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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애 Jan 11. 2019

 ______조카의 독감:전쟁육아

초보시인 생활에세이

어린 조카가 집에 왔다. 만 돌을 지난 지 얼마 안 된 조카다. 우리 집에 온 이유는 3살인 오빠가 입원했기 때문이다. 올케는 입원한 큰애와 병원에 있고 남동생은 새벽부터 일하러 나가야 했다. 다른 병명이면 작은애가 엄마에게 붙어 병원에 있을 텐데 전염이 우려되는 질병 앞에 어쩔 수 없다.


고모가 돼서 별 스러이 잘 챙겨준 일도 없어 기꺼이 작은 조카를 봐주겠다고 했다. 문제는 좋은 마음으로 데려온 이후에 발생했다. 다음날 오전에 잠시 다녀와야 하는 학교 수업이 있었다. 잠시 깜빡하고 좋은 마음만 내세운 것이었다.


아이 아빠는 새벽에 일하러 나갔고, 아이는 새근새근 잠을 잘 잤다. 8시 28분에는 최종적으로 나가야 해서, 부랴부랴 같은 라인에 사는 교회 집사님을 모셨다. 내가 오기까지 2시간만 애를 살펴달라고 했다.

아이와 놀아줄 큰애, 작은애가 있다. 하지만 위기상황이나, 울음보가 터지면 어쩔 도리가 없다. 그리고 만약 똥이라도 싼다면 처리는 누가 한단 말인가. 어쩔 수 없이 어른의 손길이 필요하던 차에 와준다고 하니 너무 고마웠다.


집사님은 좋은 마음으로 기꺼이 내려와 나와 현관 앞에서 바통터치를 했다. 다행히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집사님 집에는 방학을 맞은 7세 남자아이와 어린이집에 보내야 할 4세 여자 아이가 있다. 자영업을 하는 남편을 동원해 아이들을 픽업해주라고 부탁하고 내려온 모양이다.


조카가 낯을 가리지 않고 순해서 돌보기 수월했다. 만약 까다롭기라도 하다면 돌보기 여간 힘들지 않을 것이고 맡기는 엄마도 얼마나 미안함을 느낄까. 어린 연년생을 키우는 올케의 한숨이 들리는 것 같았다.

3일 차에 나의 수업 때문에 조카를 봐줄 수 없어 이모에게 맡기기로 했단다. 이모는 반차를 냈다. 오후까지 조카를 봐주다가 아기 아빠가 퇴근하면 아이를 전해주고 다시 출근을 한다고 한다. 더 웃기는 것은, 그 이모의 아이는 두 돌 쟁이라 이모가 조카를 봐주기 위해 남편이 두 돌 쟁이를 전담하는 상황이 되었다는 것이다.  


아이를 하나 돌보는데
테트리스처럼
한 자리를 채우려면 다른 자리가 비고,
 그  자리를 다시 누군가로
찾아 넣어야 한다.


아이 키우기 좋은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만약 아는 지인 이 가까이 없다면, 올케네 일어난 상황에 엄마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한숨에 눈물만 흐를 일이다. 독박 육아, 전쟁 육아라는 말이 넘쳐나는 시대다. 대가족 중심이던 문화가 핵가족화되고 도시화되면서 아이에게 문제가 생길 때 오롯이 엄빠가 해결해야 하는 암담한 현실이라니.


아이를 이미 다 키운 내 이마에 주름살이 늘어나는 하루다. 조카 하루 돌봐주는 것이야 순식간에 지나가는 일이지만 아이 엄마에게는 1년 2년, 손이 안 갈 나이까지 내내 감당해야 할 무거운 과업이다. 여기에 맞벌이라도 한다면 정신줄 놓고 닥치는 대로 살 수밖에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어린 아가들을 키우는 엄마들에게 어떤 말로 응원할까 고민하다가 포기했다.

매일 똑같은 일상에 지칠 때도 많지만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려는 귀한 마음 안고

버티는 모든 엄마들 소심하게 외칩니다.


"화~이~팅"


더 고급진 말을 종일 찾았는데 없네요. 쩝.


"쥐구멍에도 볕 들 날이 온다고요"

라고 말하고 휘리릭 도망가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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