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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애 Jan 12. 2019

__________딸의 성취감 응원기

내가 아기를 재웠다고, 봤지?


지금 시각 23시 59분


이 말을 쓰는 도중 00:00으로 넘어간다. 내일이 오늘이 되는 현장에 서있다.


앗, 그리고 1분이 더 지나고 있다. 시간은 미동도 없이 제 갈길을 뚜벅뚜벅 걸어간다. 그 옆에서 딸아이를 관찰한다.



째 딸은 지금 형언할 수 없는 감동과 흥분에 쌓여 거실을 배회하고 있다. 감격스러운 소식을 들을 사람이 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아쉬워하며. 


오늘 남편과 함께 1년 동안 공동체를 운영해갈 동지들과 접선을 했다. 이름하여 운영위원회 일박이일 회의다. 아직 젊은 부부가 있어 어린아이까지 동참하면 회의 진행이 어렵다고 나에게 미션이 떨어졌다. 방문하는 다섯 명을 재우고 내일 아침까지 먹여 보내는 임무이다. '성은이 망극하여이다'인지 '통촉하여 주시옵소서'인지 헷갈리는 상황이다.

 

저녁을 먹이고 놀게 두었다. 지루해질 타이밍에 영화를 결제하고 모두 티브이 앞에 앉았다. 공룡이 나오는 극장판 **카봇이라는 애니다. 유치한 걸 본다고 탓했는데 함께 보다가 먹던 치킨 다리를 떨어트릴 뻔했다. 너무 사실적이고 흥미진진했다. "장난 아니네~, ,**아, 여기 와서 같이 보자" 방학이 되면 엄마와 영화관을 가고 싶어 노래를 부르는 녀석이 오늘따라 애니메이션에 집중하지 않았다.


방문한 아이들이 3세에서 7세까지 연령이라 영화보다는 대장 노릇을 하려는 게 좋았나 보다. 아이들 손에 묻은 치킨 양념을 닦아주고, 3살배기에겐 살코기를 뜯어주고 물을 떠다 주는 장면이 낯설었다. 막내라서 징징거림 우주 최강인데 말이다. 동생뻘 아이들과 잘 놀아주긴 하지만 오늘처럼 심하게 엄마 짓을 하지는 않았다. 생경한 그녀의 부산스러움을 감상하다 한 시간이 훌쩍 지났다.


둘째는 3살 아이가 잠이 온다고 해서 아기를 업어주었다. 제법 노련해서 그냥 두었더니 탄력을 받아 재우겠다고 업고 들어갔다. 노랫소리가 들리다가 금세 조용해졌다. 이내 둘째는 흥분해서 나왔고 3살 아기는 잠이 들었다. 대견한  둘째를 무한 칭찬을 해주어야 할 킬링 타임이었다. 마음껏 안아주자 수십 번 넘도록 자신이 어린아이를 재웠다는 사실을 말했고 아빠에게 알리라고 했다.


오늘 아이가 경험한 성취가 비단 처음은 아니다.
사소한 것의 연속이었고 최근에 큰 성취가 있었다.  
엘리베이터 고장으로 혼자는 절대 타지 않던 아이가
 며칠 전부터 타기 시작했다.
고학년임에도 불구하고 엘리베이터 탈 일만 있으면
따라다녀야 해서 번거롭던 터였다.
매일 타면 일주일 용돈 2000원에 1500원 추가라는 조건을 걸었더니 
세상 제일 큰 두려움 앞에 용기를 냈던 것이다. 


반복되는 작은 성공의 경험이 
아이의 자존감을 강하게 한다. 
지금처럼 사소한 것들부터 성취하면 
자존감의 파이가 점점 커지지 않을까 
사뭇 기대된다.

아이들 몇이 잠들었다. 파이팅한 둘째는 다른 아이를 재우려고 하이에나처럼 어슬렁거렸다. 6살 아이가 아직 뒤척이고 있었다. 그녀에게 다가가서 눕더니 조금 전 사용한 히든카드 '섬집아기'를 불러주었다.


둘째의 목소리는 감기로 쉬어있었고 쇳소리를 동반한 가래 끓는 소리까지 났다. 조금 전 문이 닫혀 알아채지 못했을 뿐이다. 그런 목소리를 최대한 더 나지막하게 부르려니 노래는 뚝뚝 끊기고 듣기가 영 불편했다. 반전은 6살 그 아이는 그 노랫소리에 잠이 들어버렸다. 거북한 그 소리를 듣고도 말이다.


아이들이 오늘 정말 신나게 잘 놀았나 보다. 언니의 쇳소리에도 이내 잠들어버리는 걸 보면.

오늘 나는 관찰만 하고 열 일 한 것은 둘째.

오늘 미션 성공의 모든 영광은 둘째에게 돌립니다.


넌 그런 아이야.
넌 마음먹으면 할 수 있다고
작은 성공을 자주 이루렴
엄마가 응원할게(다음에도 재워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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