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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애 Jan 02. 2023

폐업 대신 '확장이전'

교육자영업자의 새해맞이

목욕재계하고 정화수를 뜨는 조상들의 마음.

겨울에 새벽기도를 나서며 성경책을 갈비뼈 근처에 추켜올려 움켜드는 마음.

새해 첫날 갑자기 동이 트는 빛에 눈을 찌푸리며 한 해를 기원하는 마음.

이자율이 치솟아 도산위기를 말하는 중소기업이 늘고 대기업도 구조조정에 공기업이나 공무원 사회에 불고 있는 명예퇴직권고등의 소식은 이제 익숙해져야 하는 뉴스가 아닐까. 코로나에 공공연히 말하던 경제위기가 이제 도착했는지 한파의 기운이 물씬 가깝게 다가온다.

볕이 잘 드는 1층 작은 상가....이 볕을 만끽하며 코로나를 이겼다는...




"원장님, 확장하는 건 감사한데, 힘들지 않으세요? 다들 폐업한다고들 하는데 확장하시는 게 부담되실 텐데......"

교실 하나가 이만큼~이전에 공간만큼이 교실 하나라니.....


학부모의 걱정어린 표정과 말에 갑자기 아득해지고 현실감을 찾았다. 이전할 곳은 원래 있던 공방보다 3배 넓은 곳이다. 워낙 좁은 곳에서 시작한 터라 조금 더 넓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코로나를 통과하면서 더 나빠지기보다는 더 견고해진 게 사실이다. 은둔의 시간, 움츠러든 게 아니라 책을 쓰면서 도약을 위해 용수철이 잠시 쪼그라든 모습이 나의 모습이었다. 새벽까지 지새우고 오전에 카페에 붙박였고 저녁에 아이들 밥을 차려주고는 스터디카페로 가서 교정을 하곤 했다. 여러 권의 책을 썼고 내가 하는 일에 방향이 더 명확해졌다. 온라인 수업이나 강연을 하면서 전국에 있는 학부모들을 만날 수 있었으며 도서관 부모특강이라는 경험도 쌓았다. 그렇게 2년 반이 지나니 겁이 날게 없었다. 그리고 올해 정치적 경제적 위기를 맞은 여러 사건의 발발로 전 세계가 꽁꽁 얼어버렸다. 환율은 치솟고 외환보유고가 떨어지고 제2의 IMF라는 말도 빈번하게 들렸다. 대학 졸업하는 그 해 나는 IMF를 코앞에서 겪고 1년 반이상 백수로 지내보았기 때문에 마음이 평온하지는 않았다. 학부모들의 기대와 함께 염려하는 말은 현실적인 반응임에 틀림없다.

 "돈을 얼마나, 어떻게 벌까"에 머무는 사람은
그 정도 돈을 버는 게 최선이라면
 "돈을 벌어 어떻게 쓸까? 어떤 유익을 줄까?"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다르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설명회라는 것을 해보았습니다. 휴~뭐든 쉬운게 없네요. 잘 진행해서 감사하네요.

하지만, 좁은 곳에서 복닥거리며 소란을 금해야 하는 교육환경이 아쉬웠다. 아이들이 많아진 것은 감사할 일이지만, 전국에 소문난 맛집이 좁고 낡은 후진 환경이라도 기꺼워할 수 있는 것과 교육사업은 다르다. 아이들에게 유익한 것을 주고 싶었다. 교육내용의 질적 수준뿐 아니라 교육환경. 4년 동안 눈을 씻고 찾아도 없던 너른 공간이 임차인을 기다린다는 소식에 당장 계약을 할 수밖에 없었다. "돈을 얼마나, 어떻게 벌까"에 머무는 사람은 그 정도 돈을 버는 게 다라면 "돈을 벌어 어떻게 쓸까? 어떤 유익을 줄까?"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의 사업은 다르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후자를 의식하거나 마음에 품고 산 것은 아니지만, 내가 얻을 수익보다는 수익을 어떻게 유익하게 쓸지 더 생각한 건 사실이다.

문정성시라고나 할까, 지인들이 풍선아트로 장소를 빛내주기도 했어요. 땡큐~
넓게 빠진 로비. 학원하시는 분들 경악해요. 차라리 교실을 2개 더 만들지 않고... 그런건가요? 저는 좋은데?
집중하는 힘. 밝은 곳에서 아이들의 기운이 더 승승합니다.

이제 남은 것은 성공가도를 달리는 일만이다. 성공이라 함은, 아이들이 즐겁게 쾌적하고 평온을 유지하며 독서에 심취하는 것, 글을 쓰고 쓴 글에 대해 함께 상호작용하면서 심화사고를 하기 시작하는 것. 학습까지 연결되어 읽기 능력이 열매를 맺는 것이 내가 바라는 성공이다. 그리고 생계형에서 공익을 끼치는 수준의 수익까지 얻는다면야 얼마나 좋을까만은, 대출금을 몇 년을 갚아야 할지 생각할 때 생활비만 채워져도 감개무량할 일이라 여긴다.


1월 1일 예배를 드리면서 드린 기도, 나의 꿈이나 야망을 채우는 게 아닌, 모두를 유익하게 하는 이상이 이상에만 머물지 않는 23년이 되길 바란다. 정화수를 떠놓지 않아도, 이른 시간 학원에 도착해 공기청정기를 켠다. 복도를 쓸고 화장실을 청소한다. 히터를 틀고 학원방학 며칠 동안 소복이 쌓인 먼지를 쓴다. 이것이 나의 기도요 바람이다. '얼마나 벌어야 할지, 망하지 않기 위해 어떤 발버둥을 해야 할지'에 머물지 않고 '어떻게 번 것을 쓸지, 어떻게 더 나눌 수 있을지' 포커스를 놓치지 않길 기도한다.

아이들의 손때묻은 공간을 떠나면서, 눈물이 날 뻔~했다는. 작년에 확장할 곳이 없어서 리모델링을 했었는데, 그것들을 두고 가요.
이사  직전 바이바이...정든 곳. 나의 마음의 고향.

2023 년아, 코로나도 뚫고 나온 나의 단단해진 마음을 보았다면 대로를 열거라. 앞으로 앞으로 나아갈 테니.


*두 달간 확장 이전으로 얻은 거북목 증상, 오십견인지 석해인지 어깨통증, 삭신이 쑤시는 몸살기운, 움푹 들어간 볼살, 축 쳐진 피부, 손가락의 뻐근함/ 6000권 이상의 책과 집기류를 혼자 이사해서 팔이 늘어진 남편의 고된 몸상태는 선물이라 생각하고 다시 재건을 위해 몸보신을 좀 해보는 것으로.... 마음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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