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타는 도시 여자

고속도로 어디 즈음/ 웃는권작가

부산에 워크숍이 있어서 연휴가 끝난 화요일 아침, 종합운동장역으로 모였다. 간밤에 내린 비로 날씨가 꾀나 쌀쌀해졌다. 이른 아침 단체버스 출발로 간밤에 잠을 설쳐 피곤하다. 출근 시간이 다가와서인지 차도 막힌다. 어제 행사도 있었고 피곤해서 버스에서 바로 잠이 들 것 같았는데 그러지 않아 멀뚱멀뚱 밀리는 차들을 보고 있다가 잠이 들었다. 눈을 떠보니 어느새 서울을 벗어나 있었다.


온 대지가 가을이 다가왔음을 알린다.

조금씩 자연이 눈에 들어온다.

산과 들판 아기자기한 시골 마을, 마을 어귀에 따다 남은 사과나무, 누레진 들판, 역시나 파랗고 높은 하늘. 푸른 강물과 곧 붉어져 불타오를 준비를 하고 있는 산속의 나무들.

온 대지가 가을이 다가왔음을 알린다.

가을이 깊어가는 산.야를 멍하니 바라보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오랜만에 달리는 버스 안에서 창 멍을 하고 있다.

좋다.


문득.

왜 머리가 복잡하고 몸이 힘들 때 사람들은 자연을 찾는 것일까? 그리고 틀림이 없이 그곳에서 우린 치유받고 편안한 마음이 되는 것일까? 의문이 생겼고 이내 빠르게 달리는 버스에서 바라보는 끝도 없이 드넓은 풍경이 하나도 같은 것이 없다는 걸 깨닫는다. 모두 다 다른 모습으로 주변에 맞춰져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적응하고 순응하고 어울려 변화하고 있었다. 어색하지 않게 모가 나지 않고 편안한 모습이었다. 사람들이 미술작품을 볼 때 그것이 인위적으로 인간이 만든 그림, 조각, 시설물일지라도 편안함을 주거나 영감을 주거나 안식을 주면 그런 작품을 우린 또다시 보고 싶어 하고 좋은 작품이라고 평하지 않나. 자연과 같을 순 없지만 버금가는 감정을 액자에 담아 내 집에 걸고 마당에 설치하고 보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도시의 자본주의에 걸맞게 형성된 인공물들은 우리를 피곤하게 한다. 지치게 하고 숨 막히게 한다. 너무 말끔하기도 또 너무 지저분하기도 하고 각이 지고 삐죽하며 너무 정렬되어 불편하 기도하다. 일사불란하여 숨이 막힌다.

또 자연의 색은 어떠한가? 봄. 여름. 가을 겨울 시시각각 변화하고 공기와 바람이 함께 변화한다. 사람의 감성과 마음도 함께 일렁이고 흐르는데 도시에선 무언가에 갇혀서 옴짝달싹 할 수가 없다.


가을 들녘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다자이너라서 작가라서가 아니다.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생영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아름다운 절정의 고귀한 색이다. 응축되어 고급지고 고개 숙여 자비로운 색감이다. 농부의 구릿빛 피부가 자연과 하나처럼 보이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 일까? 한다.

끝도 없이 펼쳐진 산속은 나무들의 모습도 햇살에 반짝이는 가을 잎사귀도 그 나무에 비쳐 드리워진 그림자도 같은 것이 없고 모두 하나하나의 작품이 되어 다가온다.

KakaoTalk_20221019_194232532_01.jpg 가을은 여름을 품고 겨울을 준비한다.

하늘은 산을 품고 산은 나무를 품고 나무는 마을을 품고 마을은 사람을 품는다.

가을은 여름을 품고 겨울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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