 편을 보기로 했다. 재출혈로 복시가 심해진 후로는 영화관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종종 집에서 유료로 결재하고 보곤 한다. 이제는 대형 스크린과 온몸을 휘감는 빵빵한 사운드가 어떠했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리모컨으로 영화 리스트를 넘겨보다가 극장판 애니메이션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명탐정 코난 극장판이었다. 아내도 나도 굉장히 즐겨보던 애니메이션이라 반갑기도 해서 이것을 보기로 했다. 오랜만에 보는 애니메이션이라 그런지 괜히 기분이 엄청 들떴다.


이번에는 해변에서 일어나는 사건인가 보다. 여자 주인공과 그의 친구가 스쿠버 다이빙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다가 한 남자가 상어 때에 습격당하는 사건을 목격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상어의 습격을 받을 뻔 하지만 침착하게 위기를 모면한다.


“저게 말이 되나? 저 상황에 일반인이 저렇게 침착하다고?”

“저렇게 깊은 곳까지 일반인이 갈 수 있나?”


아내와 나는 라이프가드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말이 안 된다고 지적질을 하기 시작했다.


장면이 바뀌고 코난이 상어에게 습격당한 사람의 피에 젖은 찢어진 슈트와 증거품들이 있는 방을 자유롭게 드나들면서 추리를 하는 장면이 나왔다.


“저거 그냥 들어가도 되나?? 아무도 안 지켜??”

“어떻게 꼬맹이가 지 맘대로 증거품을 만지작거릴 수 있지??”.


또 다른 장면에서 코난이 질문을 하거나 부탁을 하면 형사들과 경찰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와~~ 꼬맹이 말 한마디에 저렇게 움직인다고??”

“현실에서 누가 저런 꼬맹이 말을 듣기라도 하겠어!!”

“너무하네!!”


어느 순간부터 애니를 즐기지 않고 지적할 거리만 찾으며 화만 내고 있는 우리를 발견하게 되었다. 20대 후반까지도 두근거리면서 눈을 못 떼고 봤던 애니 중 하나였는데 흥미는커녕 현실과 비교를 하며 지적질만 하고 있었다.


아내와 나는 몇 년 동안 힘든 시기를 겪어내면서 현실적인 것들에 집중하는 삶을 살았다. 그러다 보니 비현실적이고 감성적인 것들을 배제하게 된 것 같다. 그래서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다. 대부분 현실에서 볼 수 없는 비주얼의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안타깝게도 지금의 나는 현란하게 사건을 풀어나가는 코난의 활약보다는 말이 안 되는 자잘한 상황들이 눈에 거슬릴 뿐이다……


코난미안…… 이젠 더 이상 재미가 없구나…… 우린 너무 물들어버렸어……

작가의 이전글 눈 감아야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