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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지현 Jan 24. 2020

데미안

살롱 드 오수경

데미안

클래식과 재즈를 겸하는 피아니스트 오수경의 팀 살롱 드 오수경은 2014년 < Salon De Tango >로 대중과 평단에 이름을 알렸다. 뒤이어 2집 < 파리의 숨결 >을 발매했지만, 그에게 찾아온 건 성공의 기쁨보다 완전하게 행복하지 못한 자아에 대한 허무함이었다. < 데미안 >에서의 그는 자신을 돌아본다. 아련한 추억으로부터 출발해 격정적이고 슬픈 감정을 마주하고, 끝에서 희망을 발견한다.

어린 시절 피아노 학원 이름을 제목 삼은 '영 피아노'와 바흐의 인벤션을 차용한 '정글북'. 클래식의 선율이 우리에게 낯설고도 익숙한 이유는, 과거 피아노 학원의 향수 젖은 추억에 있다. 여기에 오수경은 선율보다 코드 위주의 진행과 재즈 스케일을 사용하며 재즈의 손길을 더한다. 클래식과 재즈의 부드러운 크로스오버다.

그다음 트랙 '정글북'으로 오수경은 성장기의 자신을 기록한다. 악보대로 연주하던 따분한 삶을 벗어나 자유로운 재즈를 접하던 시기의 감정이 생생히 담겨있다. 인트로에서는 클래식한 바흐의 인벤션 구조를 띠고 있지만, 뒤이어 라틴 재즈에서 자주 등장하는 아프로 큐반의 격정적인 탱고 리듬으로 새로움에 대한 열망을 나타낸다. 브라질 전통 악기 빤데이루(pandeiro)를 활용해 삼바의 정열을 도입하고, 몬투노와 폴리리듬을 사용하며 리듬과 화성적으로도 세밀한 접근을 들려준다.

정글북

20대의 '목적 있는 표류상태'는 '유목적 표류'로 구현되는데, 이 곡은 오수경이 프랑스 파리 유학 시절 써놓았던 도입부의 멜로디를 현재 이어 완성한 노래다. 힘겨운 청춘은 희망을 갈구하기에 멜로디는 비관적이되 마냥 어둡지 않고, 곡 끝자락 울려 퍼지는 아리랑은 낯선 땅에서 고국을 그리워하던 젊은 날의 자신을 표현한다.


나의 죄가 타인을 고통에 이르게 한다는 걸 알면서도 그 본성을 이기지 못하는 인간의 모습을 나타낸 '미필적 고의'는 강렬한 탱고 리듬과 어두운 마이너 코드를 사용해 죄의 부정적인 성질을 나타냈다. 모든 악기 파트가 솔로를 연주하며 각자의 죄악을, 또한 부메랑처럼 자신에게 돌아온 각자의 상처를 고백하고, 마지막 트랙인 '레미제라블'로 겸허히 신에게 용서를 구하며 < 데미안 >은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 데미안 >은 빛과 어둠의 공존이요, 절망과 희망의 공생이다. 성공 이후 찾아온 절망과 좌절을 자양분 삼아 음악으로 표출하며, 누구나 가지고 있을 어두운 기억을 끄집어내어 개개인의 이야기로 만들어냈다. 노랫말 없이 선율로만 존재하던 그 이야기는 청중에게 공감과 위로를 안겨주었고, 솔직한 감정의 환기는 좋은 음악을 만들어냈다.


-수록곡-
1. 아침
2.  피아노
3. 정글북 (Feat. Recto Luz) (추천)
4. 울면서 달리기 
5. 유목적 표류 (추천)
6. 미필적 고의 (추천)

7. 목이  여자
8. 바다와 나비
9. 레미제라블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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