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걸 보고 예쁘다고 감탄하는 사람, 그리스도인

마음 속 그림책 한권 ㅣ by 나무

『내가 예쁘다고』/황인찬 글/이명애 그림/봄볕


『내가 예쁘다고』는 황인찬 시인이 글을 쓰고, 볼로냐 일러스트레이터 상을 받은 이명애 작가가 그림을 그렸습니다. 황인찬 시인은 시의 소재 많은 부분을 “일상에서 모아둔 말”에서 얻는다고 합니다. “예쁘다는 말” 역시 지극히 일상적인 것이지요. 수없이 듣는 말도 어느 순간 마음에 오롯이 남아 가슴을 울릴 때가 있습니다. 책에 나오는 까까머리 남자아이의 경우처럼요.

“되게 예쁘다” 수업을 듣다 말고 짝꿍 김경희가 남자아이를 보고 말했습니다. ‘내가 예쁘다고?’ 아이는 볼이 발그레해져서 하루 종일 그 말을 생각합니다. 밥을 먹으면서도, 축구를 하면서도, 집에 가면서도 계속 예쁘다는 말이 맴돌았어요. 아이는 이제까지 한 번도 예쁘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으니까요. 어떤 의미로 한 건지 모르겠지만 예쁘다, 라는 말을 생각하면 자꾸 자꾸 기분이 좋아졌어요. 거울을 보니 자신의 코가 오뚝하고, 눈도 초롱초롱하니 예뻐 보입니다. 그러니 할머니도 “잘 생긴 내 새끼”라고 하는 거겠지요. 아이는 할머니와 집에 가면서 노을도 예쁘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다음날, 김경희가 예쁘다고 한 것이 자신이 아니라 창밖의 벚꽃이라는 사실을 알고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그대로 도망을 쳤습니다. 아이는 슬픈 마음으로 나무 아래 서서 멍하니 하늘을 바라봤어요. 그곳에는 벚꽃이 활짝 피어있었어요. 그 순간 아이는 꽃이 예쁘다는 걸, 그리고 예쁜 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한 잎, 두 잎 아이 머리 위로 꽃잎이 가만히 내려앉으며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황인찬 시인은 ‘무심코 지나치던 영역에서 좋음을 발견하는 일이 시’라고 말합니다. 책 속의 아이가 무심코 지나치는 풍경이 예쁘다는 것을 알아채는 눈을 갖게 되었으니 얼마나 기분 좋은 결말인지요.

시인이 일상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사람이라면, 그리스도인은 작고 소소한 일상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잘 알아채는 사람일 것입니다. 제가 대학 때의 일입니다. 산골마을로 간 겨울 수련회 아침이었어요. 큐티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는데 사방이 하얀 눈으로 덮여 있었어요. 겨울 햇살이 그렇게 환하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따사로운 해가 눈부시게 산을 비추는 가운데 주님의 음성이 들렸어요. “너를 위해 만든 거야, 예쁘지?” 저는 그때 하나님은 우리들의 인생길에 예쁜 것들을 놓아두시곤 우리가 발견하길 조마조마하게 바라보고 계신 분임을 알았습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백야』 라는 소설에는 한 번도 사랑받지 못한 사람이 등장합니다. 그는 친구도, 애인도, 따스한 온기를 나눌 가족도 없었습니다. 날마다 잠을 이루지 못해 밤이면 네바 강을 정처 없이 걷고 또 걸었습니다. 강가를 걷던 어느 날, 그는 나스텐카라는 아름다운 여자를 만나 사랑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 사랑은 나스텐카의 변심으로 4일 만에 끝나 버립니다. 아주 비극적인 결말이지요. 하지만 주인공이 이런 말을 남겼어요.

“그대는 외로운 심장에게 일 분간의 지극한 행복, 행복을 안겨 주었어요! 오, 하나님, 꼬박 일 분간의 지극한 행복! 인간의 삶 전체에 비춰볼 때 과연 적은 것일까요?”

한번이라도 온전한 사랑을 경험한 사람은 사랑을 알아채는 능력이 생깁니다. 외로웠던 그의 심장은 이제 사랑의 마음으로 두근거릴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그리스도인은 진정으로 행복자입니다. 아무 조건 없이 목숨을 바친 예수님의 사랑을 받았으니 말입니다. 아름다움에 눈 뜬 자는 도처에 아름다움이 보이고, 조건 없는 사랑을 받은 자는 어디서나 행복합니다.

이 봄날, 온 세상 모든 것이 하나님의 사랑고백임을 발견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하나님이 준비해두신 선물, 작고 예쁜 것들에 예쁘다고 감탄하시길 주님의 사랑으로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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