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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봉지커피 마시고

by 최신애

결정 장애

신애

라테 아니면 카푸치노

시럽 한 번 아님 두 번

뜨아나 아아

선택 앞에 서성이는

그 시간도 아까워

봉지커피 한 잔 마시고

너에게 간다


18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맛

책을 읽을 때 한잔

글을 쓰며 한잔

사유에 발을 담글 때 항상

공간을 채우는 힘

봉지커피도 좋아요


아메리카노는 시면서 탄맛에

라테는 시럽을 두 번

카푸치노에 거품도

나를 이끌어주지 못하는

지독한 조제커피의 매력만 탐하는


지금 한잔 마시러 갑니다

봉지 하나 들고서


요즘, 매일 쓰던 모닝 페이지도 못쓰고

매일 올리던 글도 못 올리고

인스타도 소원해요


책을 더 많이 읽어야 하거든요.

억지든 자율이든 독서로 채우는 하루가

글 쓰는 하루보다 재미는 없지만,

가득 차면 다시 넘쳐, 글로 나올 것을 기대하며

다음 주까지는 독서 집중기간으로 스스로 정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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