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테라와 카스텔라

우리 동네 INTERVIEW #1

by 최신애

[카스텔라]


한*진이라는 이름을 가진 세 아이 엄마가 시간이 바쁜 듯 엉덩이를 의자에 반쯤 걸쳐있었다. 마을 사람을 하나 둘 만나 나누는 수다 같은 인터뷰 프로젝트라 처음에 별생각 없이 신청했다는 그녀는 어색함이 뚝뚝 묻어났다. 시간이 쫓긴다는 말을 하며 인터뷰를 취소하고 싶은 표정이 곧 울 것 같았다. 특별하지 않은 자신의 이야기가 소재가 된다는 사실이 자못 부담이 되었나 보다. 빛의 속도로 쏟아내고 가셔도 된다는 말에 마음을 정하고 다시 의자에 바투 앉았다. 그녀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30년이나 오래된 기억을 꺼내 사부작 펼쳤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가족 모두 도시에 살다가 시골로 이사를 갔어요. 부모님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지셨는지 이사해야 할 현실 문제가 있었는지는 몰랐어요. 그 이후로도 부모님은 말씀을 안 해주셨죠. 그래서 저는 이사를 하고서 슬프기보다 즐거웠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부모님이 이사할 때 그 이유를 조금 알려주셨더라면 철이 조금 더 빨리 들었을까라는 생각도 들어요.


우리가 살던 곳은 아마도 깡촌이었나 봐요. 근방에 슈퍼나 구멍가게도 전혀 없었어요. 한참을 나가야만 인기척을 느낄 수 있는 위치에 집이 있었어요. 그 집이 넓었는지 단출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요. 동생과 함께 산모롱을 돌아다니며 정오가 지나도록 놀다 들어오곤 했어요.


그러다가 오후 햇살이 누그러질 때가 되면 꼬르륵 거리는 배를 비비며 동생과 뛰어들어갔던 마당. 마당은 온통 고소하고 달큼한 냄새로 가득했고 엄마는 노란 빛깔에 반짝이는 빵을 들고 나왔어요. 시골 살림에 제빵기가 있었던 것은 아닐 터, 찜기에 쪘던지 밥솥에 앉혔던지 그랬을 껄요?


노란 계란물을 휘휘 저을 때 엄마를 돕겠다고 엉겨 붙어 본 적이 있는 터라 계란과 밀가루와 그 무엇의 합체가 선물하는 포실포실한 식감. 냄새를 맡아 반이나 배가 부르고 입에 넣을 때 반이나 배가 불러오는 카스텔라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저에게 카스텔라는 엄마와 떼려야 뗄 수 없어요.

(한*진 님의 이야기를 스토리로 재구성함)



그녀에게 카스텔라는 변함없는 버팀목이 되어주는 엄마를 상징한다. 요즘 흔한 빵집에서 옛날 마당 한가득 채우던 그 향을 맡을 수가 없다고 아쉬워하는 그녀. 그녀의 카스텔라 이야기를 듣는 동네 사람들은 일면식 없는 타인의 추억이 마치 자신의 것인 양 끄덕였다. 각자의 유년을 채우던 노란 빵 냄새를 맡고 있는 표정을 지으며.

오후 해가 저물면 두 아이는
엄마로 가득한 향기를
통통해진 볼을 오물거렸다.



카스텔라



계란물 휘휘 저어 반죽하는 뒷모습

포실포실 노오란 냄새가 마당을 채우면

겨울 추위도 데우는 엄마의 향기


-----(신애: 그녀의 추억을 시로 재구성)


*동네책방[책방 i] 프로젝트:추억의 음식 인터뷰 후 시를 써주는 작가로 참석했어요.

*현재 [꿈꾸는 글 공방] 대표

*공저시집 출간

*등단 시인

*에세이 출간 준비 중

**모든 글과 그림은 작가 '신애'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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