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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애 Mar 24. 2019

츤데레 출동! 반전 사랑.

날 생각해준 거 맞지? 그렇게 착각할게.

"띵똥동 띵똥똥"

'어, 아까 나갔던 남편이 왜 다시 들어오는 거지?'

아파트에 등록된 자가 차량의 입출입을 알려주는 소리가 울렸다.


그러고 한참 후 남편의 차량은 종적을 감추어 실외 주차장에 보이지 않았다.

전화를 걸었다. 의문이 들었고 걱정이 되었다.

"여보, 아까 나갔다가 왜 다시 들어왔어? 들어오고는 다시 어딜 갔어? 왜 안 들어와?"


"몰라"

"빨리 말을 해줘야지. 들어왔는데 왜 들어왔는지 말을 왜 못 해줘?"

"됐다니까"


"정말, 사람 궁금해서 꼭지가 뺑~돌려고 하네. 빨리 알려줘.

당신 동선이 일상적이지 않으니까 내가 궁금할 수 있고,

당신은 그 궁금증을 해소해줄 의무가 있는 거 아냐?"


"별 꺼 아냐"

"나, 참!!!!! 뒷골 당겨."

"아무것도 아닌데 그냥 넘어가라"


오늘 끝장을 보고 싶어 졌다. 무슨 일이길래 말하기를 꺼리는 것일까.

아무것도 아닌데 한마디만 하면 되는 것 아닌가?



전화기 너머로 끊으려는 남편에게 한숨을 쉬며 불쾌함을 호소했다.


"빨리 뭐라도 이야기를

요"


과격함을 방지하기 위한 존대어가 나왔다.


어서, 말을 해주시지요. 빨리 말해주시지요. 기다릴 수 없어.

남편이 지긋지긋해하는 취조 신공을 발휘했다.


잠시 침묵!


대뜸, 남편이 언성을 높이며 말했다.


"당신, 왜 공방에 쓰레기를 왜 쌓아놓고 안 치웠지?

 쓰레기통 4개 일반쓰레기를 다 버리고 재활용 버리고 정리해준다고 다시 들어왔다. 왜, 왜, 왜~~~~~"


가시투성이 말이 오가고 피의 전쟁이 벌어질 뻔하다가 핑크빛 벚꽃잎이 하늘에서 내리는 것 같았다.



뚜루루루, 뚜루루루~~~



나는 본능적인 여성 특유의 비음이 발사되기 시작했다.

"오마 오마, 엄마야, 내가 힘들까 봐 몰래 청소해준 거야? 당신은 역시, 우렁각시가 맞다니까욤.

한다면 한다고 말하면 되지, 왜 말을 안 하고 오해하게 해용~~~~~"


또다시 침묵의 바람이 쌩~하고 불고

비수처럼 날아오는 중음의 소리가 있으니, 바로바로


"더러워서 그런다. 좀 정리하고 살아라. 말도 하기 싫어서 그러지"


빠밤!!


마음을 가다듬었다. 괜찮았다. 이미 남편이 말없이 정리해준 행동에 감동을 먹어 기분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더럽든지, 사랑스럽든지, 해준건 해준 거니까, 어떤 비난에도 허용하는 마음이 생기고

 세상 모든 것이 아름답게 보였다.


"당신, 오늘 하루 막 화내고 그래도 돼.

당신이 나를 생각해주지 않았다면 그렇게 일부러 치워주고 그랬겠어?

 아침부터 나도 아직 출근 안 한 공방을 다 가서 쓰레기통 비워주니,

그건  바로 내가 고생하니까 아침 일찍 내가 가기도 전에 도와준 거 아니겠어.

당신은 정말 날개 없는 천사야. 천사. "


"무슨 말이고? 착각하지 말고. 당신이 공방에 그 무거운 책 한 박스 갖다 놓으라 해서 갔던 거고 ,

아직도 팔이 얼얼하네.

가서 보니 쓰레기통이 꽉 차 있데. 내가 열 받아서 참았지.

 니 공간이니까 앞으로 관리 좀 잘해라."


윽!!!

나를 위해 자발적으로 새벽같이 일어나 몰래 공방에 가서

이전부터 미리 봐 둔 쓰레기 정리를 해준 거라고 받아들인 나의 산통이 깨졌다.

내가 책 한 박스를 꼭 갖다 놓아 달라고 부탁했고, 남편은 아주 기계적으로 마지못해 해 준 것뿐이었다.



고마워. 당신의 선행을 오늘 하루 기억할게. 저녁 도실락 싸줄 테니 점심시간 지나면 들러요. 여봉.."



착각해야 잘 살 수 있다.
상대의 객관적 행동에도 주관적 의미를 붙여보기도 하는 프로 착각 러.
이렇게 사는 것도 재미가 있다는 말씀, 전해봅니다.

*항상 더러운 거 아닙니다. 쓰레기통을 40리터, 물기 없는 쓰레기 한통 채우는데 일주일 걸려요.

그래서 오늘 대청소하려고 했거든요.

제 할일을 한다고.

남편이 솔선수범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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