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촌작업실의 겨울이

겨울에 돌아봄 / by 명랑한김작가

남편의 친구가 며칠전 죽었다.

난 장례식장에 가지 않았고 내 마음 편하자고 무심한척 했다. 그러다 혼자 있을때 잠깐씩 울컥 했다.

어디에라도 있을지 모를 영혼에게 말했다.
"이제 이사는 누가 해주라고 죽은거예요."

좋은 사람이었다. 술을 많이 좋아해서 귀잖은 부분이 있는 사람이었지만 힘든 일을 도와주면서도 참 이쁘게 말을 했었다. "제수씨 나중에 작은 작품 하나 줘요."

그 말도 좋았다. 내 물건이 작품으로 보였다는것과 조심스럽게 말한 부분이 그랬다. 남편의 친구인 희규씨는 나와 특별히 친하지는 않았지만 남편의 친구 가운데 나로서는 가장 가깝게 느끼는 사람이었다. 부부의 인간관계는 철처히 구분 짓고 사는게 편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 일을 많이 도와줬어도 남편의 친구니까 도와준거지 내 일이라서 도와준것은 아니라는 이유의 선은 살짝 그어 놓는다. 차가운 성격이라서 그렇다기보다는 그 반대인것 같다. 관계에 영향을 받지 않으려는 방어일 것이다.

희규씨는 나의 이상한 이삿짐을 4번이나 옮겨준 사람이다. 남편의 친구라기 보다는 그렇게 기억해야 한다. 나의 작업실 짐들은 일반적이지 않아서 전문 이삿짐센터에 의뢰하기도 어렵다. 다른 사람눈에는 버릴것으로 보일만한 물건들이 나에게는 아이템이고 상자에 차곡차곡 포장하기에도 어려운 까다롭고 위태로운 물건들로 가득한 짐들을 본다면 망가져도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동의서에 사인을 해야만 할것이다.

업사이클센터에서 퇴촌 관음리로 옮겨올때 이 기가막힌 이사를 처음 경험한 희규씨는 등을 돌렸어야 했다. 트럭이 있는 어릴때 친구라는 이유로 받아들이기엔 진을 빼는 일이었다. 땀을 흘리며 도와주면서도 나한텐 웃으며 말하던 사람. 그리고 세번의 작업실 이사도 해주었다.

이제 이사를 할 수 있을까?


겨울...추억...

겨울엔 추억이 많다.

친구, 사랑했던 사람만으로 가득 차 있을것 같은 세계에 먼저 떠오른 사람은 이사를 도와준 사람들이었다는게 의외다. 제목을 적고 기억을 그려나가다보니 마음 깊이 감사함을 남겨준 사람들이 내 겨울추억의 주인공이었다. 안녕, 희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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