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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애 Nov 13. 2021

책을 계속 쓰는, 몇가지 이유

책쓰는 동기도 성장한다.

*일부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사람들이 나에게 왜 책을 지속적으로 쓰느냐고 물어본다. 특히 책을 쓰는 과정이 만만치 않음을 아는 사람일수록 더 진지하게 물어본다. 내가 책을 한 권 쓰고 말 줄 알았던 사람일수록 신기하게 쳐다보는 게 사실이다. 책 쓰는 재능이 있는 것처럼 별세계 사람으로 대하는 사람도 있어, 그런 재능이 없음을 강력하게 속으로 말하기도 한다. 사람들의 질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왜 책을 계속 쓰는가'에 대한 스스로의 명확한 대답이 있는가이다. 글을 쓰기 시작해서 출간에 발을 디디고, 한 권씩 탄생할 때마다 나의 책 쓰는 이유는 조금씩 달라졌다.  


내 이름이 새겨진 책이라는 물성을 보고 싶었다.
출처: 픽사베이

초기에 나는 내 이름이 새겨진 책이라는 물성을 보고 싶었다. 나의 존재가치를 책이라는 것으로 증명하고 싶은 마음. 세상에 나라는 존재를 드러내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래서 책이라는 형태에 내 글이 들어가고 작가명에 내 이름이 담기길 바랐다. 그리고 책을 쓰는 이유를 그간 쓴 글을 사장시키고 싶지 않다는 이유가 커졌다. 내 글의 질적 수준을 생각하기보다, 어쭙잖은 글이라도 쓰기 위해 들어간 시간과 열정의 가치를 고이 간직하고 싶었다. 온라인은 불안정하다는 생각에 눈에 보이는 책이 더 안정적일 것만 같았다. 공저로 시집을 내면서 시를 향한 애정, 시형식을 즐기는 심정, 그리고 가족을 떠올리며 나를 위해 출간을 했었다.  


조금 다른 나의 생각을 말하고 싶었다. 

<아이는 학교 밖에서도 자란다>를 쓸 때는, 조금 다른 나의 생각을 말하고 싶었다. 정답이 성적 하나로 모아지는 것이 못내 불편했다. 모두가 옳다고 하는 방향에 반대방향도 있다고 말하고 싶었고, 급하고 빠르고 성과중심으로 키워야 한다는 세상에 느림도 소중하다고 알리고 싶었다.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말을 덧붙이고 싶었다. 나의 육아 철학이 귀해서가 아니라, 요즘 세상에 고생하는 아이들이 안타까웠고 내 아이가 그런 길과 다르게 갈 수 있음을 응원하고 싶어서였다. 말리고 싶은 거대한 학부모 문화가 큰 문제로 보였고 뒤를 따라오는 육아의 후배 대열에 선 학부모들 헛다리를 짚지 않았으면 싶어, 그들의 불안과 과열된 욕심을 다독이고 싶었다. 나처럼 아이를 키워도 괜찮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꼭 전하고 싶었다. 내가 이상한 게 아니라 다른 방법도 괜찮다는 말을 온통 하고 싶었다.


 유익을 전하고 싶은 사명감을 우선했다

최근 출간한 <우리아이 읽기독립>을 쓸 때는 사명감을 이유로 꼽으며 출간 행보를 완성했다. 사명감이 이유가 되자 가족과 지인들에게 책 쓰기 위한 시간 할애에 당당해졌다. 사람들은 나의 고상한 취미가 본캐가 되고, 지금 하는 일을 넘어선다고 느끼며 '대단하다'라는 정도로 평가했다. 출간을 진행해 본 사람은 안다. 책 쓰기가 취미 정도로 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다. 1년 가까운 시간을 올인하고 온통 그 주제만 생각하게 된다. 어떤 텍스트를 보아도 원고와 연결할 수밖에 없다. 글 쓰는 톤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매일 숨을 고르는 작업을 해야 한다. 다른 분야의 책에 너무 심취해서도 안되고 글도 마음껏 다른 문체로 써서는 안 된다.(나의 경우라 다른 작가들은 다양한  책을 읽고 다양한 장르의 글을 넘나들며 쓰겠지만 나는 그게 어렵더라는...) 책을 쓸수록 자기애로 쓰는 책은 한 두 권이면 족할 것이다. 그 외에는 사명감이 바탕하고 작업을 했던 게 사실이다. 사람들이 오해하고 잘못 적용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 현실을 꼬집고 대안을 제시하고 싶은 마음. 유익을 전하고 싶은 사명감이 우선하자 나를 위한 책 쓰기와는 다른 태도로 임하게 되었다.


'책을 써서 경제적 독립을 하겠다, 책으로 유명세에 보태겠다, 책으로 퍼스널 브랜딩을 공교히 구축하겠다'라는 생각은 온당하다. 그런데 그런 의도일지라도 결국 책의 내용은 독자에게 필요한 내용일 수밖에 없다. "이 주제를 모르고 헤매는 사람들에게 제대로 알리고 싶다"라는 내적 동기, 그것을 사명감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책 쓰기를 취미 정도로 하기에는 잃어야 하는 것이 많다. 책 한 권 쓸 때마다 청력이 안 좋아지고, 노안이 시작되고, 피부의 탄력을 잃고, 뱃살이 두둑해질 뿐 아니라 머리카락마저 푸석해지더라는 나의 이야기를 굳이 보태고 싶다.


출처: 픽사베이

사람들마다 책을 쓰는 이유는 다양하고, 그 이유는 그 사람에게 핵심가치임에 분명하다. 어떤 이유가 책 쓰기의 본질에 가까운 이유라고 말할 수 없다. 출간하는 서적이 한 권씩 더 쌓일 때마다 나에게 책을 쓰는 이유는 조금씩 달라졌다. 그 변화는 성장이라고 하겠고 안목의 확장이라고 의미 부여해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명감이 책 쓰기를 지속하는 이유지만 베스트셀러도 꿈꾼다. 이 두 가지는 이율배반이 아니다. 사명감은 대상을 염두에 둔다. 필요한 내용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적시에 전달하는 것, 그러려면 좀 알려져야 하지 않을까? 기껏 사명감으로 썼는데 묻혀서야 안될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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