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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애 Aug 17. 2019

언니네 홀로 여행-양포 가는 길

하늘 좀 보세요, 와~


*((((((앞으로 펼쳐질 풍광 사진은 제 목숨을 담보로, 운전석에서 찍은 사진임을 밝힙니다. 발 사진인데 이런 고퀄에 초큼 감동받았습니다. 신의 뜻인 듯, 가을 하늘을 똥 손으로 라도 담으라는 고귀한 사명감에 찍어 올립니다. 보정 무. 자체발광 그대로. 자연의 마력에 빠지다.)))))


고속도로를 주행해 본 적 없다. 아무리 용기를 내보려 해도 불가능. 국도로 차를 몰았다. 느림 주행이 가능하단 말에 부담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반전이 있었다. 주중이라 한적해서 모든 차량의 속도가 빨랐다. 교통흐름에 방해가 될까 봐 나도 밟았다. 가는 길에 속도제한 카메라가 너무 많아서 속도를 올리다 줄이다 반복하니 피로했다.

먼저 도착한 일행이 있어 단 1분도 시간을 지체하기 싫었다. 설렘은 아직 도달하지 않을 때 찾아온다. 두 근 반 세근반 뛰는 심장. 그리고 천국 계단을 오르는 것 같은 새파란 하늘. 입추가 지난 줄 어찌 알고 하늘이 높고 청명하다. 위험을 불구하고 사진 찍기.

포항에 가까워지고 있다. 아무리 속도를 낸다 해도 내비게이션에서 제시하는 도착시간을  5분 이상 당기기가 어려웠다. 5분이라는 짧은 시간을  줄이기 위해 과한 속도를 내는 게 무의미했다.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더 중요한 것을 잃지는 않고 있나? 성공을 위해 가족을 희생하기. 목표를 위해 관계를 포기하기와 같은 일이 많지 않을까? 사람들은 많은 에너지를 아주 미미한 가치와 환산할 때가 많다. 나의 조급한 행동이 우스워 혼자 웃었다. 어깨에 힘을 풀었다. 어차피 당겨지지 않을 시간. 그냥 의자에 몸을 기대고 나의 속도를 유지했다. 급한 분 먼저 가시라고.

손그림이 아닌 디자이너의 툴로 작업한 그림의 색이 이렇게 쨍하게 푸르고 구름은 대조적으로 새하얗게 빛났던 것 같다. 너무 비현실적으로 보여 상상이라고 생각했었다. 아니었다. 눈 앞에 상상의 장면이 현실로 펼쳐졌다. 그동안 현실을 못 보는 눈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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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갈한 논의 이랑 위로 키가 겅충 자란 벼들이 줄 서있다. 초록의 줄이 더 영글면 사람의 밥상을 채우는 알곡이 된다. 줄 서서 기다리는 겸손과 인내, 벼는 더 큰 일을 도모하지 않는다. 주어진 일에 열중한다. 바람에 이파리 나부끼고 햇볕에 낱알을 꺼내놓고 눈감고 시간에 맡기면 무엇이든 맺히는 신의 섭리. 일상적인 것이 조물주의 명령에 가장 잘 순응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하찮다고 생각하고 흘려보내는 모든 것이 새롭게 보였다.

모든 것이 휙휙 지나간다. 오래 지켜볼 수 없어 아쉬운 논밭의 빽빽함. 농부의 성실 유무가 벼의 빽빽함에서 엿보인다. 푸르던 것이 어느덧 누렇게 바래며 무거워 고개를 숙일 것이다. 가을이 온다. 가을이 올 때까지 빳빳하게 버티는 식물의 열정.


이 언덕을 넘으면 양포에 들어서려나. 기다리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이 주는 포만감. 무엇을 먹지 않고도 배부른 기분에 사람의 위장은 음식으로만 채워지지 않는가 보다. 가는 길의 풍광으로 반 즘 채우고 기다리는 얼굴들 하나하나 채우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달하려는 찰나. 마지막까지 설렘을 아껴 두근두근거려본다. 아! 저기 사람들이 숙소 입구에 서 있다. 아무것도 아닌 나를 기다리며 손을 흔들어주는 작은 사람들.  사소한 사람들이 소중함을 덧입는 시간. 누구라도 귀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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