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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애 Dec 30. 2020

잘 쉬겠습니다. 방학이거든요.

과연 쉴까요?

올망졸망 작업실

한파가 닥치고 지역감염이 더 늘고 칼바람에 공방 앞 식물들의 마른 잎이 떨어지고 날아갑니다. 겨울방학이라 생업의 긴박함이 멈췄습니다. 새벽에 잠들고 아침 일찍 깨던 습관을 하루는 양보해서 12시까지 누워있었습니다. 썩 상쾌하지 않은 것 보니 살던 대로 살아야겠습니다.

연말이라 마음이 뒤숭숭해지려다 말다, 마음은 늘 자기 멋대로 팔랑거립니다. 올해는 반성 따위는 하지 않으려고요. 그리고 거나한 내년의 계획도 세우지 않습니다. 작은 나의 공간에 아무도 찾지 않는 적막만으로 자족합니다.

읽을 책도 쌓아두고 바질 페스토를 듬뿍 바른 빵을 먹고 이제 몰입합니다. 내가 해야 하는 일, 사는 증거를 남기는 일. 그것이 더 별것 없으니까요.

온 동네를 겨울바람이 차지했습니다. 세수하고 나온 쨍한 햇볕도 따숩게 못하는 것 보니 겨울의 가장 깊은 시간을 지나가나 봅니다. 학교와 학원 방학으로 골목이 조용합니다. 가라앉아 며칠 보내면 새해가 유독 반갑겠지요. 내년에 만날 사람들을 생각하며 더 나눌 것이 있나 주머니를 뒤적여봅니다. 빈손에도 줄 것은 많을 테지요.


인스타그램이 짧지 않은 글을 남기고 생각에 잠겼다. 공방을 오픈한 지 2년. 1년 차에는 적응하고 홍보하고 커리큘럼을 자리 잡느라 온통 정신이 없었다. 출판사와 계약을 했지만 글을 완성하지 못했다. 2년 차인 2020년 원고를 쓰는 연초에 코로나가 발발했다. 그리고 몇 달을 월세를 겨우 막으며 보냈다. 나쁜 일에도 좋은 면은 있었다. 쓰던 원고를 마무리할 수 있는 넉넉한 시간. 생계와 시간을 맞교환해도 살만했다. 공방을 연 이유가 글을 쓰기 위한 작업실을 겸하는 것이었으니 반이상의 목적을 매일 달성하는 셈 쳤다.


그렇게 나의 창업 2년 차는 어느덧 겨울이 되었다. 극심한 코로나 시기를 지나 나의 교육방향에 동의하고 아이들에게 즐거운 독서와 글쓰기와 토론의 장을 주려는 부모님은 다시 나의 행보에 합류해주었다. 그리고 한 명의 이탈자도 없이 12월까지 이어졌다. 학부모들의 질긴 끈이 어찌나 고마운지 방학을 맞은 며칠 내내 사무친다. 2년 동안 어떤 홍보도 하지 않고 무식하고 용감하게 밀고 나갔다. 마케팅이 얼마나 중요하며 사람들을 모으려면 존재부터 알려야 함을 알면서 나는 내 식대로 했다.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부모들의 마음을 읽었다. 고전적이지만 마케팅의 근본인 고객의 마음을 얻는 법. 나는 그냥 기본만 지키며 고집스러웠다. 사실 더 많은 글을 쓰고 책을 쓰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낸 1년이란 시간 동안 결국 출판사를 통한 출간과 스스로 작업으로 출간, 그리고 공저로 한 권을 출간했다. 그리고 내년 초에 출간할 기획출판의 원고를 수정하고 있다. 나의 2년의 창업의 길이 순탄하지만 않았지만 그리 나쁠 것도 없었다. 아이들의 짧은 겨울방학, 몇 년 만에 5주 차가 꽉 찬 12월. 그래서 일주일 방학을 만들기 수월했다. 열렬한 4주간의 수업을 마무리하고 한주 방학을 하면서 지금 수정 중인 원고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휴가가 끝나고 정신을 차리면 원고는 전송했을 테고 새로운 2021년 아이들이 몰려오겠지. 그리고 새로운 창업 2기가 시작된다. 최근 새롭게 도입한 시스템으로 아이들 관리에 만전을 기해볼까 한다. 학부모들의 기대란 아이들의 변화와 성장이다. 그 일에 조금 더 힘을 기울여보고 싶다.


올 한 해 버틴 것도 어딘데 반성을 운운하고 싶지 않다. 잘했다. 남는 게 많지 않아도 썩 괜찮은 한해였다고 스스로 다독이며 하는 일의 마무리, 그리고 새로운 마음가짐 정도로 2020년을 바이바이 해야겠다.

쉰다고 글쓰다가 내부 가구 재배치합니다. 못말려못말려. 쉬어간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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