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장을 아시나요?

우리동네 INTERVIEW#2

by 최신애


<멸치장>


뚝딱 상차림을 잘할 것 같은 김*연 님은 어머니의 손맛을 말하기 시작했다. 바닷가에 살아 생선요리를 잘하는 어머니의 전라도 음식 솜씨를 지금은 다시 맛볼 수 없다며 눈가가 촉촉해졌다. 함께 이야기를 듣는 여러 사람들도 잠시 숙연해졌다.


엄마는 제가 어릴 때 곤로 위에 음식을 주로 했어요. 모두들 그렇게 살던 시절이었어요. 연탄불에도 사용했지만 곤로를 주로 쓰셨죠. 아직도 곤로에 기름 넣을 때 나던 소리와 석유냄새, 불을 댕겨 붙일 때 들리던 화르륵 소리가 생각나요.


어머니의 주된 음식은 곤로 위에서 밥을 지을 때 소쿠리를 넣어 고구마며 도미(흰살생선)를 올려 찌는 음식을 많이 하셨죠. 가만히 생각해보면 대식구에 할 일이 널렸는데 밥에만 매달릴 수 없으니 그랬나 봐요. 지금처럼 인덕션에 가스레인지가 아니니 화구도 부족해서 한 번에 몇 가지 음식을 해야 식구들 배를 곯지 않게 하니까요. 그때 밥 위에 얹힌 다양한 식재료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짠해요. 엄마가 얼마나 할 일이 많아 허덕였을까 하고요.

딸아이가 굳이 도와준다고 그려준 그림

어머니는 전라도 사람이고 바닷사람이었죠. 그래서 비린 것을 좋아하셨지만 아버지는 육지분으로 비린 것에 입도 못 대셨답니다. 아버지의 비위가 약해 생선은 상위에 오를 수 없었어요. 어릴 땐 아이들 먹인다고 밥 위에 생선을 올릴 때도 있었다지만 우리가 어느 정도 크면서 생선은 아예 구경은 하기 어려웠어요. 어머니의 식성을 아는 아버지는 비린맛을 참으며 잡수시던 찬이 하나 생각나요. 우리 지방에서는 그것을 멸치장이라고 했어요. 청양고추와 멸치를 짤게 다져서 국간을 넣고 자작하게 바글바글 끓여요. 물론 비린맛이 덜나니 아버지가 드셨겠죠?


멸치장을 밥에 넣어 비비면 한 그릇 뚝딱이었답니다. 멸치장이 하루 이틀 내다가 질리면 각종 야채를 다져 넣고 먹는 맛도 별미였어요. 명색이 생선인 멸치가 들어간 밥도둑, 저에게 멸치장은 아버지의 사랑입니다. 왜냐하면 엄마의 입맛을 위한 아버지의 양보가 담긴 음식이니까요. 요즘이야 젊은 사람들이 남편 입맛을 중심으로 하던 옛날이야기를 들으면 질색팔색 하겠지만 그땐 다 그랬으니까요. 아내를 배려하는 아버지의 절충 밥반찬이 바로 멸치장이랍니다.

어머니는 일찍 돌아가셔서 찜요리나 멸치장을 지금은 맛볼 수 없어요. 다행히 어머니의 손맛을 물려받아 음식을 잘하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곤로 위에 멸치장 지금 다시 재현할 수 있을까요?

(김*현 님의 추억을 이야기로 재구성)



<멸치장>


비린 것이 싫다는 아버지, 생선을 즐기는 엄마를 위해

쫑쫑 썬 멸치와 땡초를 넣으면

곤로 위 양은냄비 자글자글 끓는다. 밥 한 공기 뚝딱

-----(신애: 그녀의 추억을 시로 재구성)



*동네책방[책방 i] 프로젝트:추억의 음식 인터뷰 후 시를 써주는 작가로 참석했어요.


*현재 [꿈꾸는 글 공방] 대표

*공저시집 출간

*등단 시인

*에세이 출간 준비 중

**모든 글과 그림의 저작권은 '신애'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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