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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애 Jan 05. 2023

확장이전: 비하인드 스토리

블라인드에 얽힌 전설

이 블라인드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 들어보실래요?

저는 위에서 아래로 내릴 수 있는  블라인드를 간절히 원했어요. 그런데  가로길이가 길어 불가하다고 전형적인 제품을 구매했지요.


도착해보니 꽁꽁 쌓인 자태를 살펴보니 살구색이었어요. 그래서 발끈하고 설치를 끝낼 때까지 투덜거렸습니다. 남편이 정확한 치수에 제가 원하던 베이지색을 구매했었거든요,


당황한 남편은 자신의 잘못인양 머리를 긁적이며 "그냥 쓰자. 교환하기도 힘들다"라고 했지요. 인테리어를 완성하고 마지막 디테일에서 그림 그리던 게 안 나오면 속이 많이 상할 참이었는데 아니었어요.


설치를 다 한 후 알았더랬죠. 남편의 잘못이 아니라, 베이지 블라인드가 접히고 접히면 살구색으로 비추는 줄 말이죠. 억울할법한 남편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괜한 오해로 뾰족하게 군 제가 더 나빴는데 말이죠.

바쁜 일상에 치이다 보면 휘몰아치는 성급함에 섣부른 결론을 내거나 상대를 비난하기 일쑤입니다. 그 일 이후, 학원 인테리어 감수부터 이사까지 다 손을 대준 남편에게 극진한 감사를 계속 표현하고 꼬투리 잡지 않기로 결심했어요. 배은망덕하게 굴기 쉽더라고요.


우리 재원생 아이들도 목소리가 작아서, 혹은 제 때 자기표현을 하지 않아서 정확한 표현을 못해서 친구에게나 선생님에게 혹은 가족에게 섣부른 오해나 질타를 받을 때가 있더라고요. 저학년일 경우는 두루뭉술하게 잘못했다는 느낌적 느낌으로 지나가지만 고학년이 되면 발끈합니다. 누구라도 억울함을 참아야 하지 않으니까 어찌 보면 정당한 반응입니다. 어른이면 싸우거나 따질 수 있는데 아이들의 일상은 그렇지 못해요.


아이들의 작은 몸짓과 목소리를 들으려고 애씁니다. 머뭇거리는 동작, 조곤조곤 작은 소리로 말하거나 입술만 달싹거리는 아이를 주의 깊게 봅니다. 몸을 낮추고 가까이 다가갑니다. "괜찮아. 하고 싶은  말이면 뭐든  해봐"라고요. 그런데 빵 터질 때가 많습니다. 돌아오는 소리가 대개 이렇거든요.

"화장실 갔다 와도 돼요?"

"컴퓨터 비밀번호 잊었어요"

"책 좀 꺼내주세요"

"어떤 오빠가 자고 있어요"

"엄마가 오늘은 5분 빨리 가도 된다고 했어요"

"오늘은 좀 피곤해요"

"제가 쓰던 책 못 찾겠어요"

"사탕 하나 더 먹어도 돼요?"

"제가 그런 거 아닌데요"

"**가 먼저 말 걸어서 대답한 거예요"

"선생님 지난번에 글 잘 써서 받을 젤리 두고 갔어요"

.

.

.


사과할 것은 즉각, 진심으로 전달합니다. 학생이나 부모님의 동의가 있다면 궁둥이 팡팡을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소소한 요구나 어려움을 즉시 해결해 줍니다. 조금 더 다정하게, 조금 더 적시에, 조금 더 심중의 의도를 보기 위해 선생님들과 저는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살피고 있습니다. 마치 사막여우 모습을 하고 말이죠.


 조금 더 다정하게, 조금 더 적시에, 조금 더 심중의 의도를 보기 위해 선생님들과 저는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살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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