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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애 Aug 01. 2019

김훈「라면을 끓이며」아껴읽기

모두에게 있는 흔적!


아껴읽는 책이 있다. 김훈 작가의 [라면을 끓이며]

한 단락을 읽다 보면 더 이상 전진할 수 없다. 그의 유려한 문장, 치밀한 묘사에 입이 떡 벌어진다. 사소한 현상이나 경험을 독자의 일상과 연결한다. 그래서 인생이란 거울 앞에 물러서지 못하도록 통찰한다. 한 달이 넘도록 가끔 손에 들고

한 단락을 읽다가 멈췄다. 아마 일 년이 걸리지 않을지. 제발 오늘은 한 꼭지를 다 읽기를 소망하며 읽어 내렸다.  

오늘의 나의 픽은 밧줄이라는 것 하나를 포착해 인간의 밧줄에 기대는 단락이다. 밧줄을 잡은 선원들의 연대를 위한 하모니를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그의 묘사는 생명력이 있으며 따듯하다.


작가는 자신의 심연을 관찰하는데 능통하며 사람들의 속에 널린 것들을 주워 담는데 천부적이다. 어업을 마치고 반토막난 어획량에 지친 배를 그리며 돌아오는 이들의 노동이 감춰지지 않고 밧줄에 고스란히 남겨졌다 말한다.

햇볕이 말라서, 비늘이 말라서 반짝임으로 그들의 치열함은 흔적을 가지게 되었다. 이런 흔적은 바로 선원들의 것이지만 선원들은 지쳐 잠들었다.


치열하게 사는 사람은 말이 없다. 말할 시간과 에너지가 없다. 티를 내지 않는다. 우직하다. 바라보는 푯대 하나를 향해 달리느라 사소한 것들을 지나친다. 많은 간섭에 동참하지 않는다.


말이 없다고 흔적이 없는 것이 아니다. 피곤함, 초췌함, 멍 때리는 눈빛 모두 어쩌면 고달픈 일상을 맞닥뜨려 노동하는 우리들의 흔적 아닐까. 반짝거리고 빛나는 흔적, 말라붙어있는 비늘이라 여긴다면 반추해 주어야 한다.

 

"고생하네요. 아름답네요. 당신의 흔적이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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